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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우리는 입춘 반기는데 일본은 귀신 쫓는대요

[박용준의 닛폰기] 일본만의 독특한 2월 풍습

입력 2020-02-03 07:00
신문게재 2020-02-0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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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에서 귀신을 쫓기 위해 콩을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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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두부에 바늘을 꽂고 있다.

 

2020년 1월 새해인사를 한 것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이다. 2월 달력을 살펴보면 한 해의 첫 번째 절기인 ‘입춘’(立春/4일)과 정월대보름(8일)이 눈에 띈다. 입춘(立春)은 24절기의 시작으로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절기’(節氣)다. 이 날은 조상대대로 대문이나 기둥에 한 해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며 복을 바라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등의 글귀를 적은 ‘입춘축’(立春祝)을 붙인다.



특히 우리 조상들은 입춘(立春)에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하는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도 실행했다. 만약, 입춘(立春)에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을 행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그 해의 나쁜일, 즉 액(厄)은 고사하고 염라대왕에게 심판을 받는다고까지 생각했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근래에는 대문이나 문설주에 입춘축(立春祝)을 붙이는 것으로 간소화 됐다. 정월대보름 역시 오곡밥, 약밥, 귀밝이술, 김과 취나물 같은 묵은 나물 및 제철 생선 등을 먹으며 한 해의 건강과 소원을 비는 날로써 옛날에는 전날과 함께 이틀간 설날 행사보다 더욱 성대하게 축제를 즐겼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웃나라인 일본에도 한국이나 중국과 같은 2월을 맞이하는 전통 풍습이 있을까? 당연히 재미있고 특이한 일본만의 풍습과 전통행사가 있다. 특히, 일본은 현재 음력을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아직도 2월이 되면 ‘豆まき’(마메마키), 針供養(하리쿠요우) 등 옛날부터 조상들이 중요시 했던 음력 날짜에 행해진 풍습 또는 행사만큼은 현대에 와서도 전국적으로 계속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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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를 찾은 한 여성이 소원을 빌고 있다.

 


◇ 절기를 나누는 ‘세츠분’(節分/せつぶん)

일본에는 각 절기를 나누는 ‘節分’(세츠분/せつぶん)이라는 기념일이 있다. ‘節分’(세츠분)은 원래 ‘春夏秋冬’(슌카슈우토우/しゅんかしゅうとう)의 경계에 해당하는 ‘立春(릿슌/りっしゅん)·立夏(릿카/りっか)·立秋(릿슈우/りっしゅう)·立冬(릿토우りっとう)’라는 각 4절기가 끝남과 시작하는 사이의 날(日)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는 각 절기, 즉 ‘4계절의 각 절기를 나눈다’라는 것을 ‘계절의 분기점’이라는 의미가 있다. 에도시대 이후에는 ‘立春’(릿슌/매년 2월 4일경)의 전날(前日)인 ‘節分’(세츠분)만이 전통적인 행사로 남아 이어지고 있으며 남자아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는 나쁜 기운인 ‘邪氣’(쟈키/じゃき)으로 인해 요괴로 불리는 ‘鬼’(오니/おに)가 생긴다고 믿고, 그것을 쫓기 위해 소(牛)와 동자(童子) 인형을 각 문에 걸어두거나 콩(豆)을 뿌리는 등 다양한 악령 쫓기 의식을 거행했다. 하지만 일본인들 사이에서 현재까지 보편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특별한 의식은 콩을 뿌리는 ‘豆まき’(마메마키)다. 일본에서는 예부터 콩(豆)에는 ‘곡식의 정령이 깃들어 있다’며 ‘鬼’(오니)를 물리치는 것으로 여겼다. 이 때문에 신사(神社)에서도 ‘鬼’(오니)를 쫓기 위해 콩 뿌리기가 쓰이고 있다고 한다.

