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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13억 배불린 모디의 뚝심… 'G3 강국'에 도전하는 모디

[권기철의 젊은 인도 스토리] (상) 인도만의 해법으로 정치경제 대국화

입력 2019-12-09 07:00
신문게재 2019-12-0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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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7년이면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의 거상(巨商)’ 인도. HSBC(홍콩상하이뱅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인도가 2028년까지 경제 규모에서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극적인 성장을 견인하는 이가 2019년 5월 총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다. 인도를 G3에 오를 잠재력을 가진, 정치·경제 강국으로 만들고 있는 모디 총리의 정책과 그 배경을 알아보고, 향후 우리는 인도와 어떤 관계를 형성해 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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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인도를 표방하는 모디 총리의 재선으로 인도가 미국 중국에 버금갈 G3 국가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았다.

 


◇ 짜이(Chai, 차) 판매상에서 총리가 된 사나이 모디



모디는 1950년 9월 17일생으로 봄베이주(현 구자라트주)에서 셋째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시골 버스터미널에서 아버지와 함께 차를 팔며 평범한 일상을 보냈는데, 토론에서 만큼은 천부적인 자질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8세 때부터 RSS(Rashtriya Swayamsevak Sangh)라는 단체에서 활동했는데, 기자들이 이에 관해 질문하면 모디 총리는 거의 입을 다문다. 극우 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RSS는 현 인도의 집권당, BJP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모디 총리는 2001년부터 2014년까지 구자라트주 총리 시절, 탁월한 경제 성과를 낸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현지서 일어났던 반 이슬람주의 대규모 폭력사태에 연루된 극우 힌두 민족주의 단체를 지원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심지어 2002년 구자라트 학살 사태의 진짜 배후가 모디라는 소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모디 총리는 카스트 계급이 하위 계급인 간치(상인)로, 식료품·잡화상 집안 출신이다. 어릴 때 터미널에서 형제들과 노점상을 차렸으며, 20대 때에는 인디라 간디 총리의 독재에 맞서 싸운 이력이 있다. 35세 되던 1985년에 BJP(인도 인민당)에 입당해 정치 생활을 시작했고, 구자라트주 총리로 최장기간 재임하는 동안 쌓아 올린 눈부신 업적을 바탕으로 2014년에는 인도 총리로 취임했다.

여러 반론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총리 취임 이후 인도 경제를 잘 이끌어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 총리 재임 당시 구자라트 주의 제조업을 육성해 경제성장을 이뤄낸 것처럼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정책을 통해 인도의 제조업을 육성 중에 있으며 외국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인도의 2017년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619억 6000만 달러로 그가 집권하기 한 해전인 2013년의 280억 달러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제조업 생산액 역시 2017년 기준으로 총리 취임 전인 2013년 대비 40% 가까이 성장하는 등 모디의 경제 개혁은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의 인기를 반영하듯, 50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그의 트위터 팔로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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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총리는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을 높이 평가하며 배울 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한-인도 정상회담에서 모디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이 악수하는 모습. (연합)

 


◇ 1억 개의 화장실을 만들고 고속철을 달리게 만드는 뚝심

주 총리 때 모디 총리는 구자라트를 경제 특구로 지정 받아 이른바 ‘구자라트 모델’로 높은 성장을 실현했다. 2001년 주 총리 취임 후 대규모 외자 유치와 대대적인 구조개혁 등을 통해 연평균 성장률을 13.4%까지 끌어 올렸다.

인도 총리가 된 후에도 그는 강한 카리스마와 국민 지지를 배경으로 1억 개의 화장실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또 갑자기 인도 전역에 유통되고 있던 고액권을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충격 요법을 실시하는 등 혁신적인 정책으로 인도에 큰 변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인도 서부에는 고속열차를 설치해 인도를 한 번 더 업그레이드 시키려 하고 있다. 이 고속열차는 구자라트주의 주도 아메다바드와 경제수도 뭄바이를 잇는 것으로 2022년 말 개통 예정이다.

