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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저마다의 알리바이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다윈영의 악의 기원’ ‘알리바이 연대기’

[문화공작소] 아버지와 아들, 저마다의 알리바이…창작가무극 ‘다윈영의 악의 기원’,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

입력 2019-10-23 07:00   수정 2019-10-23 06:48
신문게재 2019-10-2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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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다윈영의 악의 기원’(왼쪽)과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사진제공=서울예술단, 국리극단)

 

어쩌면 역사는 혹은 지금의 사회는 개인 저마다의 ‘알리바이’가 만들어낸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피고인이 범행 시에 그 범행 현장에 없었음을 증명하는 알리바이. 선하거나 악한 의도와 크고 작은 이유로 만들어낸 ‘알리바이’가 개인의 연대기를 만들어 대물림돼 사회를, 역사를 그리고 세계를 구성한다. 그렇게 개인이 만들어낸 ‘알리바이’는 사회를, 역사를 그리고 세계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국립극단의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11월 10일까지 명동예술극장)와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다윈영의 악의 기원’(10월 27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은 이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고(故) 박지리 작가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다윈영의 악의 기원’은 지난해 초연됐던 작품으로 사는 곳에 따라 계급이 나뉘는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킬미나우’ ‘시티오브엔젤’ ‘레드북’ 등의 오경택 연출작으로 ‘최후진술’ ‘해적’ ‘미아 파밀리아’ ‘신흥무관학교’ ‘귀환’ 등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지닌 이희준 작가가 대본과 작사를, ‘쓰릴미’ ‘스위니토드’ ‘넥스트 투 노멀’ ‘빅 피쉬’ 등을 번역하고 ‘엑스칼리버’ ‘팬텀’ ‘더 라스트키스’ 등의 가사를 쓴 박천휘 작곡가가 넘버를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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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다윈영의 악의 기원’(사진제공=서울예술단)

 

최상위 계층이 사는 1지구의 명문학교 프라임 스쿨에 재학 중인 열여섯 소년 다윈 영(최우혁)과 그의 아버지이자 교육부장관 니스 영(박은석) 그리고 그의 아버지 러너 영(최정수)의 이야기로 대물림되는 악의 연대기다.



다윈이 니스의 친구였고 다윈의 첫사랑 루미 헌터(송문선)의 삼촌이기도 한 제이 헌터(신상언)의 미제 살인사건을 추적하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숨겨야만 했던 ‘알리바이’를 맞닥뜨리게 되는 과정을 따른다. 가수가 되고 싶었던 니스는 아버지 러너를 위해 더 높은 곳으로 오르는 선택을 해야 했다. 그런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비밀을 맞닥뜨린 다윈은 니스의 전철을 밟으며 악의 연대기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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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알리바이 연대기’(사진제공=국립극단)


‘다윈영의 악의 기원’이 ‘알리바이’로 대물림되는 악의 연대기라면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는 경계를 지켜야만 했던 소시민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아우른다. ‘생각은 자유’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등의 김재엽 작·연출의 자전적 이야기다. 오사카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내다 대구로 건너와 경계인으로 살아야 했던 아버지 김태용(남명렬)의 개인사와 태평양전쟁, 6.25전쟁, 유신정권의 탄생, 전교조, 미제사건으로 남은 장준하 서거 등 굴곡진 한국 현대사가 맞물린다.



아버지의 ‘알리바이’는 대부분 장남에게 당부하던 “가운데 삶, 치우치거나 앞질러 가거나 너무 처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김재엽 연출은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던 아버지는 ‘알리바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며 “돌아가시기 전 탈영 얘기를 하시면서 속에 얘기 털어놓으니 시원하다고 하셨다. 그 상황을 문학적으로 은유해 ‘알리바이’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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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알리바이 연대기’(사진제공=국립극단)

“관객이 이 연극을 읽어내는 방식을 연출가로서 다시 읽어내고 싶어요. 현재 사회가 경제문제, 정의로움의 문제 등 세상을 읽어내는 코드가 정치에 국한되기 보다는 다양해서 그 시각들을 다 포용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2013년 초연 이래 세 번째 시즌까지 아버지 김태용으로 분하고 있는 남명렬은 “초연 때나 지금이나 정치사회적 의미를 가진 연극이라고 생각한다”며 “내 개인의 삶과 사회가 연관되는 것들을 다시 한번 곱씹게 되는 작품”이라고 말을 보탰다. 

재엽을 연기하는 정원조의 토로처럼 “극 중 병상이 아버지가 하는 ‘누가 옳은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와닿는” 시대다.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고위급 자녀들의 입시 비리 전수조사 등을 두고 양분되고 색깔론이 대두되는 시대다.



“정치적 진영 논리든, 가치관의 차원이든 어딘가 합쳐지거나 수렴돼야 의견이 살아남는 시대”라는 김재엽 연출의 말처럼 “수렴되지 않은 개인 그리고 개인의 역사는 사회에 스며들기 쉽지 않다. 하지만 집단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개인들도 분명히 정치적 활동을 하고 있다.”

“정치적 진영 논리든, 가치관의 차원이든 어딘가 합쳐지거나 수렴돼야 의견은 살아남는 시대”라는 김재엽 연출의 말처럼 “수렴되지 않은 개인 그리고 개인의 역사는 사회에 스며들기 쉽지 않다. 하지만 집단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개인들도 분명히 정치적 활동을 하고 있다.”

내편 아니면 적, 극과 극으로만 양분돼야 하는 시대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개인들의 정치적 활동, 그들의 ‘알리바이’도 눈여겨 보아야할 때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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