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위터
  • 페이스북
  • 검색
  • 전체메뉴

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비바100] 코로나19도 못 막는 '발렌타인 데이 방콕 데이트'

[즐거운 금요일] 흑백영화 '카사블랑카',시리즈로 만들어진 '트와일라잇','한국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세대 넘나드는 인기 누려

입력 2020-02-14 07:00   수정 2020-02-14 07:17
신문게재 2020-02-14 14면

SHAOZipKolUntitled-5

 

기침과 사랑은 숨길 수 없다고 했던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창궐도 핑크빛 발렌타인 데이의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다. 혼자든, 둘이서든 초콜릿의 단내가 여기저기 풍기는 발렌타인데이, ‘방콕 시네마 데이트’는 어떤가. 시대를 초월하며 사랑받는 불멸의 로맨스 영화를 추렸다.

 

 

카사블랑카1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카사블랑카’


이보다 더 멋진 오역(?)도 없다. 떠나는 전 여인에게 “여기서 당신을 보고 있을게” Here‘s looking at you, kids)라고 했던 다소 삭막한 작별인사를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는 멋진 대사로 살려냈으니 말이다. 

 

1942년도 영화 ‘카사블랑카’는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의 출연으로 할리우드를 들썩거리게 했던 작품이다. 

 

제16회 미국 아카데미의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색상을 섭렵할 만큼 인기에 버급가는 영예도 품에 안았다.

어느 도시에나 사연없는 사람은 없다. 중동에 위치한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는 나치의 눈을 피해 미국으로 가려는 사람들의 집결지였다. 

 

이곳에서 술집을 경영하는 릭(험프리 보가트)은 지역에서 알아주는 유지이자 냉소의 소유자다. 그의 인맥과 돈으로 카사블랑카에서 불가능한 건 없다. 그의 소문을 듣고 미국 여권을 부탁하러 부부 라즐로(폴 헨레이드)와 아내 일리자(잉그리드 버그만)가 술집을 찾는다.

단번에 서로를 알아보는 릭과 일리자는 과거 파리에서 불꽃같던 사랑을 나눴던 사이다. 진부한 삼각관계가 펼쳐질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흑백필름 속 험프리 보가트는 그때까지도 가슴 속에 마지막 사랑으로 품었던 일리자를 더 자유롭게 해주는 걸로 순정남이 지닌 무지개 빛 진심을 더한다.

 

카사블랑카
정작 영화 제목의 장소인 모로코가 아닌 할리우드 세트장에서 촬영된 ‘카사블랑카’의 한 장면.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영화의 촬영지인 ‘카사블랑카’는 사실 할리우드의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의 세트장이었단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있다. 도리어 영화의 흥행으로 현지에 ‘릭스 카페’를 모방한 곳이 여러 군데 생겼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의 사연을 아는 술집 악사 샘이 연주하는 ‘세월이 흐르면 ’(As Time Goes By)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트와일라잇1
(사진제공=판시네마)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트와일라잇’ 시리즈


일찍이 세익스피어가 그린 ‘로미오와 줄리엣’은 대대로 원수인 몬테규와 캐플릿, 두 가문의 이뤄질 수 없는 두 연인의 비극을 그렸다. 

 

하지만 2008년 시작된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아예 종이 다르다. 인간을 사랑한 뱀파이어의 연대기다. 

 

채식을 하는 사람이 있듯이 사람의 혈액 대신 동물의 피로 연명하는 집단이 있다는 것도 신선하지만 17살 소녀 벨라(크리스틴 스튜어드)도 거침없다.

예민한 사춘기에 이혼한 아빠가 사는 습기와 안개가 가득한 워싱턴 주 포크스로 이사온 뒤 전학 첫날 유난히 창백한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를 만난다. 

 

사실 에드워드 집안은 대대로 뱀파이어로 가족의 모습을 하며 불멸의 삶을 살아왔고 100년 단위로 전세계를 돌며 과거를 지워왔다. 저자 스테파니 메이어는 우연히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지는 꿈을 꾼 뒤 출판까지 감행했다. 영화 자체도 저예산으로 당시 신인에 가까운 배우들과 미술감독 출신인 캐서린 하드윅이 메가폰을 잡았다.

 

트와일라잇
(사진제공=판시네마)

 

결과는 놀라웠다. 전세계 소녀들은 벨라와 에드워드에 빠져 들었고 실제 배우들이 연인으로 발전하며 불을 지폈다. 극중 스토리는 다소 뻔하다. 종이 틀린 만큼 장벽은 높다. 결국 벨라가 인간과 뱀파이어의 혼혈을 낳으며 더욱 단단해진다. 일찌감치 다인종의 화합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해피엔딩으로 대장정을 마무리 한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4편으로 만들어졌다. 4편의 총 수익은 20억 달러(2조 3000억원)에 이른다. 참고로 크리스틴 스튜어드와 로버트 패틴슨은 결별해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동성애인을 당당히 고백한 크리스틴과 할리우드를 넘어 다국적 프로젝트로 착실한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로버트는 “이제는 말 할 수 있다”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사이라고.


싸이더스 FNH1
(사진제공=싸이더스 FNH)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지라도 ‘8월의 크리스마스’

 

지금은 ‘멜로장인’으로 불리는 허진호 감독의 실질적인 첫 입봉작이다. 

 

지금은 은퇴해 스크린에서 볼 수 없는 심은하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 반가운 작품이기도 하다. 

 

1998년 개봉해 서울 관객만 42만명을 동원해 사실상 1000만 영화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다. 특히 그 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선정돼 “죽음에 대한 동양적 사고를 엿볼 수 있는 아름다운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자주색 유니폼을 입은 주차단속 요원들이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현상을 해 벌금을 메기던 시기, 변두리 사진관을 운영하며 사는 정원(한석규)은 그런 다림(심은하)의 순진함이 마냥 귀여울 따름이다. 

 

문제는 정원이 시한부 인생이란 것. 사랑도 일상도 시간이 아까운 그가 다림에게 다가서기는 쉽지 않은 상태다. 툭하면 고성이 오가고 딱지를 떼야 하는 고된 직업을 해내는 다림 역시 나이차이 많이 나는 정원의 웃음에서 평온을 얻는다.

 

시간이 없는 남자와 마냥 싱그러운 여자의 어렴풋한 감정은 그래서 더 안타깝고 아련하다. 그 해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던 심은하는 영화 경험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캐스팅돼 유독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허진호 감독은 “나로서도 데뷔작이었기 때문에 능숙하게 연출하지 못했던 점이 있었다. 당시 군산에서 첫 촬영이 있었는데 현장에서 왜 이 장면을 찍어야 하는지 설명이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4분의 1쯤 촬영이 진행됐을 때는 완벽히 다림이 되어 있었다”며 비범했던 순간을 회고했다.  

 

싸이더스 FNH
20대 다림과 30대 중반의 정원역할로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여주는 심은하와 한석규. (사진제공=싸이더스 FNH)

 

실제로 올해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 연출자와 배우로 만난 한석규는 다시 연기하고픈 배우로 심은하를 꼽기도 했다. 이 영화가 주는 여운은 남자의 죽음을 모른 채 토라진 여자의 돌멩이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정원은 자신의 영정 사진을 찍는다. 그의 죽음을 모르는 다림은 한마디 말도 없이 모습을 감춘 남자를 원망하며 돌멩이를 던져 유리창을 박살 낸다. 환하게 웃고 있는 자신의 사진이 걸려있는 그 곳을 향해.

한석규의 매력적인 내레이션은 그래서 더 아련하다.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브릿지경제 핫 클릭

   이 기사에 댓글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