그런 모디가 올해 5월 총선에서 압승해 총리로 재선되었다. 2014년 모디의 집권은 1947년 독립 이후 오랜 시간에 걸쳐 계속된 간디 가문의 국민회의에 의한 ‘빈자를 위한 정치’가 종말을 맞았음을 의미한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치만으로는 더 이상 인도가 발전할 수 없다는 절박감 속에서, 인도를 이끌 강한 지도자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모디 연임에 의해 지금까지 인도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도가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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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환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모디 정부가 제안한 공중 화장실 모델. (사진=슬랍 국제 화장실 박물관)

 


◇ 인도, 미국과 중국 사이 균형추로 부상


세계는 지금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양극화 시대의 한 복판에 있다. 2019년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이 정보 통신과 무역 분야에서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은, 미래 세계의 패권 국가로서의 역할을 지금처럼 미국에서 계속할지 아니면 중국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인지에 대한 분수령의 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 싸움 이후 세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러시아는 국력 쇠퇴와 국제 사회에서의 존재감 축소가 지속되고 있고, 유럽은 독일 메르켈 총리가 주도하는 시대가 끝나며 중심을 잃고 혼란 속에 빠져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2G 시대의 균형 추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은 인도 밖에 없다. 인도가 미국과 중국 중심의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세계의 미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인도는 히말라야와 인도양으로 둘러쌓인 고립된 지리적 환경에서 지금까지 오랫동안 비동맹 외교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 변화의 중심에 서고 있다. 향후 인도가 갈 방향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 경제는 또 어디까지 성장할 것인가?

이젠 인도의 변화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다. 경제 규모 관점에서 ‘미·중·인 G3 시대’가 10년 앞으로 다가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GDP 규모로 이미 세계 5위인 인도는 2028년까지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세계3 위의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는 미개척 젊은 시장이자, 농촌과 지방의 소비 문화 확산을 통해 성장한 중국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때문에 정치적 안정이 완성되면 인도의 향후 경제 발전은 확실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현재 13 억 인도 인구는 2027년 전후에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자녀 정책을 취해 온 중국에서는 고령화가 시작되고 있지만, 인도에서는 젊은 인구가 노동과 소비 시장의 중심이 될 ‘인구 보너스의 시기’가 2040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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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서부 지역에서 고속철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사진은 일본이 제공하기로 한 고속철도 모델.

 


◇ 자원이 부족한 나라가 두뇌 입국으로 사는 길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앞세워 미국, 중국에 이어 제3의 대국의 길에 들어선 인도. 이 나라는 전례 없는 방법으로 세계지도를 바꾸고 있다. 자원이 부족한 나라 인도가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세계를 움직이는 방법은 특이하다. 해외로 진출하는 인도인들을 보면 한국과 많이 흡사하다. 하지만 그들은 인도 사투리가 섞인 영어도 아랑곳 않고, 과감하게 외국으로 넘어가 강인하게 살아남는다.

종교 대립, 큰 빈부격차의 해법을 찾는 것은 물론 자원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대체 에너지와 신재생 에너지 확보 쪽으로 과감한 전환을 하는 노력, 그리고 데이터 네트워크 사회 전개까지. 인도는 세계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자신의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그 게임 체인저로서의 인도가 펼치는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을 선진국들은 앞다퉈 배우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이 중국과 인도, 아시아 양대 경제 대국의 틈새에서 살아 가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초고령 사회 한국에게, 젊은 노동력과 성장기 소비자가 넘치는 인도는 매우 궁합이 좋은 나라다. 일본 JBIC(국제협력은행)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제조업에 있어 장기적으로 유망한 해외 투자처로 인도가 지목됐다. 인도는 한국 경제의 글로벌 출구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나라다. 아시아 태평양 안보 및 사이버 분야의 양국 협력도 한국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과거의 소극적 동방정책 ‘룩 이스트(Look East)’에서 적극적 동방정책 ‘액트 이스트(Act East)’로 변모한 모디 총리와 신남방정책을 표방 중인 한국은 이전보다 훨씬 가까운 나라가 되었다. 더 이상 인도는 카레나 요가 이미지의 나라가 아니다. 모디라는 강력한 지도자가 이끄는, 우리의 장래를 좌우할 세계지도를 다시 그려나가고 있는 정치·경제 대국이다.

권기철 기자 speck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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