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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뮤지컬 ‘아이다’ 윤공주·최재림 “기대치를 채우는 동시에 깨는…도전에 후회는 없다”

입력 2020-02-21 19:00

윤공주 최재림
뮤지컬 ‘아이다’의 윤공주(왼쪽)와 최재림(사진=강시열 작가)

 

“사적인 생활과 직업인 배우로서의 선은 나눠지는 것 같아요. 연기나 연습에 임할 때 등 무대 위 삶의 순간에는 직업의식을 가지고 한다면 그 외에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편이에요.”



오리지널 제작사인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이하 디즈니)이 모든 레플리카(모든 요소를 그대로) 공연 종료를 선언함으로서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버전의 그랜드 피날레를 맞은 뮤지컬 ‘아이다’(2월 23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라다메스로 분하고 있는 최재림은 이렇게 전했다.

“하고 싶은대로 한다기 보다 사회적인 기본 예절만 지키면 된다 정도랄까요. 상대방의 기분을 많이 상하게 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원하지 않는데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엘튼 존과 팀 라이스의 콤비작 ‘아이다’는 베르디의 동명 오페라를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망국 누비아 공주 아이다(윤공주·전나영, 이하 관람배우·시즌합류 순), 그 누비아를 집어삼킨 이집트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공주(정선아·아이비) 그리고 두 여자에게 사랑받는 장군 라다메스(최재림·김우형)의 가슴 아픈 로맨스이자 성장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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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 윤공주(사진=강시열 작가)

망국민으로서 고통받는 누비아 사람들의 희망으로 중심을 잡아야할 할 아이다와 이집트의 전쟁영웅으로 추앙받는 라다메스는 자신들이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번뇌하는 인물들이다.

 

관객들이 바라보는 무대 위 배우로서와 일상을 사는 인간으로서 다른 모습에 대해 “선이 잘 나눠져 있다”는 라다메스 최재림의 말에 아이다 윤공주도 “잘 구분해 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무대 위에서는 완벽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일상생활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 저를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살고 있죠.”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 그 경계에서

“그런 상황은 별로 없어요. 늘 하고 싶은 걸 했던 것 같거든요. 제가 하고 싶지 않은 건 하지 않아요. 대부분 ‘네네’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은근 싫은 데는 욱 하거든요. 하고 싶어 하는 쪽을 주로 택해선지 갈등한 경험이 별로 없어요.”

아이다와 라다메스는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갈등하고 혼란을 겪는다. 아이다는 나라를 빼앗긴 누비아 백성들의 읍소를 외면할 수 없고 원수지간인 라다메스와의 사랑도 포기할 수 없을만큼 소중하다.

라다메스 역시 이집트 파라오의 명과 사랑하는 아이다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진다. 이는 배우들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상황이다. “늘 하고 싶은 걸 했다”고 답한 윤공주는 “딱히 하고 싶지 않은 작품이었어도 하면 재밌으니 그건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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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 윤공주(왼쪽)와 최재림(사진=강시열 작가)

 

“사실 딱히 하고 싶지 않았던 작품도 별로 없지만 어차피 놀 거라면 작품을 하면서 노는 게 훨씬 재밌어요. 일을 하지 않으면 재미가 없거든요. 뭐든 도전하고 싶었어요. 저랑 안 어울리는 캐릭터라면 더더욱.”

 

그리곤 “대본도 안보고 저를 필요로 하셔서 의리로 하는 작품들도 있다”며 “출연료를 못 받을 것도 알고 큰 역할이 아닌 걸 알면서도 도움이 된다면, 그리고 제 일정에 짬이 난다면 한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하면 분명 얻는 게 있거든요. 금전적이든 배우로서의 역량이든…무대에 서면 무조건 배우는 게 있어요. 그런 게 너무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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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 최재림(사진=강시열 작가)

최재림은 “저는 개인적으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며 “논리적·합리적으로 맞으면 감정적으로 다가가게 된다”고 스스로를 분석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과 의무적인 것 사이에서 고민하기보다 그 상황 자체를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파악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해야 하는 걸 뛰어넘을 만큼의 감정적인 것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의무적인 걸 주로 선택하죠.” 

 

이같은 최재림의 성향은 라다메스 캐릭터 구축에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최재림은 “어떤 공연이든 제가 하고 싶은 연기와 해야만 하는 디렉션이 부딪힌다”며 “라다메스 캐릭터를 만들 때도 그랬다”고 예를 들었다.

“창작진이 바라는 방향도 이해는 하려고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내가 연기하는 내 인물인데 왜 하고 싶은 걸 못해’라는 반발심도 생기죠. 그럴 땐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분석을 해요. 제 감정은 이걸 하고 싶다는데 창작진은 왜 이렇게 해야한다고 하는지를. 분석을 하다보면 결국 해야하는 것이 맞더라고요.”