또 ‘魔’(마)를 명말한다는 ‘마멸’(磨滅)이라는 한자를 붙이고, 콩을 뿌림으로써 귀신이나 요괴를 쫓아버린다(또는 마를 멸한다)고 믿고 있다. 일본 민간 설화에서는 “鬼(오니)가 나올 때 불교의 사천왕(四天王) 중 하나인 多聞天王(다문천왕/たもんてんのう)인 “毘沙門天(비샤몬텐/びしゃもんてん)의 계시로 콩(豆)을 뿌리고 鬼(오니)를 퇴치했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豆まき’(마메마키)를 하는 것도 그냥 콩을 뿌리는 것이 아니다. 격식을 갖춰야 한다.

우선 ‘豆まき’(마메마키)를 하기 전에 먼저 福豆(후쿠마메/ふくまめ)라고 불리는 볶은콩인 ‘炒り豆’(이리마메/いりまめ)를 준비한다. 그리고 일반 사람 얼굴보다 큰 가면, 즉 ‘面’(카멘/かめん)을 준비한다. 물론, ‘가面’(카멘/かめん)은 복을 주는 神(카미/かみ) 또는 鬼(오니/おに)의 얼굴 등 여러 가지다. 이 같은 준비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의식을 시작한다.

의식은 일반적으로 가정의 주인으로 일컬어지는 가장(家長)이 鬼(오니)의 가면을 쓰고, 콩을 뿌리는 역할을 맞지만 그 해의 간지(干支)에 해당하는 해(年)에 태어난 ‘年女’(토시온나/としおんな)·‘年男’(토시오토코/としおとこ) 또는 그 해에 특별히 사고나 일의 실패 등을 조심해야 하는 사람을 일컷는 ‘厄年’(야쿠도시/やくどし)를 뿌리면 재수가 좋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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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츠분에 쓰는 가면과 뿌리는 콩.

또 콩(豆)을 뿌릴 때는 귀신을 집에서 쫓아내고 복을 받기 위해 먼저 “귀신은 밖으로”라는 뜻의 ‘鬼は外’(오니와 소토/おにはそと)라고 외치고 방에서 현관 쪽으로 콩을 던지고, 이어 “복은 안으로”라는 뜻의 ‘福は內’(후쿠와우치/ふくはうち)라고 외치며 거꾸로 현관에서 방을 향해 콩을 던진다. 이것을 방 안쪽에서 현관까지 차례로 진행한다. 이렇게 ‘豆まき’(마메마키)가 끝나면 뿌린 콩이나 땅콩을 자기 나이수 많큼 주워먹으며 일년 동안 건강하게 지낼 것을 기원한다. 지방에 따라서는 본인의 나이 수보다 한 살 더 주워 먹는다.

한편, 北海道(홋카이도), 東北(토호쿠) 등 추운 지역이나 鹿지島(가고시마)·宮崎(미야자키)에서는 구운 콩인 ‘炒り豆’(이리마메)가 아닌 껍데기가 달린 상태의 땅콩, 즉 ‘落花生’(랏카세이/らっかせい)를 사용하는 풍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원래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홋카이도에서, “눈 속에서 콩깍지를 해도 그 후에 주워 먹을 수 있다”는, 이유로 낙화생이 사용되었고, 이후 눈이 왕성한 지역에서 주로 퍼졌다고 한다. 또 鹿倪島(가고시마)·宮崎(미야자키)에서는 ‘鹿倪島’(가고시마)에 ‘落花生’(랏카세이) 산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 바느질 쉬는날 ‘하리쿠요우’(針供養)

매년 2월 8일 일본 대부분의 지역 내 각 신사에서 진행하는 ‘針供養’(하리쿠요우)는 바느질을 하는 동안 부러지거나 구부러지거나 녹슬거나 등등의 이유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바늘을 근처에 있는 神社(신사)에 바치는 행사로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습이다.

