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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익숙하면서도 낯선 무대 위 풍경들! 90년대 감성 저격하거나 익숙한 콘텐츠거나

[즐금]‘위윌락유’부터 ‘또! 오해영’까지…익숙한 콘텐츠들의 무대 습격
80~90년대 사랑받았던 할리우드 영화의 무대화 러시
숙한 콘텐츠의 뮤지컬화, 풀어야할 숙제들

입력 2019-11-08 07:01   수정 2019-11-08 22:52
신문게재 2019-11-0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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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나는 요즘 ‘검은 고양이 네로’ ‘회상’ ‘잘못된 만남’ ‘디오니소스’가 좋더라.”
“고모도 ‘회상’ 좋아했었는데… ‘디오니소스’는 무대가 멋있지. 고모는 ‘소우주’가 좋던데.”
“맞아! ‘소우주’도 좋아.”


한동안 H.O.T. ‘전사의 후예’를 흥얼거리던 12살 조카와 한때 ‘클럽 H.O.T.’였던 47세 고모가 나누는 대화는 요즘 흔하게 연출되는 기묘한 풍경이다. 김건모, 동물원, 김광석, 조용필, 터보, 방탄소년단 등 두 사람의 음악 폴더에는 같은 가수들의 같은 노래들이 담겼다.



1990년대 유행곡들을 접할 수 있는, 일명 ‘온라인 탑골공원’으로 불리는 유튜브의 ‘SBS 케이팝클래식 채널’, 판매량 446%가 증가했다는 김희선의 곱창밴드, 원조 두꺼비 진로 소주병 등 촌스럽지만 어딘가 끌리고 뻔하고 낡았지만 새롭게 느껴지는 뉴트로(New-tro, New+Retro) 열풍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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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올초 초연 공연사진(사진제공=수키컴퍼니)
1990년대에 청춘을 관통했던 이들에겐 익숙한 그리움으로, 그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10~30대에게는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아날로그 문화들. 이른바 뉴트로 바람이 뮤지컬계에도 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위윌락유’부터 ‘또! 오해영’까지…익숙한 콘텐츠들의 무대 습격

지난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전세계를 들끓게 만들었던 퀸의 노래 24곡으로 꾸린 ‘위윌락유’(We Will Rock You), 휘트니 휴스턴과 캐빈 코스트너의 ‘보디가드’, 故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 최민수·채시라·박상원·고현정 등이 출연해 1991~1992년 방송됐던 동명 드라마를 무대에 올린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홍콩 느와르의 포문을 열고 르네상스를 관통한 주윤발·적룡·장국영의 ‘영웅본색’과 유덕화·양조위의 ‘무간도’, 팀 버튼 감독의 ‘빅 피쉬’ 등이 올 연말부터 2020년까지 라인업돼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공연 관계자는 “국적을 불문하고 창작자·제작자라면 누구나 좋은 콘텐츠를 발굴하고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공연뿐 아니라 영화 재개봉이나 리메이크도 같은 맥락으로 ‘다시 보기’는 그 시간 동안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는 문화적 산물이기도 하다. 좋은 작품은 시대를 관통해 다시 봐도 좋을 뿐 아니라 그 시대에 맞게 새롭게 재해석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뮤지컬 애호가들이 출발선상에 있기는 하지만 훌륭한 작품은 시대와 세대, 분야를 넘어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에 제작자 입장에서는 그런 작품을 찾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위윌락유’의 김장섭 연출은 익숙한 콘텐츠들의 무대화에 대해 “때마침 트렌드가 된 뉴트로 열풍”과 “새롭고 신선한 텍스트의 부재”를 원인으로 꼽았다. 좀처럼 새로운 창작물이 등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인지도와 완성도를 겸비한 예전 것들, 익숙한 콘텐츠들을 끄집어내 현대화하고 재해석하고 변주하는 작품들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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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윌락유’(사진제공=MS컨텐츠그룹)

 

그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 힘입어 퀸과 프레디 머큐리의 음악이 다시 주목받는가 하면 퀸의 음악을 모르던 세대까지도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레트로, 아날로그 열풍에 힘입어 중장년층 세대가 소비하던 인생 작품들이 주목받는 현상이 뮤지컬 시장으로도 이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각본가 벤 엘튼이 대본을 집필해 퀸의 명곡 24곡을 곁들인 ‘위윌락유’는 2002년 런던 초연 후 전세계 17개국 투어를 돌며 사랑받은 작품이다. 보헤미안들이 기다려온 혁명가인 드러머 갈릴레오, 그를 긴장하게 하는 스카라무슈, 세상을 통제하는 킬러퀸의 대립을 그린다. 부활 출신의 정동하, 샤년, 임소라, 김태우, 서문탁, 김종서, 홍록기 등과 서범석, 정상윤, 최수형 등이 출연한다.

김장섭 연출은 “중장년층은 어린시절 혹은 청춘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을 음악과 춤을 곁들여 새로운 방식으로 즐길 수 있고 젊은 관객들은 낯설지만 매력적인 콘텐츠로 소비하는 새로운 흐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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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로 만들어질 ‘또! 오해영’(사진제공=CJ ENM)

 

뉴트로 열풍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익숙한 콘텐츠의 변주 및 재해석이라는 측면에서 서현진·에릭 주연의 tvN 드라마 ‘또! 오해영’의 뮤지컬화도 일맥상통한다. ‘여명의 눈동자’와 ‘또! 오해영’의 제작사 수키컴퍼니 기획팀의 송가란 대리는 “같은 콘텐츠라도 장르에 따라 느끼는 온도가 다르다”며 “뮤지컬에 맞는 작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뮤지컬 ‘또! 오해영’은 스토리도, ‘너였다면’ ‘꿈처럼’ ‘사랑이 뭔데’ 등 사랑받았던 OST도 그대로 활용하지만 원작 특유의 매력은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무대만이 줄 수 있는 재미를 찾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명의 오해영과 박도경, 한태진, 박수경과 이진상 그리고 오해영의 엄마까지 7명의 캐릭터로 꾸릴 예정”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80~90년대 사랑받았던 할리우드 영화의 무대화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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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물랑루즈’(c) Matthew Murphy(사진제공=CJ ENM)

