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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스웨덴에서 온 스트리밍 오디오북 ‘스토리텔’…침체하는 출판시장의 탈출구 될까?

입력 2019-12-01 14:30

스토리텔
북유럽 대표 오디오북 스트리밍 서비스 ‘스토리텔’(Storytel)이 한국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왼쪽부터 스토리텔 글로벌 퍼블리싱 총괄 헬레나 구스타프슨, 박세령 한국지사장, 엘린 톨스텐슨 아태지역 총괄(사진제공=스토리텔)

 

“스토리텔 그룹에서는 한국시장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제반적인 IT환경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기에 적합하고 구독 모델에 익숙한데다 결제 시스템도 편하게 잘 돼 있기 때문이죠.”



2005년 출범해 전세계 20여개국에서 스트리밍 북 서비스를 론칭한 스웨덴의 스토리텔(Storytel)이 한국에 상륙했다. 한국 상륙까지 2년여의 컨설팅을 책임졌던 스토리텔의 인용인 이사는 스웨덴 본사에서 한국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로 잘 구축된 IT환경, 구독 모델에 익숙한 이용자들, 용이한 결제 시스템을 꼽았다.

이어 “스토리텔에는 이미 18개국에 론칭하면서 20여년간 쌓아온 데이터가 있다”며 “각 나라별 서비스 론칭의 가장 큰 허들은 구독 모델에 대한 이해도와 결제의 편이성인데 한국은 그 모두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토리텔
스토리텔은 한달 1만1900원으로 5만여개의 오디오북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11월 28일 한국에 서비스를 론칭한 스토리텔은 2005년 요나스 텔렌더(Jonas Tellander)와 존 하우크손(Hon Hauksson)이 설립한 오디오북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으로 2008년 영국의 TV프로그램 ‘드래곤스 덴’(Dragon’s Den)을 통해 투자를 받아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3년 오디오북 출판사 스토리사이드(Storyside)를 설립했고 다음해에는 스웨덴의 유명 출판사 노르스테츠(Norstedts)를 인수했다.

나스닥 유럽에 상장한 스토리텔은 시가총액 87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까지 19개국, 20여개 언어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유료가입자는 100만명에 이른다.

“한국시장이 독서 인구는 많지 않지만 스토리텔은 넷플릭스, VOD 서비스 등 전체 엔터테인먼트 시장과 경쟁구도를 이룹니다.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디오북의 재미를 알기까지는 오래 걸리지만 일단 중독되면 계속 듣게 되기 때문이죠.”

인용인 이사의 전언처럼 스토리텔은 단순한 오디오북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이라기보다는 ‘일상과 함께 하는 이야기’를 추구한다. 11월 28일 서울 중구 CGV명동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스토리텔 아태지역 총괄 엘린 톨스텐슨(Elin Torstensson)은 “산책을 하거나 커피를 마실 때, 가족과의 시간 등에서도 훌륭한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전세계 34만권 이상 종수의 서적 무제한 듣기와 읽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저희 기업의 모토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훌륭한 이야기로 공감하고 창의력을 발휘하는 더 큰 세상”이라고 소개했다.

박세령 스토리텔 한국지사장 역시 “책이 아닌 이야기로 접근하는 서비스”라며 “책 읽기를 권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모든 이들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하는 것이 목표”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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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대표 오디오북 스트리밍 서비스 ‘스토리텔’(Storytel)의 엘린 톨스텐슨 아태지역 총괄(사진제공=스토리텔)

 

글로벌 퍼블리싱 총괄 헬레나 구스타프슨(Helena Gustafsson)은 스토리텔에 대해 “전세계 800개 이상 출판·유통사와의 계약을 통해 34만 종 이상을 서비스하고 있다”며 “광범위한 카탈로그를 확보해 모두가 자기에게 맞는 오디오북을 발견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미션”이라고 털어놓았다.

“콘텐츠도 왕이지만 오디오북에서 내레이터의 중요성은 70%에 이릅니다. 이에 저희들은 내레이터를 오디오북의 영웅이라고 부르죠. 내레이터만이 이야기를 살아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책에 맞는 내레이터 선정이 성공을 보장하죠. 내레이터의 중요한 자질은 목소리를 프로페셔널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과 이야기에 감정을 불어넣는 재능입니다. 대부분 국가에서 배우들이 가장 잘 하죠.”

헬레나 총괄의 발표에 따르면 서비스를 론칭한 18개 국가 중 ‘영어’가 공용어 중 하나인 싱가포르와 인디아를 제외하고는 현지어 소비가 월등히 높다. 더불어 2019년 보유한 현지어 오디오북 중 93% 이상이 한번 이상 완독되기도 했다. 더불어 18개 국가 시장 모두 신간 보다는 구간(출간된 지 오래된 책) 소비가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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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대표 오디오북 스트리밍 서비스 ‘스토리텔’(Storytel)의 글로벌 퍼블리싱 총괄 헬레나 구스타프슨(사진제공=스토리텔)

“무제한 스트리밍 모델이 소비자를 책과 더 자주 상호작용하게 권장하고 있고 저희가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고객 맞춤형 추천 서비스 때문입니다. 글로벌 소비의 80% 이상이 스토리텔이 선정한 250개 베스트리스트 외에서 발생하고 있죠. 출판사에는 희소식일 거예요. 출판사가 보유하고 있는 이전 책들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전한 헬레나 총괄은 “저희 스웨덴에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토레텔 뿐 아니라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유저 22%가 지난 3개월 동안 서점에서 책 구매를 했다”며 “오디오북을 사용하지 않는 고객의 책 구매비율은 16%”라고 덧붙였다.

