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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아이돌 금기 깼던 설리, 스물다섯 짧은 생 마감하다

입력 2019-10-14 19:20

설리, 숨진 채 발견<YONHAP NO-2800>
가수 겸 배우인 설리(본명 최진리·25)가 14일 오후 3시 21분께 경기 성남시 수정구의 한 전원주택에서 숨져 있는 것을 최 씨의 매니저가 발견해 신고했다고 경기 성남수정경찰서가 밝혔다. (사진=연합)

14일 숨진 채 발견된 가수 겸 배우 설리(25·본명 최진리)는 팬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격의없이 소통했던 K팝 스타이자 연예계 대표 인플루언서였다. 연예인, 특히 여성 아이돌 스타에게 유달리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한국 사회에서 금기를 깬 자유분방한 연예인이기도 했다.



1994년생인 그는 2005년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에 발탁된 것을 계기로 같은 해 SBS 드라마 ‘서동요’의 아역 배우로 캐스팅돼 연예계에 발을 디뎠다. ‘서동요’ 출연 중 SM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해 2009년 15살의 나이에 걸그룹 에프엑스(F(X))로 데뷔하면서 가수활동과 연기생활을 병행했다.

하지만 대중은 설리의 가수생활이나 연기활동보다 상큼한 외모와 사생활에 집중했다. 유난히 흰 얼굴에 붉은 입술로 ‘과즙상’, ‘복숭아상’이라는 애칭으로 불렸고 2014년에는 그룹 다이나믹듀오의 최자와 열애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당시 설리는 절정의 인기를 누리는 K팝 스타였지만 섹슈얼한 이미지가 강한 14세 연상의 힙합가수와 공개적으로 교제하면서 성희롱과 악플에 시달렸다.

2015년 8월 연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그룹에서 탈퇴한 설리는 작품보다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때로 속옷을 입지 않은 사진을 게시했고 성적인 상상력을 부추기는 연출 사진으로 성적 정체성을 가진 자아를 과감하게 드러냈다. 나이 차이가 한참 나는 선배 연기자들의 이름 뒤에 “~씨”라고 부르며 동등한 관계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SNS에서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선 악동 인플루언서였다.

하지만 악동같은 내면에는 아픈 속내가 도사리고 있었다. 설리는 지난해 10월 출연한 단독 리얼리티 프로그램 ‘진리상점’에서에프엑스를 탈퇴한 과정을 설명하며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를 앓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힘들다고 해도 들어주는 사람도 없었고,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고 했는가 하면, “어렸을 때부터 저를 어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올 초 JTBC2 ‘악플의 밤’을 통해 방송활동을 재개한 설리는 부쩍 내면이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설리 최고의 히트작은 인스타그램”이라는 악플을 인정했고 여성의 속옷 착용에 대해서도 “브래지어는 액세서리”라며 “오늘도 그 액세서리를 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수많은 여성들의 응원을 받았다.

그는 최근에도 프로그램에서 “실제 인간 최진리의 속은 어두운데 연예인 설리로서 밖에서는 밝은 척해야 할 때가 많다”며 “(겉과 속이 달라) 내가 사람들에게 거짓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며 주변에 조언을 많이 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자아를 찾기 위한 노력 중 하나가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이다. 노력도 하지만 어릴 때부터 눈치 보는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그가 숨진 채 발견된 날은 ‘악플의 밤’ 녹화 당일이다. 제작진은 이날 설리와 연락이 닿지 않자 설리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과 함께 녹화를 진행하다 뒤늦게 설리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다. JTBC는 이번 주 ‘악플의 밤’ 편성 여부를 논의 중이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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