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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크리스마스 시즌에는…4가지 색 발레 ‘호두까기 인형’

[Culture Board]

입력 2019-12-12 07:00
신문게재 2019-12-1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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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마법사 드로셀마이어가 이끄는 소녀 클라라 혹은 마리의 꿈속 모험담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2019년에도 발레 ‘호두까기 인형’(The Nutcracker)이 어김없이 공연된다. E. T. A. 호프만의 독일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대왕’에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가 곡을 붙인 작품이다.



낯선 악기 편성, 24명의 여성합창 혹은 어린이합창을 배치한 1막 엔딩 ‘눈의 왈츠’ 등의 시도로 눈길을 끌었던 1892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극장 초연은 병으로 몸져 누운 원래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Marius Petipa) 대신 그의 조수 레프 이바노프(Lev Ivanov)가 투입되면서 혹평을 받기도 했다.
 

SHAO[호두까기인형] 1막 클라라와 호두까기왕자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유니버설 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중 1막 클랄라와 왕자(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하지만 이후 바실리 바이노넨, 조지 발렌신, 미하엘 바리시니코프, 존 크랑코, 롤랑 프티, 존 노이마이어, 마크 모리스, 미하일 세미야킨, 매튜 본 등 거장들에 의해 끊임없이 변주되면서 ‘호두까기 인형’은 전세계 크리스마스 시즌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대한민국 양대 발레단체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을 비롯해 발레 종주국인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안 발레시어터(St. Petersberg State Ballet Theater)와 모스크바 국립발레단(Moscow State Ballet) 등까지 올해는 어느 해보다 다채로운 ‘호두까기 인형’을 만날 수 있다.  


1986년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선보이는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12월 21~31일 유니버설아트센터)은 마린스키발레단 예술감독 출신의 올레그 비노그라도프(Oleg Vinogradov) 연출작이다. 

 

마리우스 프티파와 레프 이바노프 버전을 바탕으로 한 바실리 바이노넨(Vasily Vainonen) 개정안무로 꾸린다. 바실리 안무를 로이 토비아스(Roy Tobias)에 이어 유병헌 유니버설발레단 예술감독이 개정했다.

발레극 버전의 클라라를 주인공으로 하는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2막 7장(1막 4장, 2막 3장)으로 구성된다. 1막은 스토리, 2막은 클래식 발레의 정수를 담는 구성으로 1막 초반에는 어린 무용수들이, 1막 후반부터는 마법으로 성장한 성인 무용수들이 등장한다.  

 

SHAO[호두까기인형] 2막 꽃의 왈츠1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유니버설 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중 2막 '꽃의 왈츠'(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마법사 드로셀마이어의 실제 마술,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들의 전투, 1막 마지막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군무 ‘눈의 왈츠’를 비롯해 초콜릿·차·막대사탕·커피콩 등으로 상징되는 ‘스페인 춤’ ‘중국 춤’ ‘러시아 춤’ ‘아라비아 춤’, 솔리스트들의 독무, 남녀무용수들의 파드되(2인무), 앙상블들의 ‘꽃의 왈츠’ 그리고 클라라와 왕자로 변신한 호두까기 인형의 로맨스를 표현하는 그랑 파드되 등이 볼거리다.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 홍향기·이동탁, 최지원·마밍, 손유희·간토지 오콤비얀바, 김유진·필리포 안토니오 루사나, 베린 코카바소르구·임선우, 서혜원·이고르 콘타레프까지 일곱 페어가 저마다 다른 클라라와 왕자를 선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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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중 마리와 왕자(사진제공=국립발레단)

2000년 초연된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12월 14~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볼쇼이발레단 예술감독 출신의 유리 그리고로비치(Yury Nikolayevich Grigorovich) 안무 버전이다.

 

동화의 마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마법사 드로셀마이어의 와이어 액션과 내레이션, 마법으로 거대해진 크리스마스 트리, 생명을 얻는 인형들, 왕자로 변신한 호두까기 인형 등이 크리스마스 판타지로 이끈다.

서막 ‘크리스마스 이브의 거리’와 1막 1·2장, 2막, 에필로그 ‘크리스마스 아침’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어린 무용수가 연기하는 호두까기 인형, 내레이터 드로셀마이어 등이 특징이다. 

 

더불어 24명의 발레리나가 만화경처럼 등장하며 눈꽃송이를 표현하는 1막의 ‘눈송이 왈츠’, 32명이 호흡을 맞춘 군무 ‘꽃의 왈츠’ 등으로 무장했다. 

 

스페인 인형의 푸에떼(Fouette, 몸의 중심을 둔 다리를 다른 다리가 때리듯이 빨리 움직이는 동작), 인도 인형의 현란한 손동작, 중국인형의 높은 점프와 피루엣(Pirouette, 한쪽 발로 균형을 잡거나 점프를 하여 공중에 있을 때 한 바퀴도는 동작) 등 각 나라 인형들의 디베르티스망(Divertissement, 줄거리와 상관없이 펼치는 춤의 향연) 등도 볼거리다.  

 

SHAO1막 눈송이춤 ⓒKOREAN NATIONAL BALLET_photo by BAKi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중 눈송이 왈츠(사진제공=국립발레단)

 

박슬기·이재우, 박예은·허서명, 김리회·박종석, 정은영·김기완, 조연재·이재후, 김희선·하지석, 심현희·하지석·신승원·김태석 등 다양한 조합의 페어가 마리와 왕자로 번갈아 무대에 선다.

지역문화재단, 공연장 등은 정통 러시아 ‘호두까기 인형’을 선사한다. 서울 구로구를 비롯해 양천구, 당진, 춘천, 하남 등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안 발레시어터의 ‘호두까기 인형’을, 구미, 목포, 울산, 거제 등은 모스크바 국립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초청해 무대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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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국립발레단(왼쪽)과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안 발레시어터의 ‘호두까기 인형’(사진제공=브라보컴, 구로문화재단)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안 발레시어터는 마린스키발레단의 솔리스트들을 중심으로 꾸린 단체로 1990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발레단으로 창단됐다. 이번에 선보이는 ‘호두까기 인형’은 마리우스 프티파 대본에 알렉산더 마노쉬킨(Alexandr Manoshkin)의 안무 버전이다. 클라라가 마법사 드로셀마이어에게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받으면서 시작하는 2막 7장짜리 작품으로 러시아 전통 발레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모스크바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마리우스 프티파의 정통성을 고스란히 따르는 2막 3장짜리 극이다. 발레의 본고장다운 완벽한 테크닉과 깊은 내면 연기를 펼치는 무용수들, 고전 발레 특유의 웅장함과 현대적 감각으로 무장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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