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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목표도, 방향도 없이 부유하는 삶 속 희망! 연극 ‘낙타상자’ 고선웅 연출 “추락 중은 아직 추락이 아니다”

중국 작가 라오서(老舍)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 올린 연극 ‘낙타상자’의 고선웅 연출, 낙타와 인력거꾼 상자의 삶 빗댄 수작

입력 2019-10-11 20:00   수정 2019-10-2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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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낙타사장' 고선웅 연출(사진제공=PRM)

 

“낙타는 사막에서 없어서는 안될 짐꾼이잖아요. 낙타가 모래를 딛고 가는 행렬로 사람들은 일용할 양식을 얻어요. 사실 낙타 개인의 인생을 보면 너무 훌륭한 존재죠. 계속 짐만 싣고 다니는 게 일이에요. 이쪽으로 갔다가 저쪽으로 가고…생각해 보면 낙타주인도 똑같아요. 타고내릴 뿐이지 그 인생은 낙타랑 같거든요.”

중국 작가 라오서(老舍)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 올린 연극 ‘낙타상자’(駱駝祥子 10월 17~20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의 고선웅 연출은 낙타와 주인공인 인력거꾼 상자의 닮은 점에 대해 이렇게 전하며 “정말 잘 쓴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목표도, 방향도 없이 부유하는 인생…상자와 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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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낙타사장' 공연사진(사진제공=스파프 사무국)
“낙타를 통해 사람의 인생이라는 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인생은 끊임없이 걷는 것 같거든요. 인력거꾼은 사람을 태워주고 다니잖아요. 나올 때부터 목적도, 가야할 방향도 없죠. 타는 사람에 따라 이리 갈 수도, 저리 갈 수도 있고, 손님이 한 바퀴 더 돌자고 하면 그럴 수도 있고…내 인생의 목표가 없이 계속 부유해야하는 인생이 낙타랑 비슷해요.”



‘낙타상자’는1930년대 중국 북평(현재의 베이징) 거리에서 인력거꾼으로 살아가는 상자라는 청년의 마지막까지의 생애를 따라는 작품이다. 

 

꿈을 꿨지만 전쟁,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사회, 자본가의 착취 등으로 절망의 끝에 서는 여정을 담고 있다.

한국 관객들에겐 익숙한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의 비극과도 닮은 부분이 없지 않다. 이에 대해 고선웅 연출은 “그것도 너무 슬프다. 좀 다른 건 김첨지는 ‘나가자 말아요’라고 부탁하는 아픈 아내를 두고 나가 돈을 잘 벌고 있는데 그 자체로 너무 처참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상자는 깨어있는 젊은 청춘이에요. 자체 동력 에너지가 있죠. 피폐하지 않아요. 낙타라는 짐승과 인물을 치환해 대비하는 데서 오는 삶의 시각적 효과도 있죠. 초식동물 낙타가 사막 가는 것과 사람이 인력거 끄는 연출이 미장센적으로, 연극적 메타포 적으로 신경이 쓰여서 매력적인 것 같아요.” 

 

이어 ‘낙타상자’에 대해 고선웅 연출은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과 맞닥뜨리면서 인생을 깨달아가는 이야기”라며 “절망은 끝이 없다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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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낙타상자’ 연습장면(사진제공=PRM)

 

“작품은 인연으로 만난다고 생각해요. 한중연극교류협회 오수경 선생이 좋은 희곡이 있다며 소개해준 작품이죠. 이 시대와 많이 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는 이력서를 수없이 내고 계속 떨어지고…무엇을 얻으려 발버둥 치지만 요원하죠. 돈을 벌어 집을 장만한다고 돈을 모아두면 집값은 뛰어올라있고…희망이 우리를 기다려 주거나 반겨주지 않아요. 녹록치 않죠.”

이렇게 전한 고선웅 연출은 “인물 자체의 생애를 보여주는 게 재밌다”며 “보통은 사건 위주로 한 공간에서 짧게 보여주는 ‘낙타상자’는 상자가 상여꾼이 되기까지 생애를 따르는, 그 서사가 너무 좋다”고 말을 보탰다.

 

◇절망으로 희망을 이야기하다! ‘추락 중’은 아직 추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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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낙타상자’의 고선웅 연출(사진제공=PRM)

“어제도 울었다”는 고선웅 연출은 ‘낙타상자’라는 제목에 대해 “상자가 전쟁통에 인력거를 뺏기고 도망가다가 낙타 3마리를 훔친다. 이 사람이 낙타랑 비슷해져서 지어진 별명”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발음과 의미를 동시에 담는 중국어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극중 주인공의 이름 상자(祥子)의 ‘상’은 중국 성이지만 ‘길조’ ‘상서롭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지극히 절망으로만 치닫는 상자의 삶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아이러니를 내포하고 있는가 하면 중국어로 ‘닮다’ ‘비슷하다’를 뜻하는 상(像)과 발음도, 성조도 같다. 

 

낙타(駱駝) 역시 중국어 발음으로는 루오투오(Luotuo). 이는 궁상맞다(落拓, 落魄)를 의미하는 글자들과 발음이 같다.

“작가 선생이 제목을 붙였는데 삶을 자꾸 성찰하게 하는 묘한 힘을 가졌어요. 극의 내용은 드라마로 꾸려놔서 철학적이진 않은데 그런 힘이 있죠. 삶과 죽음, 노력하는 것과 획득하려고 했지만 획득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그런 것들이요.”

이어 “절망을 통해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다”는 고선웅 연출은 “상자는 희망을 찾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인생은 그런거야’라는 깨달음을 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생은 아무 것도 아니구나, 죽으면 흙 한줌인데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그걸 보여줄 수 있는 작품 같아요. ‘나는 괜찮아 아직’이라는 생각이 들게요. 제가 ‘추락하는 중은 아직 추락이 아니다’라는 메모를 해뒀어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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