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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다음 생은 도로로 태어나렴"…인도에선 플라스틱도 '환생'

[권기철의 젊은 인도 스토리] 쓰레기로 몸살 앓는 인도(하) 한국에도 사업기회 줄 인도 쓰레기

입력 2019-11-18 07:00
신문게재 2019-11-18 15면

인도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는 더 이상 천덕꾸러기가 아니다. 거리와 골목을 뒤덮던 인도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갑자기 보물이 된 것이다. 인도발 ‘플라스틱 쓰레기 혁명’으로 플라스틱 재활용 방법이 개발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돈 주고 수거하게 되고 너도나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팔게 되었다.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플라스틱 재활용 프로그램으로 폐기물 수거업자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정부 보조로 구입한 장치로 플라스틱을 처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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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을 재료로 포장된 도로임을 알리는 인도 현지의 표지판. (사진=PTI)

 

 도시지역에서 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도로 건설에 사용하는 책임을 지는 곳은 도시마다 있는 플라스틱 집적 센터다. 도시마다 설치된 이 센터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집하고 세탁-건조-재단(가공)하는 3단계의 공정으로 플라스틱을 처리하고 있다. 집적 센터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1㎏당 6~7루피(약 94~109원)에 매입한다. 때문에 요즈음 인도의 각 도시 골목골목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일사불란하게 모으고 있는 모습들을 흔히 보게 된다.


모여진 폐플라스틱은 오염물질을 모두 제거한 뒤 화학처리를 거쳐 재단기로 잘게 자른다. 그 후 가열 처리가 된 플라스틱은 아스팔트에 투입될 수 있도록 가공된다. 이렇게 가공된 플라스틱은 섭씨 160도까지 가열된 아스팔트 혼합물에 투입되고 플라스틱-아스팔트 혼합물은 도로 포장에 쓰이게 된다.



도로 여건에 따라 도로 포장에 사용되는 재료의 10~30%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대체된다. 아스팔트와 플라스틱은 모두 원료를 석유로 하기 때문에 함께 잘 배합이 되어 사용하기 쉽다. ‘인도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라는 칭호를 2차례 획득한 마디야·프라데쉬 주의 도시 인도르(Indor)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100% 재활용되고 5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총 연장 45㎞의 도로 건설에 이용됐다.

인도 북부 보팔의 한 재활용센터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강한 바람을 맞혀 오물을 털어내고 그 뒤 재단기에 넣어 잘게 썰어 이용할 수 있게 만든다. 그 뒤 도로에 사용되는 아스팔트에 10% 정도 비율로 섞어 이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가공료를 감안해도, 같은 양의 아스팔트 가격에 비해 3분의 1 이하 가격으로 저렴한 도로 건설 자재가 된다.

게다가 플라스틱을 가공해 넣어 만든 아스팔트는 기존 아스팔트보다 내구성이 더 좋다. 보팔 도로 건설을 담당하는 주 지방도로개발공단 산제이 슬리바스타바는 “이렇게 만든 도로가 빗물에 더 강하고 내구성도 높아져 도로의 살인자 포트홀도 더 적어졌다”고 말했다. 보팔시는 다리 건설에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활용하고 있다. 플라스틱과 아스팔트 조합으로 만들어진 도로는 환경 친화적인 것이 분명하다. 플라스틱과 재생 불가능한 화석연료인 아스팔트 사용을 줄이면 간접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어들게 된다.

플라스틱은 일상 속에 파고들어 있어, 사람들의 삶에서 플라스틱이 없어지는 날은 먼 훗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름들은 최소한 환경을 위한 3R - Reduce(쓰레기를 줄이고), Reuse(재활용하고), Recycle(재자원화 한다)-을 실천하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매립되거나 물 속에 버려지거나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사용해 도로를 건설할 수 있다면 플라스틱 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이 지구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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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모디 총리가 범 정부 차원의 쓰레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총리실 트위터)

 

