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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출규제 100일, 다시 문제는 소부장이다

입력 2019-10-10 14:06
신문게재 2019-10-11 19면

11일은 ‘기념’이 아닌, 뼈아프게 기억하고 각성해야 하는 날이다.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 100일이 됐다. 기업도 정부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10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급한 대로 ‘불화수소’는 라인에 투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빈약하게 형성된 자체 공급망을 생각하면 지뢰밭을 걷는 것이나 진배없다. 괜찮다고 해도 괜찮지 않다. 자립을 외치지만 자만의 시간은 아니다.

생산 차질이 아직 발생하지 않은 현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골든타임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 소재·부품·장비경쟁력위원회를 가동하고 대중소 상생품목을 지정해 소부장 국산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건 좋다. 하지만 생산 역량이나 공급 기업과 수요 기업, 대·중소기업의 분업적 협력 등에서 준비가 덜 된 상태다. 국내 연구개발(R&D) 예산에서 소부장 기술 비중은 3.7%일 정도로 철저히 소외된 산업이었다. 가시적 성과를 단기간에 얻기 힘들다는 한계는 여기에서 나온다.

품목별 대체공급처 확보는 수출규제 100일 이후의 다급한 과제다. 이번 주 들어 산업통상자원부가 신기술 사업화를 위해 혁신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기프트 2호 펀드의 주요 투자대상을 소부장 기업으로 특화했다. 중기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스케일업 금융 참여기업을 소부장 국산화에도 집중할 계획을 내놓은 것도 적절했다. 개발한 다음이 또 문제인데, 내수 판로 개척은 물론 해외 판로가 불분명하다면 개발에 전념할 수가 없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듯이 중앙부처의 중소기업 지원 예산 중 내수 판로개척 지원은 0.2%로 미미하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규제완화 등 실질대책에 대해 여전히 불만이다.

대체품목은 할당 관세를 확대 적용해서 수입할 길을 더 활짝 터줘야 할 것이다. 일본이 노리는 생산 차질이 없는 게 최선이다. 그러는 가운데 기술 독립의 핵심 카드인 ‘소부장특별법’과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 프로젝트’로 기업을 내실 있게 키워야 한다. 민간 R&D 세제 지원, 현장 기업의 R&D 지원에 더 집중시켜야 효과적이다. 일본의 특허공격 역시 잘 방어해내야 한다. 3대 품목을 비롯해 이차전지, 이미지센서 등은 개발 후 분쟁 우려가 높다. 국가 과제인 소부장 산업 육성의 다른 트랙에서는 대일 관계 재설정을 위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사상 최고의 R&D 비용 증액만으로 소부장 독립을 온전히 이루긴 어렵다. 이래저래 100일 이후부터는 긴장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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