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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뮤지컬 ‘웃는 남자’ 이석훈의 행복한 반문 “이 작품 저한테 왜 이러죠?”

[人더컬처] 뮤지컬 ‘웃는 남자’ 이석훈

입력 2020-01-21 17:00   수정 2020-01-20 14:58
신문게재 2020-01-21 11면

뮤지컬 '웃는 남자' 이석훈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의 이석훈(사진제공=EMK뮤지컬)

 

“하루라도 쉬면 다시 영(Zero)이 되는 기분이에요. 자연스레 입밖으로 나오게 그윈플렌에 빠져있어야 해서 머릿속으로 계속 런스루(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하는 연습)를 하고 있죠. 제 일상마다 늘 하는 구간이 있어요. 10분 거리에 있는 헬스장으로 가면서는 상원의원회의(우린 상위 일프로)를, 운동하면서는 1막을 돌죠. 그리고 지금은 ‘모두의 세상’을 부르고 있어요.”

이석훈은 뮤지컬 ‘웃는 남자’(3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와 그윈플렌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SG워너비 멤버로 수없이 무대에 올랐지만 그의 표현을 빌자면 “무대공포증으로 5분짜리 제 노래를 할 때도 엄청 떠는 편”이다.  

 

뮤지컬 '웃는 남자' 이석훈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의 이석훈(사진제공=EMK뮤지컬)

“트라우마 때문에 제 노래는 지금도 가사를 봐야 해요. 그런데 ‘웃는 남자는 전혀 떨리질 않아요. 대사량도 많고 노래도 많이 불러야하는데도…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신기해요.”

‘킹키부츠’ ‘광화문연가’에 이은 이석훈의 세 번째 뮤지컬 ‘웃는 남자’는 낭만파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 정치가인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사회 부조리, 인간성 상실, 극심한 신분체계와 차별, 부패정치, 귀족들의 사치와 향락 등으로 팽배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어린이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에 납치돼 입이 찢긴 상태로 버림받은 소년 그윈플렌(박강현·수호·규현·이석훈,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성장과정을 따른다.

그윈플렌을 비롯해 양아버지이자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양준모·민영기), 시력을 잃은 순수한 소녀 데아(이수빈·강혜인), 또 다른 종류의 결핍으로 휘청이는 조시아나(신영숙·김소향) 등 기괴하고 매혹적인 캐리릭터들이 끌어가는 이야기다.

 

‘지킬앤하이드’ ‘황태자루돌프’ ‘마타하리’ 등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과 로버트 요한슨(Robert Johanson) 콤비작으로 2018년 초연에 이어 재연으로 돌아왔다.


◇꿈같은 그윈플렌이 내게로 왔다
 

뮤지컬 '웃는 남자' 이석훈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의 이석훈(사진제공=EMK뮤지컬)

 

“제가 초연은 보질 못했지만 ‘킹키부츠’를 함께 했던 박강현 배우가 하는 프레스콜을 지켜봤어요. 정말 좋아하는 동생, 배우 팬으로서 강현이가 프레스콜하는 걸 계속 돌려보면서 ‘너무 하고 싶다’ ‘기회가 온다면 잘 하리라’는 마음으로 혼자서 연습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진짜 꿈처럼 기회가 찾아왔어요. 갑자기, 너무 빨리.”

2018년 초연 당시의 프레스콜 무대를 본 후부터 빠져 들었던 ‘웃는 남자’의 그윈플렌 캐스팅 소식을 듣고 이석훈은 “너무 행복해 소리를 질렀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 '웃는 남자' 이석훈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의 이석훈(사진제공=EMK뮤지컬)
“꿈을 이뤘어요. 첫 작품은 ‘킹키부츠’라는 너무 훌륭한 작품이었고 ‘광화문연가’는 너무 다른 이석훈이 있어서 좋았지만 이 작품은 제 ‘꿈’이었거든요. 하지만 두 작품을 했기 때문에 그윈플렌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광화문연가’ 월하의 코믹하고 재밌는 모습을, ‘킹키부츠’ 찰리의 어리숙하고 순수한 면을 그윈플렌에 녹일 수 있었거든요.”

이석훈은 “부담 보다는 설렘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컸다”며 “이미 익숙해져 있는 그윈플렌을 어떻게 관객에게 스며들게 할까를 고민하며 연구도 많이 했고 조언도 많이 구했다”고 털어놓았다.

“저에겐 3개의 자아가 있어요. 안경을 쓰면 가수, 벗으면 우리 엄마 아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걸리는 특수분장을 하면 그윈플렌이 되죠. 요즘 너무 재밌어요. 그윈플렌으로 살다 보니까 안경을 쓰는 게 더 어색해 졌죠. 편안하고 부드럽고 감미로운 노래를 하는 가수 이석훈, 실상의 이석훈 등 모든 것들을 공식적으로 무대에서 다 보여줄 수 있으니까 ‘제 성격에 플러스된’ 또다른 제가 더 나오는 느낌도 들어요. 하지만 제가 다 아는 자아예요.”