인도 정부는 플라스틱 쓰레기 매입과 플라스틱 쓰레기를 넣은 아스팔트 건설 등을 전국적으로 본격화시킬 계획이다. 29개 주 가운데 25개 주도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규제를 시작했다. 중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서는 비닐 봉투와 1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금지하고, 위반하는 업자에겐 벌금형이나 금고형을 부과하고 있다. 남부 카르나타카주 정부는 도로 포장에서 플라스틱을 아스팔트와 섞어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인도 정부는 2022년까지 1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국내에서 완전히 추방하기로 하고 플라스틱 사용 금지법을 제정했다. 플라스틱 금지법은 요식업, 식품 배달업, 소매업 등 소비자와의 접점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인도의 대표적인 배달업체 조마토(Zomato), 스위기(Swiggy)는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이 박스나 옥수수 전분으로 포장재를 바꿨다. 슈퍼마켓 채소류 코너에서는 비닐 대신 종이봉투를 비치했다. 인도의 대표적인 대형마트 체인 ‘빅바자(Big Bazarr)’의 일부 매장은 과일, 채소류 코너에 생분해성 플라스틱 비닐봉지를 비치했다. 잘 찢어지는 종이 봉투에 비해 신축성이 좋고 많은 물건을 담을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일회용 플라스틱 대체품들의 낮은 품질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카페에서 흔히 쓰이는 종이 빨대는 음료를 다 마시기도 전에 흐물흐물해지거나 찢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바이오 빨대는 열에 약해서 뜨거운 음료는 사용이 어렵다. 일부 종이컵들은 음료를 담자마자 새어버리는 등 품질 상의 문제가 자주 발생하곤 한다.

때문에 플라스틱 금지법에 대한 반대 여론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인도 플라스틱 생산 기업은 약 3만 개, 종사자 수는 400만 명 가량으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플라스틱 금지법이 이미 시행됐던 마하라스트라주에서는 플라스틱 금지로 인해 약 30만 명의 실업자와 1500억 루피(2조 4천억 원)가 넘는 손실이 야기될 것으로 예상돼 크게 반발하고 있다.

높은 비용 때문에 일회용 비닐을 생분해성 비닐이라고 속여 파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남부 타밀나두주는 일회용 플라스틱 대신 바나나 나뭇잎, 알루미늄 호일, 유리·스테인리스·목재 식기류, 천 가방, 도자기 등을 플라스틱 대체품으로 권장하고 있다. 이를 공급하는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1회용 플라스틱의 대체품으로 부각되는 바이오 플라스틱은 환경호르몬을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쉽게 분해되며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도 내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라 관련 생산기업 수가 매우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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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에서는 플라스틱을 모아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PTI)

 

인도의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은 쓰레기 봉투가 가장 흔하고 위생용품 등이 두 번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생산 기반 시설이 부족하고 생산 비용이 높은 인도에서 바이오 플라스틱은 광범위하게 일반화되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편의성 면에서 기존의 1회용 플라스틱이 가지고 있는 장점에 아직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기술적인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따라서 인도 플라스틱 대체품 시장은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 제고와 일회용품 사용 규제의 영향으로 전망이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체품 시장은 쓰레기 봉지, 빨대 정도로 범위가 좁지만 앞으로 더 다양한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격과 품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을 수 있는 획기적 신제품 개발이 요구된다. 플라스틱 규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하고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기 때문에, 우리기업들이 인도 시장진출을 추진하기 적절한 시점이라는 반응도 있다.

한국 환경기술 및 혁신기술 기업뿐만 아니라 인도의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기업의 인도 시장 진출 역시 생각해 볼 만하다. 사회공헌법이 시행되면서 이 분야에 대한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 뿐만 아니라 투자나 지원금에 대한 여유도 넉넉해졌다. 한국의 뛰어난 재활용 기술을 바탕으로 인도와 기술협력 또는 공동연구 진행도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분리수거가 일상이 돼 있고 OECD 국가 중 재활용률 2위를 자랑하는 재활용 강국이다. 따라서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을 통해 인도에 한국의 쓰레기 처리기술을 전수하고 이것을 비즈니스화 한다면 다양한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쓰레기 문제, 우리에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기철 객원기자 speck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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