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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인생 2막 월급 200만원, 현직 연봉 1억원 가치 맞먹죠"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클린푸드팩토리 강윤희 전문위원

입력 2019-10-21 07:00   수정 2019-10-20 13:54
신문게재 2019-10-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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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희 클린푸드팩토리 전문위원이 지난 16일 서울 강동구 청년해냄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시니어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오랜 기간 자신이 축적한 경력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다. 최소 20년 이상 쌓아온 비즈니스 노하우와 인맥을 한순간에 초기화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몸과 마음도 전 직장에 익숙해져 있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대부분의 시니어들은 구직·창직을 망설이다 시간만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인생 전환의 타이밍을 놓치면 쉬는 시간이 많아지고 활동량이 적어진다. 자연스럽게 심리상태는 불안해지고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져간다.

경영학을 전공한 강윤희 클린푸드팩토리 전문위원은 아모레퍼시픽에서 20년, 의료기기·의약품 회사에서 20년 가까이 일한 베테랑이다. 인사, 회계, 기획, 마케팅 등 경영과 관련된 전반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조직을 총괄했다.



이렇듯 탄탄한 경력을 보유한 그도 퇴직을 미리 준비한 것은 아니다. 의약품 업체 부사장을 역임했을 때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경영지도사(마케팅) 자격증을 따긴 했지만, 이는 은퇴 후의 삶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한 절차 가운데 하나였다. 이렇듯 매사에 철저했던 그에게도 회사와의 이별은 갑작스레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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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희 클린푸드팩토리 전문위원이 지난 16일 서울 강동구 청년해냄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강 위원은 2015년 6월 장기간 유지해온 직장생활을 정리하게 됐다. 그는 “퇴사 후 뭘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잘할 수 있는 일은 지금까지 해왔던 기업과 사람 간 컨설팅뿐이었다. 곧바로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해 정보 검색을 했다”고 말했다.


강윤희 위원은 휴식 없이 퇴사 한 달 만에 서울산업진흥원 희망설계아카데미 전문컨설턴트 교육과정을 등록했다.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커리어를 지속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교육 수료 후에는 함께 공부한 동기들 40여명과 커뮤니티를 형성해 미래 진로에 대한 방향 설정을 함께 고민했다.

강 위원은 은퇴 후 형성한 커뮤니티에 독특한 특징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친구들이나 이전 직장 동료들을 만나면 주로 과거에 있었던 추억들을 안주 삼아 주고 받는다. 시니어 모임에서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고 전했다. 지나간 일에 미련을 두지 않고 생산적인 활동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또 자체적으로 ‘만원의 행복’이라는 규칙을 만들어 친목자리에서는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용을 분담한다.

강윤희 위원은 첫 번째 교육을 이수한 뒤에도 여러 시니어 전문기관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분야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2016년에는 신나는 조합의 사회적기업 장년 취창업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사회적기업인 비타민엔젤스에서 3개월간 인턴으로 일했다. 이때부터 그의 삶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돈을 벌면서 사회 전반에 긍정에너지를 전파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 것. 더 깊게 파고들기 위해 2017년에는 교수를 설득해 수강 연령 제한을 뚫고 서강대학교 사회적기업 리더 1년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강 위원은 “과거에는 사회적기업이 뭔지도 몰랐다. 영리기업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다 보니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경험을 해보니 사회적기업에 흥미를 갖게 됐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성장하려면 사회적기업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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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재래김 제조기업 클린푸드팩토리에서 근무 중인 강윤희 전문위원.

그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도 서울·부천산업진흥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중소기업유통센터 등에서 자문 역할을 꾸준히 이어갔다. 강 위원은 “시니어들은 슬래시잡(두 개 이상의 직업)을 해야 한다. 인생 2막에서는 어느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명함이 10개가 넘어갈 때도 있었다. 수입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활동을 통해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직접 발품을 팔아 시야를 넓히다 보면 일거리가 생기고 커리어가 쌓인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열정적인 그에게도 고충은 있었다. 시니어 일자리 특성상 근무기간이 길지 않아 수시로 원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봐야 했다. 팀 리더의 위치가 익숙한 시니어들에게는 피하고 싶은 순간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올해 4월 서울시 50플러스 중부캠퍼스가 개설한 사회적기업 인재 양성과정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는 시니어 전문가들과 전문적인 경영능력 혹은 업무스킬이 절실한 사회적기업을 매칭해주는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다. 강 위원은 매칭을 통해 친환경 재래김을 생산하는 클린푸드팩토리에서 인턴십을 마친 뒤 기획담당 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클린푸드팩토리는 몸이 불편한 성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2017년 설립됐다.

강윤희 위원은 “총 6명의 직원이 회사에 몸담고 있다. 각자 맡은 업무에 집중하다가 명절 등 성수기가 되면 전부 생산작업에 뛰어든다. 일반 기업의 관리자급 임원으로 긴 시간 일했던 사람들은 이러한 작업 환경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의 일원이 되려면 가장 먼저 동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위원의 최종목표는 사회적기업 전문 컨설턴트다. 그는 “은퇴 전보다 지금이 더 재미있다. 돈도 중요하지만 나름 의미 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 지금 한 달에 버는 200만원의 가치가 전 회사에서 받았던 연봉 1억원과 똑같다. 인생 2막에 와서 할 일이 없는 게 아니다. 일거리가 엄청나게 많다. 인생의 척도를 어디에 두느냐가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정길준 기자  alf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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