그리곤 “그 장면, 순간 자체로는 저의 감정이 맞을지 모르지만 극 전체적인 흐름으로는 창작진이 해야한다고 하는 게 맞다”며 “그런 식으로 선택을 한다”고 덧붙였다.

“되게 꼼꼼하게 분석하는 것 같지만 좀 깊이 생각을 하는 정도예요. 이 장면이 생뚱맞거나 이질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앞의 흐름을 보면 맞는 경우들이 대부분이거든요.”


◇다양함을 꿈꾸는 도전의식…후회는 없다! 모든 것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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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에스메랄다로 분한 윤공주(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

 

“(최)재림이는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에스메랄다와 그랭구와르로 처음 만났어요. 노래를 너무 잘해서 놀랐죠. 어쩜 저렇게 장르를 뛰어넘으면서 잘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제 나름대로는 분석도 했어요.”

최재림에 대해 이렇게 전한 윤공주는 “너의 소리를 들으면서 공부한다”며 “노래하는 걸 듣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는 배우”라고 표현했다. 최재림 역시 윤공주에 대해 “(윤)공주 누나를 생각하면 4개의 캐릭터가 떠오른다”며 뮤지컬 ‘렌트’의 미미, ‘틱틱붐’의 수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 그리고 ‘아이다’의 아이다를 꼽았다.

“캐릭터마다 너무 달라요. 연기를 정말 잘하는, 다양한 색을 가진 배우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이다’를 이번에 같이 한다고 해서 정말 든든했죠. 경험도 많고 원체 분석도 잘하는데다 그 캐릭터와 작품에 푹 빠져 사는 사람이거든요. ‘그것만 잘 따라가면 나도 잘 하게 되겠구나’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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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 윤공주(사진=강시열 작가)

 

최재림의 극찬에 윤공주도 “재림 배우도 다양한 캐릭터를 많이 했다”고 전하자 최재림은 “전 일부러 그렇게 하고 있다”고 대꾸했다. 최재림은 최근 ‘시티오브엔젤’의 작가 스타인, ‘노트르담 드 파리’의 그랭구와르, ‘마틸다’의 교장 미스 트런치불, ‘킹키부츠’의 드래그퀸 롤라 등 다양한 캐릭터로 무대에 올랐다.

 

“로맨스 연기가 익숙하지 않았어요. 그때는. 그때까지 로맨스 연기가 전무하다시피했거든요. 데뷔작 ‘렌트’에서 (콜린스로 분하며) 엔젤(드래그 퀸이자 동성애자)을 상대로 로맨스를 한번 해보고는 못해봤거든요.”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초연 당시부터 불거진 “로맨스 연기가 불편한 혹은 어색한 최재림”이라는 평가에 최재림은 이렇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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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의 윤공주(왼쪽)와 최재림(사진=강시열 작가)

 

“그때는 가벼운 터치도 너무 조심스러웠어요. 적극적으로 뭘 할 수 없는 지경이었죠. 너무 조심스러워서 (로맨스 연기를) 못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는데 저 잘합니다.”

최재림의 항변(?)에 윤공주가 “지금은 너무 잘하는데…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묻자 “무슨 일이 있이 있었다기 보다는 재능을 늦게 발견했을 뿐”이라고 눙쳤다.

 

안해봐서 몰랐을 뿐이에요. 로맨스 연기를 경험하면서 열과 성을 다해 사랑하면 되는구나를 깨달았어요. 기술적이기 보다 몸이 느끼는대로, 상배배우를 내가 얼마만큼 사랑하는가에 달린 것 같아요.”



◇윤공주의 ‘타이타닉’, 최재림의 ‘에드거 앨런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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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사진제공=SMG)

“제가 웃기는 걸 너무 좋아해요. 코미디 욕심이 좀 있죠. 노래를 못하는 것도 속상하지만 웃겨야하는 데 못 웃기면 그게 그렇게 속상해요.”

그런 윤공주의 코믹 본능을 가장 잘 드러냈던 캐릭터가 ‘타이타닉’의 앨리스 빈이다. 실재했던 1912년 타이타닉 호 침몰사건을 다룬 뮤지컬 ‘타이타닉’에서 윤공주는 일등실로의 진입을 꿈꾸는 2등실 손님 앨리스 빈으로 분했다.

 

윤공주 스스로의 표현을 빌자면 “속사포 랩 수준”의 대사와 가사를 능청스럽고 사랑스럽게도 소화해내며 변신했다.

