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B코멘트] 연극 ‘나, 혜석’ 한송희 작가·이기쁨 연출 “나, 너 그리고 우리…평등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즐금]기울어진 운동장 다지기 나선 무대 위 여자들 ③ 연극 ‘나, 혜석’ 한송희 작가·이기쁨 연출

입력 2020-01-31 20:00

HanSoHUntitled-4
연극 ‘나, 혜석’의 한송희 작가(사진제공=창작집단 LAS)

“지금 시대 관객들이 좀 더 많은 여성 이야기를 원하고 창작자 역시 이에 목말라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작가이자 배우로서 매우 반가운 일이고 더 많은 여성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서울시극단 연극 ‘나, 혜석’(9월 11~27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의 한송희 작가는 최근 몇 년 동안 여성 서사극, 젠더프리(성별과 상관없는) 캐스팅이 주목받는 데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연극 ‘나, 혜석’은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줄리엣과 줄리엣’ ‘헤카베’ 등에서 작가·배우, 연출로 호흡을 맞춘 한송희·이기쁨 콤비작이다. 나혜석은 화가이자 작가, 시인이며 독립운동가이자 여성 인권의 선두에 섰던 인물이다.

지금 여성 서사극, 주목 받는 여성 캐릭터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한송희 작가는 다양성을 언급했다. 한송희 작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더 다양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나와는 다른 인물이 살아가는 삶을 이해하기 위해 그렇고 나와 같은 존재가 있다는 발견을 하기 위해 그렇다”며 “여성 서사뿐 아니라 더 많은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나와야하는 이유도 같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이야기를 두고 관객들은 저마다의 각도로 작품을 이해하고 또 세상을 이해할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이제껏 너무 비슷한 이야기만 봐왔어요. 그러한 이야기들은 너무나 비슷해서 인류 보편의 당연한 것이니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협박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죠. 작품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의문을 가지는 것이 이상하다 여겨질 만큼요.”

그리곤 모성에 대해 예를 들었다. 한송희 작가는 “모성은 거룩하고 신성하며 그것은 여성의 본능이라고 말하는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가” 반문하며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구체적이게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고 덧붙였다.

이기쁨_프로필사진
연극 ‘나, 혜석’의 이기쁨 연출(사진제공=창작집단 LAS)
“그런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아이를 사랑하지만 육아는 너무 힘들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잃어가는 것이 견디지 못하게 괴로운 여성의 이야기는 무책임하고 매정한 여자의 유별난 소리가 돼버리곤 해요. 현실의 인물이 내는 목소리가 묵살당하고 똑같이 반복되는 신화가 정답이 돼버리는 거죠.”

이어 “이 이상한 불균형을 깨기 위해서는 더 많은 당사자의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다”고 덧붙였다. 이기쁨 연출은 이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물량’ 공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여성 서사’ ‘젠더프리’라는 점 자체가 마케팅 요소로 변질되거나 무분별하게 젠더프리 캐스팅을 하거나 다소 성근 만듦새로 실망을 안기기도 하는 ‘도전’과 ‘실험’에 대한 지적에 이기쁨 연출은 “10개의 작품이 나왔을 때 10개가 모두 좋을 확률을 0%에 가깝다”며 “그 중 두, 세 작품이 좋다면 성공이다. 그렇게 양적으로 성장하는 과정 중에 질적으로 성장한 것들이 나타날 것이라 믿는다”고 말을 보탰다.

더불어 “분명한 것은 양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어떤 고민과 성찰, 반성이 없이 무분별하게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무한의 고민을 동반한 작품은 비교적 탄탄한 서사를 가지기 마련”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하나 짚어보고 싶은 것이라면 ‘다소 성근 만듦새를 가진 여성 서사극이 남성 서사극보다 현저하게 많은가?’ 또는 ‘남성 서사극은 모두 다 좋은 만듦새를 가지고 실험과 흥행에 좋은 결과를 이뤄내고 있는가?’예요. 그걸 물리적, 확률적으로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양적 차이가 난다는 것이 지금 공연계의 현실이거든요. 서로 비교할 만큼은 해보고 얘길 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 이제 시작인데, 지금은 비교 분석할 것조차 없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 싶습니다.”

이기쁨 연출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은 없어야 한다. 차별금지는 헌법에서 정하는 민주주의의 보편적인 원칙”이라며 “세월이 지나며 차별이라고 인식조차 못하고 있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게 된다. 그렇다면 그 차별은 그만두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별을 떠나 서로 평등한 관계를 만들어나갈 우리 사회를 그려본다면 ‘내’가 누군지, ‘너’는 누군지, ‘우리’는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지 떠올려본다면, 바로 지금이 여성 서사극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주 개인적인 이유로 내 주변의 아주 많은, 연기 잘하는 여성 배우들이 무대에 자주 서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