이 날은 바느질을 쉬는 날이다. 그리고 못 쓰게 된 바늘을 신사에 헌납하거나 두부와 곤약과 같이 부드러운 것에 찔러넣어 공양하며 바느질이 능숙해 지도록 神(카미)에게 소원을 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부러진 바늘을 땅속에 묻거나, 바늘을 찔러 넣은 두부와 곤약을 강이나 바다에 흘려보내는 공양을 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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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쿠요우에 바늘을 두부에 꽂은 모습.


이 같은 의식은 이날 하루 만이라도 여성들이 바느질, 즉 가사에서 벗어나 쉬라는 의미가 강하다. 현재는 일본 여성들이 예전처럼 집에서 바느질을 하는 일이 거의 없고, 가사 작업에 대한 감사와 신(神)에게 대한 감사의 예를 올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줄어들면서 ‘針供養’(하리쿠요우)를 행하는 가정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옷을 꾸미는 ‘服飾’(후쿠쇼쿠/ふくしょく)에 관련된 분야에서는 아직 ‘針供養’(하리쿠요우) 의식이 자리 잡고 있어 일본 옷의 재봉과 양재의 교육 기관이나 기업에서는 현재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일본에서는 언제 이 같은 풍습이 생겨났는지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기록상에는 平安時代(헤이안시대)에 清和王(세이와오우)에 의해 바늘을 공양하는 구조물이 법륜사에 건립된 것으로 기재돼 있는 것을 보면 9세기 후반에는 일본에서 ‘針供養’(하리쿠요우) 풍습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풍작 기원하는 ‘하츠우마’(初午/はつうま)

初午(하츠우마/はつうま)란 원래 음력 2월의 첫 번째 午(우마/うま)의 날이었지만, 언제부터인지 바뀌어서 현재는 양력 2월의 첫 번째 午(우마/うま)의 날이 됐다고 한다. 그 때문에, 원래는 초봄의 행사였던 것이 겨울의 가장 추운 시기의 행사가 되어 버렸다고 한다.

또 2월의 두 번 째 날 오후를 二の午(니노우마/にのうま), 세 번째 날의 오후를 三の午(산노우마/さんのうま)라고 불리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이들 전부 또는 二の午(니노우마/にのうま)나 三の午(산노우마/さんのうま)의 날에만 한 해의 풍작을 기원하는 제례를 지내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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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날은 한 해의 풍작을 기원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그 때문인지 오곡의 신인 稻荷(이나리/いなり)사상이 합쳐져 이어내려오고 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初午(하츠우마/はつうま)가 되면 지역 내 오곡의 신인 ‘稻荷神(이나리카미/いなりかみ)’를 모시는 신사(神社)인 ‘稻荷社(이나리샤/いなりしゃ)’를 찾아, 제례를 보며 한 해의 풍작을 기원하고, 자신의 소원을 빈다. 지역에 따라서는 初午(하츠우마/はつうま) 때 소방단원이 각 가정을 돌며 불조심하라고 당부하고, 불조심 패를 나눠주는 습관이 있는 있다.

또, 富山縣;(토야마켄(=현)/とやまけん) 소재 利賀村(토가무라/とがむら)의 上村(우에무라/うえむら) 지역에서는 아이들이 짚으로 만든 말(오) 머리를 가지고 집들을 돌아, 집안에 올라와 장단을 맞추어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는 ‘利賀のはつうま(토가노와우츠마/とがのはつうま)’가 열리는데, 2004년 7월 富山縣(토야마현)의 무형 민속 문화재로 지정됐다.

奈良縣(나라켄(=현)/ならけん)에서도 이날은 어린 아이들에게 ‘旗飴(하타아메/はたあめ)’를 나눠주는 풍습이 있고, ‘토치木縣;(토치기켄(=현)/とちぎけん)’에서는 しもつかれ(시모츠카래)라는 음식을 먹는 풍습이 있다. 이 밖에도 ‘初午(はつうま)’의 날에 いなり&壽司(이나리즈시)를 먹거나 공양으로 올리는 풍습도 있다.

박용준 기자 sasori062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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