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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대기자의 자영업이야기] ‘기생충’에 드러난 자영업

입력 2020-02-19 07:30
신문게재 2020-02-1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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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 박사
영화 기생충이 세계 영화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비영어권 나라의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휩쓴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도 기생충은 화제를 낳고 있다. 평론가들은 그 이유 중 하나로 빈부격차라는 사회학적 주제를 세밀하게 파고 들어간 감독의 영감이 언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세계인의 공감을 자아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영화에서 기택(송강호 분)의 식구들은 부자인 박 사장에게 기생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기택은 대만 카르텔라 창업 열풍 때 창업했다가 망하는 바람에 졸지에 빈곤층으로 떨어졌다. 영화의 현실은 바로 우리나라 자영업 시장의 현주소를 대변하고 있다. 먹튀 브랜드, 건물주 갑질 등이 상징하는 천민 자본주의의 단면이기도 하다.

자영업 시장의 기생충들은 예비 창업자들의 무지와 ‘비이성적 과열’을 자양분으로 이들에게 빨대를 꽂는다. 영화에서는 대만 카르텔라가 소재로 등장했다. 하지만 ‘찜닭’ ‘스몰비어’ ‘과일주스’ ‘육회’ 등을 대입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런 아이템들은 빈곤층을 양산하는 파멸의 DNA를 지니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자영업 시장에 당분간 비이성적 과열이 나타날 조짐은 없어 보인다. 내수침체, 최저임금, 코로나19 등 악성 변수들이 자영업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까닭이다.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란 말은 원래 1996년 당시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처음 사용했다. 로버트 쉴러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는 같은 이름으로 된 책을 펴냈다. 2000년 이 책을 출간한 바로 그 달부터 주가가 폭락해 ‘닷컴 버블’이 종말을 맞았다. 이 책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음은 물론이다. 2005년에는 집값 거품이 부동산 시장은 물론 금융업계의 패닉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결국 2006년 미국 부동산 시장의 폭락이 시작되면서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이어졌다. 이 두 사건으로 로버트 쉴러는 ‘위기의 예언자’로 자리매김했다.

한때 상가 투자상품으로 각광받던 집합상가 칸막이 매장은 최근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 동대문상권 한 가운데 있는 밀리오레, 굿모닝시티 등의 4㎡ 안팎 매장들은 최근 경매시장에서 유찰을 거듭하면서 감정가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낙찰되고 있다. 이는 지난 10년간 온라인 쇼핑으로 소비자들이 대거 이동한 결과다. 2020년대 한국은 미증유의 인구구조 변화를 겪게된다. 상가든, 주택이든, 자영업이든, 건설업이든 격랑의 물결을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비이성적 과열의 결과는 파멸이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 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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