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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th BIFF 리뷰] 이제는 영혼까지 적신다...폐막작 '윤희에게'의 김희애

멜로 퀸 영역, 영화까지 확대해 영화 '윤희에게'첫 선
한 권의 소설책 읽는 느낌으로 접근, "무슨 역할이든 하고 싶었던 영화"

입력 2019-10-11 16:27   수정 2019-10-12 09:05

부산영화제 폐막작의 주인공 김희애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윤희에게’ 주연을 맡은 배우 김희애가 1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나도 가끔 네 꿈을 꿔.”

이보다 더 절절한 사랑고백이 없다. 손을 잡지도, 입을 맞추지도 않는다. 바라보는 눈에는 눈물만 가득할 뿐이다. 제 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안 ‘윤희에게’는 여성의 연대를 그린다. 엄마와 딸, 조카와 고모, 그리고 20년간 헤어진 친구까지. 주인공 윤희의 삶은 퍽퍽하다. 이혼한 남편은 곧 새 여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홀로 키운 딸 새봄은 시니컬한 성격으로 곧 서울로 대학진학을 앞두고 있다. 우연히 일본에서 도착한 편지를 먼저 읽은 건 새봄이다. 고루한 삶을 살던 윤희는 잊은 줄 알았던 기억을 되새기며 그곳으로 함께 모녀여행을 떠난다.



영화 ‘윤희에게’는 사전정보 없이 봐야 하는 영화다. 각본과 감독이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라는 화제작을 만든 임대형 감독이란 점은 끝나고 찾아볼 일이다. 다만 제 21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부문의 NETPEC상을 수상하며 ‘BIFF키즈’로 데뷔한 그가 3년만에 친정이나 다름없는 영화제의 폐막작으로 돌아온건 꽤 의미심장하다. 그만큼 두 번째 장편 영화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세련됨이 넘쳐흐른다. 전작이 부자지간의 담담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는 점에서 그의 변주가 놀라울 따름이다.

연어가 고향을 찾아 돌아오듯 임대형 감독이 만든 ‘윤희에게’는 성별,종교,나이를 떠나 한 인간이 과거를 마주하고, 미래를 맞이하는 용기에 대해 그린다. 윤희 역할의 김희애는 드라마와 CF에서 보여준 고급스런 이미지를 버리고 과감히 캐릭터로 빙의된다.

 

건조하게 담배를 피고, 공장에서의 고된 노동으로 손목 통증을 느낄때면 눈가의 주름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감독역시 “이 영화를 한국의 전통적인 어미니상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이면서 동시에 독립적성을 가진 배우로 김희애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다”며 김희애의 존재감을 극찬하는 모습이었다. 

 

폐막작 '윤희에게' 주역들
1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윤희에게’ 기자회견에서 임대형 감독(왼쪽부터), 배우 김희애, 나카무라 유코, 김소혜, 성유빈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엄마의 젊은 시절이 궁금함과 동시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전하는 딸 역할의 김소혜의 연기력 역시 첫 연기 도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1년 유급하고, 서울로 대학갈 성적이 아닌 남지친구 경수(송유빈)가 보여주는 철없는 모습은 ‘윤희에게’의 유일한 온기다. 

 

한국인 엄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윤희와 학창시절을 보낸 쥰(나카무라 유코)은 20년 넘게 부치지 못한 편지를 쓰는 여자다. 결혼하지 않고 역시 싱글인 고모를 부모님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10대를 한국에서 보내고 그 이후는 일본에서 산 조카가 느끼는 결핍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고모는 윤희에게 쓴 편지를 몰래 한국으로 부친 장본인이다. 

 

영화는 첫사랑의 기억을 냄새로 소환한다. ‘기생충’이 빈부의 차이를 지하실 냄새로 표현했다면 이들은 ‘좋은 냄새’라는 말로 그리움을 대신한다. 서울과 일본을 오가는 두 가정의 공통점은 남자의 부재다. 윤희는 남편이 없고, 쥰과 고모는 아예 결혼하지 않았고 집안의 유일한 남자였던 아버지는 죽었다. ‘윤희에게’에서 남자는 보편의 삶을 따르거나 사회의 규범에 낙후되는 존재로 그려진다. 영화는 애초에 시작 지점이 달랐거나 고정관념에 희생되어 온 여성들의 한탄보다 용기와 생명력을 예고하며 끝난다.

‘윤희에게’는 멜로 영화이면서 동시에 여성의 로드무비다. 김희애는 “단순히 첫사랑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내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영화로 다가갔다. 시나리오가 아닌 한 권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고, 이 영화에서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간에 뭐든 참여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끌렸다”는 말로 벅찬 출연소감을 밝혔다. 

 

멜로연기의 퀸이면서 영화로는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던 배우 김희애의 목마름이 느껴지는 대답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김희애 일 수 밖에 없는 촉촉함이 담겨져있다. 결정적인 장면이 아닌데도 ‘툭’떨어지는 눈물을 만드는 것은 ‘윤희에게’에 담긴 김희애의 진심이 8할이다. 11월 개봉예정.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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