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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장동윤 “강도잡고 데뷔… 금융회사 입사 포기하고 배우 하길 잘했죠”

입력 2019-12-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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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동윤 (사진제공=동이컴퍼니)

 

‘여자보다 예쁜 남자’. 배우 장동윤(27)의 첫 인상이다. 갸름한 턱선에 긴 속눈썹. 갸날픈 몸의 선까지, 웬만한 여성 못지않게 곱상한 그의 외모를 보고 있자니 최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조선 로코 녹두전’의 전녹두 역할이 이보다 더 어울리는 배우를 찾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동윤이 연기한 전녹두는 정체불명의 무사집단의 습격을 받은 뒤 금남(禁男) 구역인 과부촌으로 흘러들어온 인물. 전녹두는 여성 외에는 들어갈 수 없는 과부촌에 몸을 숨기기 위해 여장을 감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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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동윤 (사진제공=동이컴퍼니)

그동안 여배우가 남장을 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남자 배우의 여장은 드물었다. 여성스러운 외모의 남성은 늘었지만 수염이나 목젖처럼 남성 특유의 신체적인 특징을 숨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외모와 연기력을 모두 갖춘 장동윤의 발굴은 제작진에게 ‘신의 한수’로 꼽혔다.

“녹두를 맡은 뒤 남자배우가 여장을 한 해외 작품을 찾아봤어요. 더스틴 호프만이 여장을 한 ‘투씨’나 로빈 윌리엄스의 ‘미세스 다웃파이어’같은 작품들을 참고했죠. 외양은 많이 다르지만 (웃음) 극중 상황과 느낌을 분석했죠. 유산소 운동으로 체중을 3Kg 정도 감량했고 슬림하고 탄탄한 라인을 만들기 위해 필라테스와 현대무용을 배우기도 했어요. 또 여장을 했을 때는 목소리톤을 높게 잡고 남장을 할 때는 다시 낮추는 등 목소리 연기에도 각별히 신경썼죠.”

‘조선 로코 녹두전’은 지상파 방송 3사의 연합 OTT 웨이브가 100억원 규모의 제작비를 전액 투자할 만큼 하반기 기대작이었다. 신인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역할인데다 대작의 주인공이라는 부담감도 상당했을 터다.

“부담도 됐지만 두려움보다 기회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자주인공의 분량이 큰 만큼 실패하면 모든 화살이 다 저한테 돌아오겠죠. 그런 중압감이 있기에 더 노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품을 마친 지금은 앞으로 다른 것을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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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동윤 (사진제공=동이컴퍼니)

이런 배짱 덕분이었을까. 녹두의 여성버전인 김과부는 역대급 여장남자 캐릭터로 기록될 전망이다. 


“과연 제가 표현한 김과부를 재미있어 할까, 걱정도 됐죠. 억지로 표현하기보다 제 안에 있는 모습들 중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시청자들 반응이 제 생각과 다를 때도 있었어요. 이를 테면 김과부가 동주(김소현 분)의 엉덩이에 고약을 발라주는 장면은 촬영할 때 현장이 웃음보가 터졌는데 시청자 반응은 별무신통이었죠. 김과부가 율무(강태오 분)를 쫓아가는 장면은 큰 웃음 없이 촬영했는데 시청자들의 호응이 컸어요. 하하.”

 

한양대학교 금융경제학과 출신인 장동윤은 취업준비 중이던 2015년, 편의점 강도 검거에 기여한 게 계기가 돼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당시 편의점에 흉기를 들고 침입한 강도를 보고 친구와 통화하는 척 하며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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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동윤 (사진제공=동이컴퍼니)

이로 인해 관악경찰서에서 감사표창장을 받고 방송사 취재진과 인터뷰를 한 장동윤의 모습을 본 소속사 관계자가 “혹시 배우 할 생각 있냐”고 제안한 게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당시 장동윤은 한 금융회사 인턴직이 확정된 상태였지만 미련 없이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배우라는 직업은 일반인이 엄두도 낼 수 없는 세계잖아요. 만약 배우로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 취업하면 되지만 배우는 그때가 아니면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한번 뿐인 기회인데 잡아야죠.”

소속사와 전속계약은 했지만 연기에 대한 기초가 없었다. 한 달 가량 연기학원을 다녔지만 이내 현장으로 돌아왔다.

 

그는 “학원은 맞지 않았기에 나만의 길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발성과 발음 훈련을 위해 혼자 책을 읽으며 신체 기관별로 어떻게 소리 나는지 연기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공부는 현장에서 맨몸으로 생존방법을 익힌 것이다. 장동윤은 “기초 군사훈련만 받은 뒤 전쟁터에 나간 것이나 다름없었다”며 웃었다.

글쓰기에도 능한 장동윤은 고교 2학년 재학 중이던 2009년 제7회 현대 시 문학 청소년 문학상 시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 ‘1987’을 본 뒤 기자를 꿈꾸기도 했고 지금은 시나리오를 쓰고 싶은 마음도 있다며 ‘문학청년’다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당장은 연기가 가장 고프다. 장동윤은 “또래보다 연기를 늦게 시작하다 보니 얼마 남지 않은 20대가 아쉽게 느껴진다. 25살 때쯤 연기를 시작했으면 좋았을텐데...그때는 강도를 잡았네요”라고 배시시 웃었다. 여장보다 더욱 무궁무진할 모습을 보여줄 이 배우의 앞으로가 기대된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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