 

이에 엘린 아태지역 총괄은 “저 역시 오디오북을 통해 접한 좋은 책이 있다면 (오디오북을) 이용하지 않는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 책을 구매하곤 한다”고 말을 보탰다.

스토리텔의 박세령 한국지사장은 모바일 게임 캔디크러쉬, 넷플릭스 등의 한국 진출 및 아태지역 진출 당시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했던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스토리텔의 한국 진출 전략을 ‘글로컬’(Global+Local)이라고 표현했다.

“어떤 엔터테인먼트와 경쟁해도 뒤쳐지지 않는 선택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프로덕션, 콘텐츠, 마케팅의 세 축이 잘 맞아야 하죠. 로컬에 적합한 콘텐츠 수급과 완성도 높은 오디오북 제작이 미션이에요. 스토리텔의 차별점은 서머리나 팟캐스트 형식이 아니라 한명의 성우가 책 한권 완독을 추구한다는 겁니다.”

그리곤 “지금은 ASMR의 시대”라며 “영국의 ‘해리포터’는 유명 연극배우 스티븐 프라이가 7권을 다 읽어준다. 더불어 오프라 윈프리, 힐러리 클린턴, 리즈 위더스푼 등은 자서전을 직접 읽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저희의 마케팅 미션은 브랜드 알리기가 아니다”라며 3가지 마케팅 미션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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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대표 오디오북 스트리밍 서비스 ‘스토리텔’(Storytel)의 박세령 한국지사장(사진제공=스토리텔)

 

“왜 오디오북을 읽어야하지는 장점과 내 일상에 필요한 이유, 맥락 등을 설명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두 번째는 어떤 콘텐츠를 즐길지 제안 드리는 것이고 마지막이 왜 스토리텔인지를 설득하는 것이죠.”

 

박세령 지사장의 미션 설명에 헬레나 총괄은 스토리텔에 대해 “도서소비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 출판시장에서 가장 훌륭한 대사 역할 수행한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 이어 박세령 지사장은 “저희에게 중요한 건 콘텐츠”라며 “결국 기존 출판업계와의 상생, 오디오북 제작, 마케팅 등으로 국내 시장의 외형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출판사들도 콘텐츠의 정당한 로열티를 가져갈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게 저희 미션입니다. 한달 구독료 1만1900원은 프리미엄 가격이에요. 넷플릭스나 음원 등 스트리밍 정액제의 한계는 분명 있지만 창작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생태계 안에 있는 이들이 윈-윈하려면 프리미엄 프라이싱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입니다. 그 가격에 부끄럽지 않은 좋은 콘텐츠 구비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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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대표 오디오북 스트리밍 서비스 ‘스토리텔’(Storytel)에 대해 글로벌 퍼블리싱 총괄 헬레나 구스타프슨이 프레젠테이션 중이다(사진=허미선 기자)
박세령 지사장 전언으로는 현재 스토리텔에서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한국어 오디오북은 5000여권이며 영어 원서까지 포함하면 5만여권에 이른다.

“현재는 많은 책을 수급할 수 있는 출판사, 대형 서점 등과 얘기 중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서비스에서도 팟캐스트나 짧은 뉴스 콘텐츠, 개인 작가, 독립 출판 등과도 일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한국 역시 시장의 외형이 성장하면 고려할 예정입니다.”

박세령 지사장의 말에 인용인 이사는 “출판사 측에서 도서나 글을 보내주시면 내부적으로 리뷰를 하고 오디오북이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계약을 체결한다”며 “이는 저작권 계약으로 오디오북을 만들고 유통할 수 있는 권한을 스토리텔에 준다. 그 대가는 통상적인 출판물 인세율보다는 높다”고 귀띔했다.

“내레이터 선정 과정부터 오디오부스 녹음진행, 편집 및 마스터링 등의 과정을 거쳐 스토리텔 플랫폼에서 유통이 시작됩니다. 작가의 저작권료는 저희와 대표로 계약한 출판사에서 지급하는 방식이죠. 출판사가 작가와 스토리텔 사이에서 에이전트 역할을 해주시는 셈이죠.”

이어 “계약부터 오디오북 제작, 유통까지는 보통 3개월 정도 걸린다”며 “이후 한국 도서들을 다양한 언어로 번역해 서비스할 생각도 있다. 실제로 한국어에 관심 있는 분들도 많아서 영어는 물론 제3언어도 국가별 수요에 따라서 번역해 서비스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신문사나 미디어와 관련한 저널리즘 콘텐츠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기획기사 등은 팟캐스트로 에피소드화하기도 좋은 콘텐츠죠. 현재 한국의 오디오북 시장은 걸음마 단계로 유료가입자 수 늘리기와 보다 많은 책을 오디오북으로 제작하는 게 중요합니다. 객관성을 확보할 정도의 사용자들 데이터가 모이면 보다 다양한 콘텐츠 전략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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