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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짜리 그림 찢은 뱅크시, 팝업스토어 왜 열었나

입력 2019-11-25 04:20

미술도 자본의 논리에 잠식당한 시대에 미술계의 상업화와 엘리트주의를 비판하는 예술가가 있다. ‘얼굴 없는 예술가’, ‘예술 테러리스트’라는 별명을 가진 ‘뱅크시(Banksy)’가 주인공이다.



뱅크시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예술 활동을 통해 사회풍자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미술시장에선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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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의 ‘위임된 의회’. (사진=연합뉴스)

 

◇ 영국 의회 풍자한 ‘위임된 의회’ 146억 낙찰

지난 3일 뱅크시의 작품 ‘위임된 의회(Devolved Parliament)’가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예상가(150만~200만 파운드)의 5배에 달하는 987만 파운드(약 146억 원)에 낙찰됐다.

뱅크시의 캔버스 작품 중 가장 큰 ‘위임된 의회’(가로 4.2m, 세로 2.5m)는 영국 하원 회의장을 가득 채운 침팬지가 양쪽으로 갈라져 마주보는 모습을 담고 있다.

2009년 브리스틀 박물관에서 처음 공개됐던 이 작품은 브렉시트(Brexit) 예정일을 앞둔 올해 3월 29일 같은 장소에 다시 걸려 6개월간 전시됐다.

이 작품은 브렉시트와 관련해 행보를 결정하지 못하는 의회를 비꼬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며 더 이슈가 됐다. 소더비의 알렉스 브랑식은 “뱅크시는 우리 사회의 가장 복잡한 정치적인 상황을 단 하나의 이미지로 뽑아냈다”고 평했다. 

 

풍선과 소녀 파쇄장면
뱅크시의 작품 ‘풍선과 소녀’가 파쇄되는 모습. (사진=뱅크시 홈페이지)

 

◇ ‘풍선과 소녀’ 파쇄한 뒤 유명세

뱅크시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 그의 회화 작품 ‘풍선과 소녀(Girl With Balloon)’가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된 직후부터다. 그는 액자 안에 설치된 분쇄기로 15억원에 낙찰된 그의 작품을 찢어버렸다.

이 일을 계기로 작품은 손상됐지만 뱅크시의 가치는 올라가게 됐다. 이후 이 작품은 ‘쓰레기통 속의 사랑’이라는 새 작품명을 얻었다. 

 

뱅크시 팝업스토어와 작품
(왼쪽부터) 뱅크시의 팝업 스토어 ‘국내 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사진=Shutterstock). 뱅크시의 ‘조기 교육 숫자 세기 세트’. (사진=AFP)

 

◇ 팝업 스토어 연 뱅크시, 속내는

이처럼 미술계의 과도한 상업화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여온 뱅크시가 최근 상반된 듯한 행보를 보여 또다시 이슈의 중심에 섰다. 런던 남부 크로이던에 ‘국내 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란 이름의 팝업 스토어를 연 것.

쇼윈도 형식의 이 매장은 출입이 불가능하다. 매장 안에 진열된 작품을 보고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미술의 상업화를 비난해온 그가 갑자기 작품을 판매하겠다고 나선 이유가 뭘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가 변심한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상업적으로 독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품 판매를 결정했다. 한 연하장 카드회사가 뱅크시의 이름을 브랜드화해서 상품을 판매하려고 시도했다. 이를 안 뱅크시는 변호사로부터 아티스트 본인이 상점을 열면 상표를 보호할 수 있다는 법률적 조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뱅크시는 이번에 판매할 작품을 통해 사회 부조리를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조기 교육 숫자 세기 세트’라는 이름의 교구는 앙증맞은 외관과는 달리 이민자들의 아기를 트럭에 실으며 숫자를 세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온라인 스토어의 도메인은 이미 만들어졌지만 아직 물건이 판매되고 있지는 않다. 판매 수익금은 난민 구조선 구입에 기증될 예정이다.

홍보영 기자 by.hong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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