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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악플근절·언론취재준칙 ·아이돌 정신건강… 설리 죽음이 남긴 것

입력 2019-10-18 07:00
신문게재 2019-10-18 13면

설리, 숨진 채 발견<YONHAP NO-2800>
가수 겸 배우 설리(사진=연합)

 

또 하나의 별이 졌다. K팝 스타로, 연기자로, 그리고 SNS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던 설리(25, 본명 최진리)가 14일 경기도 성남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설리는 이날 JTBC2 ‘악플의 밤’ 녹화가 예정돼 있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자택으로 찾아간 매니저에 의해 발견됐다. 부검 결과 타살흔적은 없었으며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망할 경우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흔적이 발견됐다. 아울러 자택에서 설리의 심경을 적은 일기 형식의 메모도 발견됐다. 경찰은 여러 정황을 종합해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2005년 11살의 나이에 SBS 드라마 ‘서동요’ 아역배우로 데뷔한 설리는 15세였던 2009년 걸그룹 에프엑스(F(X)) 멤버로 데뷔해 K팝스타로 활동했다. 그는 이 무렵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2012),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3), ‘패션왕’(2014) 등에 출연하며 연기활동도 병행했다.

전형적인 아이돌 스타의 길을 걷던 설리는 2014년 그룹 다이나믹듀오 멤버 최자와 열애를 인정하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K팝 스타가 섹슈얼한 이미지가 강한 14세 연상의 힙합가수와 공개적으로 교제하는 것은 흔치 않은 사건이었다. 설리는 이 무렵부터 성희롱과 악플에 시달렸다. 그는 지난해 방송된 단독리얼리티 프로그램 ‘진리상점’에서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를 앓았다고 고백했다.

2015년 8월 연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그룹에서 탈퇴한 설리는 작품보다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SNS의 설리는 에프엑스의 막내 ‘자이언트 설리’가 아닌 자연인 최진리에 가까웠다. 속옷을 입거나 성적인 상상력을 부추기는 연출 사진으로 성적 정체성을 가진 20대 여성의 자아를 과감하게 드러냈다. 나이 차이가 한참 나는 선배 연기자들을 “~씨”라고 부르며 동등한 관계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SNS에서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선 악동 인플루언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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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설리는 당당했다. 여성 아이돌 스타에게 폭력적이고 관음적인 온라인 세계에 맞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브래지어는 액세서리”라며 여성의 속옷 미착용을 금기시하는 사회의 편견에 반발했다. 기행처럼 여겨지던 그의 SNS 행적들은 젠더갈등이 심화된 사회에서 또 하나의 여성해방운동으로 비쳐졌고 또래 20대 여성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래서 설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대중, 특히 20대 젊은이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성난 설리의 팬들은 그동안 설리에게 고통을 안겼던 악플러들 그리고 설리의 SNS 내용을 기사화한 언론에 분노를 표했다. 설리의 시신이 운구되는 장면을 촬영하거나 장례일정을 공개한 취재진을 향해 거침없는 질타도 쏟아냈다. 슬픔에 젖은 팬들의 끈끈한 연대는 빈소 조문객 취재 및 발인으로 이어진 연예인 장례식의 취재풍경까지 바꿔놓았다.

더불어 여성연예인을 향한 악플, 대형기획사의 아이돌 스타 관리에 대한 질책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전 원더걸스 멤버 핫펠트(예은)는 설리의 전 연인 최자에게 악플을 단 누리꾼에게 “설리 양은 이끌어줘야 하는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며 어엿한 성인이었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충실하고 싶은 솔직한 사람이었다”며 “문제는 두 사람의 관계에 색안경을 끼고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내뱉고 질투와 집착을 보인 악플러들”이라고 꼬집었다.

그룹 신화 멤버 김동완도 “마음의 병을 앓는 후배들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권하는 대형기획사들의 안일한 대처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도 “근거 없는 악플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연매협 회원(사) 소속 아티스트 보호 차원에서 초강경한 대응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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