“사실 ‘아이다’에서도 그래요. 제가 웃기는 건 아니지만 관객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너무 좋아요. 암네리스나 라다메스가 웃기는 장면을 잘하면 지켜보면서도 ‘앗싸’를 외치게 되거든요.”

최재림은 윤공주의 표현대로 “워낙 노래 잘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배우”다. 그런 그도 “배우 생활 3년을 포기하고 해야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넘버가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매의 날개’다.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는 ‘애너벨리’ ‘어셔가의 몰락’ ‘모르그가의 살인사건’ ‘검은고양이’ 등 독창적이고 기발했던 소설가이자 시인이었으며 비평가였던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일생을 다룬 작품이다.

뮤지컬 ‘겜블러’, 한국 창작뮤지컬 ‘댄싱 섀도우’의 작곡가이자 ‘아이 인 더 스카이’ 등으로 잘 알려진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 멤버였던 에릭 울프슨의 유작으로 록을 바탕으로 한 난이도 최상급의 극한 넘버가 매력적이다. 그 중 ‘매의 날개’는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포를 대표하는 넘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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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 최재림(사진=강시열 작가)

 

“에릭 울프슨의 원곡 보다 반키를 낮춘 건데도 ‘매의 날개’는 인간의 ‘생목’으로는 부를 수 없는 넘버였죠. 에릭 울프슨이 남자들의 평균 음역대를 고려하지 않고 쓴 곡들이 아닌가 싶어요. ‘에드거 앨런 포’ 공연을 하는 내내 ‘매의 날개’를 제 마음에 들게 노래한 적이 별로 없을 정도였죠.”

그럼에도 최재림은 물론 윤공주도 “어떤 작품도 후회는 없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윤공주는 “전 항상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 주의”라며 “잘하진 못해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선지 후회는 없다”고 털어놓았다. 최재림 역시 “저 역시 후회한 작품은 없다”고 동의를 표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언제나 이유가 있었고 선택한 이상 최선을 다했어요. 그래선지 ‘하지 말 걸’ ‘힘들다’ 등의 후회를 한 적은 한번도 없었죠.”


◇삶의 전환점! 윤공주의 가랑비에 옷 젖듯, 최재림의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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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의 윤공주(사진=강시열 작가)

“딱히 전환점이 있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어쩌면 항상, 매 작품이 전환점인 것 같기도 해요.”

아이다가 라다메스를 만나면서, 라다메스가 아이다를 만나면서 인생 전체가 뒤바뀐 것처럼 두 사람에게도 있을 ‘삶의 전환점’에 대한 질문에 윤공주는 상반되지만 일맥상통하는 답을 내놓았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즐겼어요. 그러면서 조금씩 바뀌어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성장을 하든 단단해지든 차츰차츰요. 저 스스로는 바뀌었다고 느끼지 못하지만 분명 달라지고 있거든요.”

최재림은 ‘삶의 전환점’으로 군대를 꼽았다. 그는 “아마도 태어나 10살 때까지는 원래 제가 가진 성격대로 살다가 그 뒤로는 그러질 못했다”며 “그러다 군대에 다녀와서야 다시 제가 가진 원래 성격대로 살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저는 군인 집안에서 자랐어요. 아버지가 군인이셨고 제가 아는 어른들은 직업이 군인인 게 당연했죠.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그랬어요. 두살 터울의 형과 함께 엄격하게 교육을 받았죠. 바르게 행동하고 어른을 공경하고 문제를 일으키면 안되고…대학 때까지 주입받았죠.”

그는 스스로의 타고난 성격을 “장난도 많이 치고 사람들을 편하고 허물없이 대하는 걸 좋아하고 사람들도 저를 그렇게 대하게 만든다”고 털어놓았다. 9살까지 원래 타고난 성격대로 살았다는 최재림이 엄격한 군인집안 교육에 순응한 건 “제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 우리 가족에게 별로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나이 10살 때의 깨달음(?)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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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의 윤공주(왼쪽)와 최재림(사진=강시열 작가)

 

“되게 어른스러운 깨달음 같지만 쉽게 말하면 친구랑 싸우면 안되고 화나도 참아야하는 정도의 것들이었죠. 그렇게 스물한살까지 살다 보니 남에게 맞춰주는 걸 굉장히 잘해요.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으로 비춰지는지, 어른들에게 해야 하는 바른 행동 등의 정석이 뭔지도 잘 알고 있죠. 하지만 군대 가서야 깨달았어요. 굳이 그렇게 살 필요가 없다는 걸.”

