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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텅 비었던 공간이 보물창고가 되는 곳이죠”

[스타트업] 공간 대여를 넘어 꿈이 영그는 장소 ‘백지장’

입력 2019-12-11 07:00   수정 2019-12-10 15:02
신문게재 2019-12-11 16면

백지장
밴드 전기장판의 첫 단독공연. 60명이 넘는 사람들이 전기장판 위에 모여 앉아 따뜻한 곡을 감상했다.(사진제공=백지장)

 

#1. 대학생 3명이 모여 운영하는 한 유명 유튜브 채널은 초기에 투자금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다. 스튜디오로 사용할 사무실은 전세금과 월세가 높아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상황. 그러다 공간대여업체 ‘백지장’을 알게 됐고, 온종일 빌려도 10만원도 되지 않는 금액으로 자기들만의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대여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당시 26명이었던 구독자 수가 1년도 안 되는 사이 유튜브 3만2000명, 페이스북 5000명의 팔로워를 확보한 성공적인 초기 채널로 성장했다. 

 

#2. 문화예술경영을 전공하는 한 대학생은 ‘살롱나인’을 개설했다. 참가자들이 한 편씩 골라온 글, 영화, 음악, 이미지 등을 기반으로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소셜살롱이다. 지금까지 280명의 참여하고 28회의 살롱을 열었을 정도로 자본에 기반을 둔 살롱에 못지않은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준비물은 1회당 피자 두 판과 ‘백지장’ 대관료 7만5000원이 전부였다.

‘백지장’은 공간대여업을 주력으로 2017년 7월 창업한 예비사회적기업이다. 발품으로 오랫동안 방치됐던 공간을 찾아내 최소한의 인테리어로 공간에 숨을 넣고 저렴하게 대여해 준다. 현재 신도림 고가 옥탑, 대림 지하창고, 문래 조명공장 등 영등포구 일대 총 다섯 군데의 공간을 운영 중이다. 공간 대여라는 특성상 앞 사례처럼 ‘백지장’을 발판으로 창업이나 창단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다. 스타트업의 토대를 마련해주는 스타트업인 셈이다. 공간 공유가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백지장’은 공간대여업을 주력으로 2017년 7월 창업한 예비사회적기업이다. 발품으로 오랫동안 방치됐던 공간을 찾아내 최소한의 인테리어로 공간에 숨을 넣고 저렴하게 대여해 준다. 현재 신도림 고가 옥탑, 대림 지하창고, 문래 조명공장 등 영등포구 일대 총 다섯 군데의 공간을 운영 중이다. 공간 대여라는 특성상 앞 사례처럼 ‘백지장’을 발판으로 창업이나 창단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다. 스타트업의 토대를 마련해주는 스타트업인 셈이다. 공간 공유가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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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허름했던 공간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대여가 가능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사진제공=백지장)

 

◇ ‘공간’보다 ‘공간을 채우는 덕후’에 주목하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일상 속에서 조금이나마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가는 ‘덕후’들에게 주목하게 됐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에 몰입하고 그것을 함께 좋아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죠. 이런 ‘취향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금전 부담 없이 빌릴 수 있는 지속가능한 활동 공간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김차근 ‘백지장’ 대표는 대학교 시절, 학교 밖 10~20대를 위한 창업학회를 만들어 운영했다고 한다. 당시 김 대표 역시 창업학회로 쓸 공간이 필요했지만, 공실을 찾아 계약까지 성사시키는 데 3개월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다행히 월세 30만원에 무보증금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을 찾았으나 저렴한 탓인지 공간 상태가 좋지 않았다.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수준으로 고쳐 내는데 다시 3개월의 시간을 허비하면서 공간 마련에만 총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예상보다 많은 청년이 활동할 공간이 없어 고민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백지장’ 창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백지장이 대여해주는 공간은 최대한 여백이 많고 인테리어 비용이 적게 투자된 ‘빈 종이’와 같은 공간이죠. 백지장이라는 이름도 우리가 그림을 그려내 판매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그려낼 수 있도록 빈 종이를 제공하자는 의미에서 짓게 됐어요.”

김 대표의 말처럼 백지장이 대여하는 공간은 비슷한 공간대여업체와의 차별성을 갖는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잘 꾸며진 공간은 당연히 대관료가 높을 수밖에 없다. 역으로 빈 곳은 그만큼 저렴하게 대여가 가능하다 보니 자연스레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특히 ‘백지장’은 ‘공간’보다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에게 주목했다. 그 때문에 이용자들의 제공된 장소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관심이 많다. 그렇다 보니 꾸준히 이용자들을 인터뷰하고 콘텐츠와 데이터를 기록하는데 팀의 역량을 쏟는다고 한다. 자연스레 이용자의 공동체와 창작자, 덕후 커뮤니티 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가동률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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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근 백지장 대표.(사진제공=백지장)

 

◇ 공간대여 한계 극복 ‘커뮤니티 플랫폼’ 도전

요즘 같은 연말연시는 젊은 층의 파티문화가 발달로 최대 성수기라고 한다. 당연히 파티 대여가 많지만, 백지장의 공간은 일반적인 파티룸과 다르게 행사와 창작활동(촬영, 작품전시, 작업 등)에도 많이 쓰이고 있어 성수기 비성수기의 영향을 덜 받는 게 특징이다. 지금까지 백지장 이용자 수는 1만8000명을 넘었고 1500개가 넘는 다양한 얼리어답터들의 활동, 창작활동과 커뮤니티 활동이 열렸다.

그런데도 매출은 시원치 않았다. 대관 수익만으로는 사업을 확장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나마 ‘덕질’분야의 인플루언서들가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시장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알게 된 것이 큰 수확이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유의미한 매출 신장을 이뤄내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많은 파트너사와 백지장을 주목해주는 분들을 만나면서 사업환경은 문제가 없을 정도로 발전했지만 ‘대안적인 사회적 임팩트를 위한 저렴한 공간’을 운영하는 것 자체는 사업을 해나가기에 어려운 모델이라 많은 매출을 올리고 기업화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중요성이 커지고, 실제 그렇게 살아가는 20~30대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지금의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사명감으로 이 일을 하고 있어요.”

청년창업 3년 차, 백지장의 도전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공간 사업만을 고집하지 않고 여기서 얻게 되는 네트워크와 브랜드 이미지, 그리고 데이터를 활용해 수익화 할 수 있는 다른 모델들을 계속해서 개발해 나가고 있다. 실제 커뮤니티 운영, 콘텐츠 제작, 기획사 업무, 그리고 다른 인프라 서비스 개발하고 있고 특히, 지금은 ‘모임가.co’라는 이름의 취향 커뮤니티와 모임 콘텐츠의 플랫폼 역할을 할 웹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달 중 론칭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직 취향 기반 커뮤니티를 위한 열린 플랫폼은 존재하지 않아요. 저희가 그것을 만들어 백지장 안에서 운영되는 다양한 취향 기반 커뮤니티들이 더 오래 유지되고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비록 시장 상황이 어렵지만, 대관료를 올리면 임팩트가 떨어진다는 제약조건 아래에서도 저희가 하는 일이 지속가능해지도록 만드는 것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라는 사명감으로 임하고 있어요. ‘백지장’의 도전은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양세훈 기자 twonew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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