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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바닥난 일자리 안정자금, 명분과 실리 균형 찾아야

입력 2019-11-26 14:13
신문게재 2019-11-27 23면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인건비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이 바닥을 드러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현실을 보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충격을 완화한 것도 아니다. 구색 갖추기처럼 예산을 편성한 것, 국민 용돈 주기 식으로 예산이 집행된 것이 문제였다. 명분과 실리 사이의 괴리가 현저해지고 있다.

올해는 수요 예측에도 실패해 낮춰 잡은 자금은 고갈됐다. 지원 실적이 적어 미집행 금액이 4600억원에 달했던 지난해와 상반된 결과다. 초기에는 지원금 혜택보다 4대보험 가입 등의 부담으로 고용주들이 꺼렸다. 올해는 신청자가 몰리면서 예상보다 90만명 이상 상회한 상태다. 한시적 사업이고 ‘긴급한 상황’이라며 3년 연속 2조원 대의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받았다. 그러나 이것이 고용 유지를 위한 진통제처럼 쓰인다면 실리를 따져 잘 맞지 않고 명분도 못 살렸다고 할 수 있다. 이럴 바에는 시장가격을 올리면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경제 상식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이 취업취약계층에 독이 되기도 한다. 명분을 잘못 좇은 결과물이다.

당초 시행이 불가피하다고 본 논리는 최저임금에 따른 경영 악화로 근로자가 해고될지 모른다는 발상에서 비롯됐다. 지금은 그때보다 일자리 안정자금의 명분을 축적할 근거가 더 희박하다. 결정적으로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16.4%, 10.9% 인상한 최저임금 충격을 적절히 완화하지 못했다.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사업은 국회에서 심사가 보류 중인 가운데 야당은 내년 예산에서 일자리 안정자금의 전액 삭감을 주장한다. 내년 임금인상률은 2.9%로 상대적으로 낮아진 상황이다. 지원 액수를 내년에 4만원 낮춰 9만원으로 책정하더라도 넘어야 할 벽은 통과해야 한다. 고용에 미치는 효과가 미약하다면 재정 투입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의 출발점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으로 회귀한다. 몇 년 안으로 ‘페이드아웃(서서히 줄여 없앰)’ 계획이 있더라도 소상공인과 영세 사업주 부담을 줄이고 고용 안정에 실제 도움이 됐는지 살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신생·창업기업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라고 조언한 바 있다. 생산성 제고가 안 된다고 봤다는 뜻이다. 저소득층 소득 증대와 관제 일자리 아닌 시장 일자리 창출 효과가 안 나타난다면 맥을 잘못 짚은 정책이다.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재정 확장이지만 엄연히 공적 부담이다. 이제라도 실리와 명분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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