그리곤 “연예인은 감정노동자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며 “5분 안에 슬펐다가 평범하다가 가수가 됐다가 2시간 콘서트에 빠져있다가 끝나면 공허하고…처음에는 부대끼기도 했던 그런 작은 감정들이 배우로서 살고 있는 저에게는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을 하면서 ‘사람에 위, 아래는 없다’를 느끼고 있어요. 우리 모두는 그럴 수 없는, 가치 있는 존재라는 걸 깨닫고 있죠. ‘웃는 남자’는 현재 사회 분위기랑도 닮아 있는 것 같아요. 어른들의 잘못, 보이지 않는 계급 등으로 생기는 일들이 많잖아요. 그윈플렌이 아닌 30대 후반인 이석훈으로서도 책임감을 많이 느끼는 요즘이에요. 선한 영향력까지는 아니지만 바르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죠.”


 

◇평생 남을 넘버‘웃는 남자’와 ‘2막 피날레’

 

뮤지컬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의 이석훈(사진제공=EMK뮤지컬)

 

“한 작품 안에 주인공의 희로애락, 기승전결을 다 보여주고 그 여정을 찾아간다는 게 매력적이에요.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한 넘버들도 너무 좋아요. 버릴 넘버가 하나도 없죠. 연습도 그랬어요. 지금까지 가수를 하면서는 안되면 속상하고 화나고 부족한 재능을 원망하고 그랬는데 ’웃는 남자‘는 연습하면서 단 하루도 안즐거운 적이 없거든요.”

이석훈이 ‘웃는 남자’를 준비하면서 가장 집중한 것은 ‘그윈플렌의 과정’이었다. 그는 “공작이 된 그윈플렌이 왜 마지막에서 미쳐서 ‘웃는 남자’를 부르는지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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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의 이석훈(사진제공=EMK뮤지컬)

 

“그윈플렌은 극 중 극을 하는 배우예요. 감수성이 여리고 표현을 잘하는 사람이죠. 무대에 서는 저를 생각해 보면 그윈플렌 몸 안에 모든 성향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귀엽고 재밌고 진지하고 화내고…그런 모습을 잘 보이고 들리게 쌓아줘야 하죠. 왜 미쳐서 ‘웃는 남자’를 부르는 지경까지 가는지 그 과정이 1막부터 보일 수 있도록 과정에 집중하고 있죠.”

 

이어 ‘웃는 남자’ 넘버에 대해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이석훈이 안들어갔다고 생각한다. 이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관객들 뒷통수를 때리겠다는 마음을 하고 있다”고 웃었다.

“처음 대본을 보면서 이입이 잘 되질 않았던 저를 펑펑 울게 한 넘버가 데아를 잃고 부르는 맨 마지막 넘버였어요. 이 감정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겠다 싶었고 내가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연습 때 단 한번도 안운 적이 없어요. ‘웃는 남자’와 ‘2막 피날레’가 저한테는 평생 남을 것 같아요.”


◇자타공인 연습벌레 “아직은…”

이석훈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의 이석훈(사진제공=EMK뮤지컬)

 

“저는 느려요. 다른 배우들 보다 2, 3배는 연습을 해야 하죠. 하지만 저는 스스로 ‘부족하다’는 말을 하는 게 싫어요. 프로잖아요. 실력이 안되면 체력, 체력이 안되면 기술로라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타공인 ‘연습벌레’ 이석훈은 공식적으로 쉬는 단 하루도 연습실을 찾을 정도로 ‘웃는 남자’와 그윈플렌에 빠져들었다. 그런 그의 그윈플렌을 두고 로버트 요한슨 연출은 “색다른 접근”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의 인정”이다.

“연습량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많지만 아직은 제가 인정하는 수준은 아닌 것 같아요. 그 선에 맞추려고 지금도 연습 중이죠. 그렇게 하다 보면 제가 인정하고 박수쳐 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믿어요.”  

 

뮤지컬 '웃는 남자' 이석훈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의 이석훈(사진제공=EMK뮤지컬)

이어 “스스로 만족해야지 다른 사람이 좋다는 건 그렇게 와닿질 않는다”며 “뮤지컬을 하면서 더 많이 배워야 한다는 걸 느낀다. 노래 레슨도 꾸준히 받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아직 제가 인정하는 선에는 도달하지 못했고 무던히 연습해야 하는 사람이지만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석훈’이 캐스트에 포함돼 있으면 고민하지 않고 보러가야지 하는 그런 배우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타이틀이죠. 게다가 가수에서 온 저는 잘해도 반신반의할 거예요. 그걸 빨리 깨는 게 숙제같아요.”

그리곤 “오래 걸릴 것 같기는 하지만”이라며 웃는 이석훈은 ‘웃는 남자’를 “제 뮤지컬배우의 작은 역사에 큰 복선이자 계기”라고 표현했다.

“목표를 세우기보다 어디까지 가는지 가보고 싶어졌거든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과정의 희열이 좋아요. 내가 행복한지에 대해 곱씹어보면 지금 너무 행복해요. 무대공포증도 있고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왜 재밌는지, 왜 좋은지 모르겠는데 너무 행복해요. 일상 보다 미쳐있는 제가 매력적일 때가 있는데 ‘웃는 남자’를 할 때 그런 것 같아요. 2월 29일이 제 막공인데 벌써부터 묘할 것 같아요. 이렇게 애착을 가진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웃는 남자’를 좋아하고 있어요. 이 작품 저한테 왜 이러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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