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전망이 계속해서 하향 조정되고 있지만 둔감해진 분위기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0%로 하향한 것은 대폭 조정인 데도 놀라는 기색이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가 이미 한 발 앞서 2% 초반대로 낮춰 잡아서인지 일말의 위기의식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대통령부터 우리 경제를 “괜찮다”고 보고 청와대 경제수석도 “경제 선방했다”고 인식한다. 여기에 IMF 경고장이 날아든 셈이다.
안일함은 그런데도 여전하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의 하방리스크 확대나 일본 수출규제 조치 등 대외 변수에서만 원인을 찾는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0%로 0.7%포인트나 하향 조정한 사실도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알려졌다. 한국은행 역시 2.7%, 2.6%, 2.5%를 거쳐 2.2%까지 낮춰둔 상태다. 16일 기준금리를 1.25%로 인하한 것은 경기 둔화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지표다. 과도한 위기론은 이롭지 않지만 우리 경제를 에워싼 현실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가 보유한 자원을 잘 쓰지 못한 부분도 성장률 하향에 한몫 했다. IMF가 6개월 전 제시한 2.6%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전제한 것이었다. 하지만 제때 처리를 못해 확장적 재정정책에 실기했다. 저성장과 저물가가 장기화하고 수출이 10개월째 감소하지만 세계 경제의 동반 둔화 뒤로 숨으려 한다. 이러다 정부가 예상한 목표치 2.4~2.5%는 장밋빛이 될 것이다. 과대 추정했다가 하향을 반복하는 행태는 경제정책의 유효성을 떨어뜨린다. 경제는 말로 적당히 떠넘기는 정치와 다르다.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의 ‘쌍공포’가 드리워져 있다. 이 위기를 직시해야 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잠재성장률 하락은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 경제실패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흘러나왔다. 생산성 제고, AI, 양질의 일자리, 신재생 에너지 등 사안마다 한국 경제의 ‘돌파구’라고 과대 포장했을 뿐 남은 것이 없다. 완화적인 통화정책, 즉 금리 인하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주 52시간제 보완, 규제 개혁 등 경제·민생 현안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경제정책을 전환하고 진영 간 ‘조국’ 싸움만 벌였던 국회도 이제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IMF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마저 2.8%에서 2.2%로 낮췄다.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거대한 착각을 거둬들이는 대신, 경제 전반에서 긴박감을 가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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