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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믿음이 맹신으로 변하는 순간

입력 2019-10-09 15:28   수정 2019-10-09 15:29
신문게재 2019-10-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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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 정보경영학 박사·트렌드라이터

운동회의 계절이다. 만국기가 펄럭이는 운동장을 내달리다 장대높이 매달린 박을 터뜨렸다. 박 속에선 ‘가화만사성’이나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글이 새겨진 리본이 떨어졌다. 마지막 릴레이 경주때면 예외없이 역전의 명승부에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청군과 백군은 하나가 되었다.

지금 서초동이나 광화문에서도 두 패로 나뉜 사람들이 맞서고 있다. 물론 줄다리기를 하는 건 아니다. 서로 자기의 생각과 주장이 맞다고 모이는데 점점 기선 제압을 위한 숫자 대결 양상이다. 대열 속으로 깊이 들어가 좌우를 돌아보지 않고 편에 갇힌 사람들에게 전한다. 자신의 생각과 똑같은 사람들과 만나면 정보의 편식에 빠진다. 고인 물의 함정에 빠진다. 고인 물은 썩을 것이다.



청소년시절 서울대학교 근처 신림동에서 살았다. 그곳의 당구장 주인은 세상의 대학생이 모두 서울대학생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오는 손님들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놀이공원에 가는 것과 자전거 운전 가운데 더 위험한 것은 무엇일까? 사실은 자전거 운전이다. 놀이 기구가 정지한 사고는 보도되지만 한강변의 자전거 사고는 방영되지 않는다. 사망 원인이 교통사고가 높을까? 암일까? 착각하지 말라. 암이다. 암은 개별적 사건이라 잘 드러나지 않지만 교통사고는 뉴스에서 매일 접한다.



사람들은 자주 보는 것을 믿는다.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가 없다는 속담도 그런 뜻이다. 이를 가용성의 오류(Availability error)라고 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정보에 의해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다. 고인 물의 함정은 여기서 생긴다. 세상엔 다양한 이면이 존재하는데 자신의 상황속에 매몰되면 객관성을 상실하게 된다.

애석하게도 이런 오류는 중요한 의사결정일 때 더 심하다. 중요한 문제일수록 자신과의 이해(Ego-involvement)가 높아져서 선택의 정당성을 위한 명분을 찾으려 든다. 자신이 옳은 것을 증명하려 든다. 그래서 현명한 판매원은 계약서를 고객이 직접 작성하고 체크하게 만든다. 자신이 개입하면 관여도가 높아져 계약 해지율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비싼 자동차를 구입한 동료에게 잘했다는 칭찬 한마디는 근사한 밥 한끼로 돌아온다. 비싼 돈을 들인만큼 상대의 지지에 강한 감사함을 느낀다. 그러니 짝퉁에 속아 명품이라고 자랑하는 동료에게 뒤늦은 이야기로 분란을 일으키지 마라. 그는 당신의 평가를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줄 우군이 필요한 것이다.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것은 칭찬이다. 사탕발림이 아니다. 망하는 나라에 간신배가 들끓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만 들으려 했던 왕 때문이다. 다방면의 사람들이 가진 다양한 관점을 주목하자. 정반합의 기회는 그래야 찾아온다. 한 마디로 편가르기의 피해자가 되지 말자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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