 

이 현상은 한국 뿐 아니다. 브로드웨이에서는 팝스타 쉐어(Cher)의 일대기를 다룬 ‘더 셰어 쇼’, CJ ENM이 글로벌 프로젝트로 투자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물랑루즈’, 내년 2월 맨체스터에서의 트라이아웃을 앞두고 있는 ‘백 투 더 퓨처’, 내년에 관객을 만날 ‘미세스 다웃파이어’ 등까지 익숙한 콘텐츠를 재료로 재해석하고 변주된 작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CJ ENM 공연사업본부 관계자는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물랑루즈’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2015년 초연 예정이던 뮤지컬 ‘백 투 더 퓨처’는 6년의 개발단계를 거쳐 내년 2월 20일 맨체스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시작한다. 

 

라이프 오브 파이
책으로 익숙한 ‘라이프 오브 파이’는 영화에 이어 내년 웨스트엔드에서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사진은 영화 스틸컷(사진제공=20세기폭스코리아) ‘

 

1987년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고등학생 맥플라이가 괴짜 발명가 브라운 박사가 발명한 스포츠카를 타고 시간을 넘나드는 SF 코미디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사랑과 영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의 뮤지컬 프로듀서 콜린 잉그람, 한국의 CJ ENM 등 20여개 제작사들이 투자했다.

‘타임’지에 따르면 맨부커상 수상작인 얀 마텔의 ‘라이프 오브 파이’도 내년 6월 22일 웨스트엔드에서 연극으로 초연된다. 태평양 한가운데서 화물선이 침몰하며 살아남은 16세 소년 파이와 굶주린 하이에나, 다친 얼룩말, 오랑우탄 그리고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한 구명보트에 올라 표류하게 되는 모험담이다. 2012년 이안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아카데미 감독상, 촬영상, 시각효과상, 음악상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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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보디가드’(사진제공=CJ ENM)
CJ ENM 미국 공연사업팀의 최윤하씨는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할리우드 영화는 수십년 동안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해왔다”며 “최근 들어 영화를 뮤지컬화하는 현상이 유독 더 눈에 띄는 이유는 뮤지컬 최신작들의 원작 영화들이 바로 현재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소비하는 대중들에게 익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브로드웨이 관객의 평균 나이는 약 41세(아동관객 포함)”라며 “그들이 어려서 즐겨 봤고 할리우드를 필두로 한 미국문화가 전세계 대중문화를 주도하던 1980-90년대에 사랑받았던 영화들이 뮤지컬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현상을 전했다.

더불어 “기술의 발달로 시청각적 쾌감과 광범위한 세계관을 제시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프렌차이드 물과 인물 간 특수 관계나 독특한 내면을 세밀하게 파고드는 아트하우스 영화로 양분되면서 매력적인 캐릭터, 명료한 기승전결을 가지고 있고 보편적 정서에 호소하는 드라마나 로맨틱 코미디가 줄어든 현상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며 “스토리와 노래가 공존해야 하는 뮤지컬이라는 장르 특성에는 1980~90년대 미국영화들이 적합하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덧붙였다.

1990년대 디즈니가 뮤지컬로 무대에 올린 ‘미녀와 야수’ ‘라이언킹’, 유니버설이 제작한 ‘위키드’의 잇단 성공 후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자본이 브로드웨이로 유입되는 시장상황도 영화 원작 뮤지컬 증가추세에 한몫했다. 최윤하씨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보유한 영화 콘텐츠들을 가지고 공격적으로 뮤지컬 시장으로 진입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익숙한 콘텐츠의 뮤지컬화, 풀어야할 숙제들

뮤지컬 영웅본색 메인 포스터_제공 빅픽쳐프러덕션
뮤지컬 ‘영웅본색’(사진제공=빅픽처프러덕션)

“중장년층은 물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사랑받으면서 퀸의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퀸의 음악을 뮤지컬에 녹이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김장엽 연출의 토로처럼 잘 알려진 콘텐츠를 재료로 뮤지컬을 만드는 데 넘어야할 할 장벽은 역시 원작이다. 자칫 원작 팬들을 비롯해 뮤지컬 관객들에게까지 외면당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수키컴퍼니의 송가란 대리 역시 “원작의 무게가 커서 생각보다 넘어야 할 허들이 너무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 중장년층만을 공략한 콘텐츠로 전락할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한 1990년대생 뮤지컬 관객은 “사실 ‘영웅본색’ ‘무간도’나 주윤발, 장국영, 유덕화, 양조위, ‘여명의 눈동자’ 등에 대해 들어는 봤지만 구체적으로는 잘 모른다”며 “그런데 뮤지컬로 만들어진다고 하니 궁금해지고 원작을 찾아보거나 정보를 검색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그들의 호기심이나 기대에 못미치는 만듦새나 “도무지 이해할 없는 정서와 상황들”로 공감받지 못하는 작품들이 실제로 적잖이 존재한다.

이에 한 뮤지컬 관계자는 “익숙하다거나 뉴트로가 트렌드라고 해서 옛 것을 무작정 무대화하지는 않는다”며 “이 시대에 해야 하는 혹은 할 수 있는 이야기인가의 판단이 더 중요한 듯하다”고 조언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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