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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일하는 엄마 당당함 보여주세요"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브랜드-유 리더십센터 이진아 소장

입력 2019-11-18 07:00
신문게재 2019-11-18 18면

우리나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출산이나 육아 시기에 일자리를 잃는 ‘경력 단절’, 많은 여성이 겪고 있는 문제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작년 여성 고용률은 50.9%다. 연령별로 보면 25~29세 여성의 고용률은 70.9%에 달하지만 30~34세 62.5%, 35~39세 59.2%로 줄어든다. 경력 단절 사유로는 결혼이 34.3%로 가장 많았고 육아 33.5%, 임신 및 출산 24.1%, 가족 돌봄 4.2% 자녀교육 3.8% 순이다. 항목은 다르지만 모두 일-가정 양립과 관계됐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출산·육아의 벽을 넘지 못하고 퇴사를 고민하는 여성들이 많다. 결혼 후 육아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한 30대 여성이 겪는 차별적 상황을 그린 영화 ‘82년생 김지영’ 여전히 뜨거운 주목을 받은 이유도 이러한 현실과 맞닿아 있다. 

 

사진
이진아 소장 [제공=브랜드-유 리더십센터]

‘브랜드-유 리더십센터‘의 이진아 소장(50)는 이런 고민을 하는 워킹맘들에게 “인생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염두하고, 무엇을 위해 퇴사 혹은 일을 해야 하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7일 서울 서초구에서 만난 이 소장은 “모든 역할을 완벽히 해낼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인생을 멀리 내다보고, 내 의지에 따라 방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치않은 경력 단절”…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두번째 직업



이 소장은 자녀 출산 전엔 고등학교 교사로, 출산 후엔 리더십 강사로 일하면서 자녀를 키워낸 워킹맘이다. 20대 후반, 임신·출산을 계기로 경력단절을 겪었다. 2년 여의 공백기가 지독히 힘들었던 이유는 원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삶이 흘러갔기 때문이다. “여성 경력관리에 관한 강의라면 강의료 안따지고 전국 어디든 달려갔다”는 그는 어떻게 아이를 기르며 자기 일을 지켜낼 수 있었을까.

“학교를 옮기는 과정에서 일을 쉬게됐는데, 그 때 임신을 하면서 경력이 단절됐어요. 복귀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개인적인 문제도 있었고, 또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라는 점도 걸림돌이 됐죠.” 가정 내에서도, 사회에서도 여성은 가정에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 전업주부로서의 삶을 원한 적이 없었기에 의지와는 상관없이 집에서만 있으려니 사회와 격리된 듯 답답함을 느꼈다. 그래서 대학원엘 진학해 여성학을 공부했다고. “학창시절 교과서에선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면 자기일을 갖고 직업인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배웠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어요. 제 딸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 사회와 여성에 대해 공부하고, 원인과 해결책을 찾고 싶었습니다.”

대학원 과정을 마친 그는 국내 한 직무교육기관에서 여성·아동학 강사로 업계 첫 발을 내딛고 2006년 브랜드-유 리더십센터를 개소, 16년 째 강의활동하고 있다. 공직자,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경력·리더십 관리, 양성평등 교육, 성인지감수성 함양, 아동청소년 소통 등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한다.

◇완벽강박 버리고 현실파악 노력해야

육아휴직이나 휴직 후 복귀를 앞둔 여성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그는 “여성인재 아카데미에서 육아휴직 전·후 여성 대상 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복귀 후 자신의 위치가 애매해질까 봐 퇴사를 고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는 완벽함에 대한 강박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복직이나 재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일과 육아의 양립이더군요. 일하면서도 지금과 같은 가정생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에 부담감과 불안감이 있는데, 저는 당연히 균열이 생기고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몸을 둘로 쪼갤 수는 없잖아요.” 그는 “아이가 커갈수록 일과 가정의 양립이 수월해지는 만큼 초기에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것도 방법”이라고 귀뜸했다.

재취업을 준비하는 경력단절 여성들에게는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간혹 예전에 잘나갔던 나의 모습을 생각하고 복귀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 동안의 공백 또는 새로운 업무 적응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다시 시작하는 만큼 내 실력과 대우가 전과 같을 순 없어요.” 재취업에 성공했더라도 조직 적응이란 숙제가 남는다고. “특히 새 조직에선 과거 사회 경험, 연차를 내세우면 적응이 힘들어요. 사회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1~2년만 쉬어도 적응이 어려울 수 있으니 충분한 연습을 거쳐 미숙함을 극복해야 합니다.”

여성들이 직장에서의 발전을 꿈꾼다면 네트워크 형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리천장에 갇히지 않기 위해선 직장생활의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상사와 동료,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나를 기꺼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직장에서 여성들에게 부족한 점 중 하나가 네트워킹이죠. 여성, 특히 기혼 여성은 소위 말하는 ‘사내 정치’, ‘라인타기’에 관심이 없고 이런 것들에 엮이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내정치가 옳고 그름을 떠나, 인간관계를 맺고 활용하는 스킬은 리더십 발휘를 위한 핵심 역량중 하나이자 현실적으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회사도 조직이잖아요. 인맥관리와 회사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파악과 그에 따른 전략적 판단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겁니다.” 특히 4차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하면서 사회에서 정보와 협동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그는 리더를 준비하는 여성이라면 리더십에 대해 연구하고 나를 인정하고 키워줄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경력 쉽게 포기마세요”

많은 워킹맘이 ‘내 아이가 정서 불안을 겪거나 또래에 비해 뒤쳐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한다. 학부모 모임에 참여하기 어렵고 육아나 교육에 대한 정보 교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엄마의 희생만을 강조하는 잘못된 모성 이데올로기라고 지적한다. “엄마가 죄책감이나 불안감을 느끼면 안됩니다.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아이도 엄마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이 생기거든요. 일하는 멋진 엄마로서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에 집중하세요.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정서가 안정된다는 것도 근거 없는 얘깁니다. 사회의 잘못된 강요죠.” 그는 또 아이와 함께 보내는 절대적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하는 시간에 어떠한 관계를 맺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애정 표현 등 관계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인식과 기업 조직문화의 변화가 꼭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혼 여성에 대해 ‘몸 사린다’거나 ‘능력이 없다’로만 여기는 분위기도 바꿔야 한다. 아직까지 맞벌이 부부라 하더라도 ‘집안 일은 여자 몫’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피곤에 지쳐 퇴근한 엄마가 아이에게 짜증내며 홀로 집안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사회와 남녀의 인식이 바뀌어야 경단녀가 줄어들 것입니다. 여성도 육아가 남녀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일이란 ‘나를 나답게 하는 것’. 그는 경력을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지금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퇴사 혹은 재취업을 결정하지 마세요. 퇴사 후에 어떻게 될지, 취업 후 5년 뒤, 10년 뒤 내 모습은 어떨지, 어떤 생활이 펼쳐질지를 상상해 보고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내 의지대로 행동하세요.”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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