 

이어 최재림은 “세상엔 수만 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있어서 내가 뭘 해도 좋아할 사람이 있고 뭘 해도 싫어할 사람 있고 뭘 하든 신경 안쓰는 사람들이 있더라”며 “그 모든 사람들 마음에 들기 위해 행동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정말 필요 없는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제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왜 돼요? 굳이. 마음대로 해도 되겠다고 깨달은 후부터는 오히려 제 맘대로 하는 게 어색해서 애를 먹었어요. ‘마음대로 살아도 괜찮아’ ‘미움 받으면 어때’ ‘관심 좀 못 받으면 또 어때’ ‘좋은 사람이 아니면 어때’라고 단련하면서 애를 좀 썼죠. 그러면서 그 모습을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어요. 그게 바로 제 삶의 전환점이죠.”


 

◇한없이 순수하고픈 윤공주, 기대치를 채움과 동시에 깨는 배우를 꿈꾸는 최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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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 최재림(사진=강시열 작가)

“열심히 안하는 배우는 없어요. 하지만 열심히 한다고 보여지는 이유는 발전된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의 말처럼 윤공주는 ‘노력하는 배우’로 평가받곤 한다. 그 평가에 대해 이렇게 전한 윤공주는 “작품을 할 때마다 발전하는, 그게 저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무대 위에서만큼은 한없이 순수하고 싶어요. 순수하게 역할에 빠져들고 사람 자체도 순수하게요. 그래서 얼마나 발전돼 있고 완성도를 높였을지 다음이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노력하면 발전할 수 있다는 걸 알겠거든요. 그래서 저도 항상 제가 궁금해져요.”

그리곤 “그렇게 계속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발전할 것”이라며 “끝은 없을테지만 할 수 있는 한 발전하면서 무대 위에서 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막 배우를 시작했을 때는 “기왕 발을 들였으니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가 되자는 목표가 있었다”는 최재림은 “어느 순간 의미가 없어졌다.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는 목표가 아닌 것 같았고 최고가 되기 위해 뭔가를 한다는 게 무슨 의민가 싶었다”라고 털어놓았다.

“배우를 하면할수록 동료 배우들이나.스태프들, 관객분들, 하물며 저 스스로도 닮고 싶고 존경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든 기대치를 채워줌과 동시에 예상을 깨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재림이라는 배우가 어떤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이렇게 하겠지’라는 예상치나 기대치가 있잖아요. 그걸 채워 주는 동시에 ‘이걸 이렇게 해?’라고 기대치를 뛰어넘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윤공주의 ‘빨래’ 주인할멈, 나이에 맞는 역할을 꿈꾸는 최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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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 최재림(왼쪽)과 윤공주(사진=강시열 작가)
“이름도 바꾸고 분장을 통해 얼굴도 좀 바꾸고 어떤 역할을 하고는 나중에 ‘사실은 나 윤공주였어’라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곤 “저 스스로도 이 작품이나 역할을 한다면 어떻게 할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며 “뮤지컬 ‘빨래’의 주인할매 역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그 역할을 (영화 ‘기생충’ ‘군함도’ ‘말모이’ ‘옥자’ 등과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타인은 지옥이다’ ‘눈이 부시게’ 등의) 이정은 선배님이 하셨는데 정말 너무너무 좋았거든요. 처음 그 역할을 하셨을 때(2008년) 젊은 나이였는데 정말 할머니 같으셨어요. 그 선배님 것만 서너 번을 봤죠. 나이를 뛰어넘는 연기를, 저인지 모르게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리곤 2010년 군 뮤지컬 ‘생명의 항해’를 하던 때를 떠올렸다. 장진호 전투와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둘러싼 흥남 철수작전을 모티프로 한 이 작품에서 윤공주는 해강(이준기)의 여동생 금순으로 분했다.

“할머니가 된 금순이가 회상하면서 젊었을 때로 넘어가는데 지인들이 행동과 목소리를 듣고는  ‘당연히 할머니와 젊은 시절 금순이 배우가 따로 있는 줄 알았다고 하는데 너무 좋았다”는 윤공주에 최재림 역시 “친구가 ‘마틸다’를 보러 와서는 ‘너 안나오던데…학생 중 키 큰 사람이 너야?’라고 묻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동의를 표했다.

서울 공연에서 이어지는 부산 ‘아이다’(3월 20~4월 19일 부산 드림씨어터) 투어 후 4월 말 일본 솔로 콘서트가 계획돼 있는 최재림은 “몇 년 전부터 나이든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더 나이가 들었을 때 할 수 있는 어른 역할이요. 제 나이대에 할 수 있는 모든 역할들을 내가 한다면 어떨까 생각하게 돼요. 젊어서는 젊은 역할, 더 시간이 흐르면 중년, 노인 등 제 나이에 맞춰서 하는 연기가 조금씩 궁금해졌거든요. 그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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