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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한국 경제, 딱 한번의 기회가 있다> 최남수

'양손경제-양손경영'으로 성장과 분배의 균형점 찾기

입력 2020-02-26 07:00   수정 2020-02-25 20:15

양손잡아
< 총평 >

경제신문과 지상파 방송사를 거쳐 YTN 사장까지 역임했던 저자는 경제전문가다. 그가 보기에 이제 우리 경제는 ‘성장’을 중시하는 오른손과 ‘분배’를 중시하는 왼손을 다 같이 써야 할 때다. 저자는 주주만이 아니라 고객과 근로자,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기업의 목적으로 삼는 ‘양손잡이 경영’이 필요하다고 주창한다. 지나치게 분배에 기우는 듯한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보면서, 저자는 우리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성장’을 통해 파이를 늘리는 현명함을 주문한다. 대기업들에게는 혁신과 창의로 거듭날 것을 주문하는 한편으로, 정부 경제정책의 전향적인 변화와 혁신을 촉구한다.



◇ 세계경제에 잇단 경고음

* 짐 로저스의 경고 - “앞으로 1~2년 사이에 내 평생 최악의 경제 위기가 발생할 것이다. 전 세계 부채액이 사상 최악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까지 얽히면 어마어마한 대참사가 벌어질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보다 부채가 더 빨리 늘어난 것을 우려해 한 말이다. 전 세계 GDP 대비 채무 규모가 2.9배에서 3.2배로 확대되었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이 돈을 대규모로 찍어낸 결과다. 미래에 대한 우려 때문에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아질 우려도 높다. 실제로 미국 FRB는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을 경기침체의 신호로 해석한다. 미국 국가기업경제협회(NABE)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가 2021년말 안에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한다.



* ‘세 차례 경제위기’ 뇌관은 모두 ‘금융’ - 닷컴 붕괴를 빼면 모두 금융 부문이 뇌관이었고, 다음 위기도 그럴 우려가 크다. 금융위기 후 급증한 부채 수준이 문제다. 세계은행은 이미 네 번째 부채 축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개도국과 저개발국의 부채 급증이 최대 난제다. 100개 개도국과 저개발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170%로 급상승했다. 부채가 늘어도 경제 성장은 둔화되어 문제다. 금리가 오르면 이들 국가의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 -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현재의 경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고 중앙은행이 돈줄을 풀어 문제가 가려져 있을 뿐, 양극화 심화와 노동력 증가 둔화 등에 따른 만성적 수요부족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 글로벌 경기침체의 도화선은 어디? - 개도국과 저개발국의 급속한 부채 축적과 함께 미국과 중국 경제의 향방이 키를 쥐고 있다. 특히 두 나라가 안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무역마찰이 재연될 경우 심각한 상황이 우려된다. 미국 경제가 완전 고용에 가까운 상태이지만 기업투자는 줄고 있고 세율 인하 효과도 점점 줄고 있다. 미중 마찰에 이어 미-이란 충돌 등 중동상황도 변수다. 금리 등을 낮출 여력이 거의 없고 정부가 돈을 풀 여력이 모자라다는 점이 걱정이다.

◇ 끝나지 않을 미중 패권분쟁

* 중국은 얼마나 미국에 위협적인가 - 2018년 기준 중국의 연간 해외투자금액은 전 세계 해외투자액의 14.1%로 세계 2위 수준이다. 2002년 26위에서 수직 상승했다. 1위는 일본. 에너지와 자원을 중심으로 188개국에 4만2872개 해외투자기업을 설립했고, 최근에는 해외기술과 경영 노하우 획득을 위한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2014년부터 유럽이 최대 투자처다. 볼보트럭 HSBC 다임러 등이 대상이다. 미국 대비 GDP 규모가 2008년에 31% 수준이었는데 2018년에는 65%까지 급상승했다. 2040년을 전후로 국방비도 미국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구매력을 감안한 GDP로는 이미 중국이 미국을 5조 달러 앞선다. 2030년 스탠다드 타드 전망치로는 중국이 64조2000억 달러, 미국은 31조 달러로 3위로 밀린다.

* 미국의 ‘창’, 중국의 ‘방패’ - 미중 무역마찰의 본질은 기술 지배권 전쟁이라는 진단도 있다. 미국은 실제로 대부분의 차세대 기술이 군사적으로 이용 가능해 기술 패권을 놓치면 군사적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고 판단해 중국이 기술 추격전을 막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이 중국 산 전체 제품에 대해 관세를 올리겠다고 한 것과 달리 중국은 미국산 항공기와 의약품 등에 대해선 상당부분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자국 산업에 필수적 품목은 전략적으로 빼는 이성적 선택을 한 것이다. 파상적인 무역 공세에도 결과적으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2018년 상반기 1859억 달러에서 2019년 상반기에 1670억 달러로 189억, 10% 남짓 감소에 그쳤다. 미국 전체 무역수지 사정은 더 악화됐다. 2019년 상반기 적자가 3163억 달러로 1년 전보다 8% 가까이 늘었다. 미국 경기가 좋아 기업과 소비자들이 수입품을 더 구매한 탓이다.

* 미국과 중국의 각자 반격 카드는? - 미국으로선 싸움의 무대를 중국으로 옮기기 위해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개방 압력 공세를 더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금융시장의 빗장이 열리면 대규모로 자금을 넣었다가 여차하면 자금을 빼내면서 중국경제를 위기로 몰아가는 카드를 선택할 지도 모른다. 중국은 미 국채나 주식을 매각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이는 공멸로 가는 길 임을 잘 알기에 선택에 어려움이 있어 중국의 고민이 더 깊어질 수 밖에 없다.

* 중국는 과연 G1이 될 수 있을까 - 미국기업연구소(AEI)는 구매력 기준으로 중국이 이미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되었다는 분석에 이의를 제기한다. 우선, 세계적으로 한 상품의 가격을 동일하게 집는 가정 자체가 잘못되었고, 중국 정부의 통계조작 의혹을 감안하면 아직 30% 이상의 경제 격차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더라도 중국이 추세적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미국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2012~2018년 미국의 평균 성장률은 4.1%, 중국은 9.3%인데, 이 추세로 가면 대략 2025~2031년이 중국의 미국 추월 예상 시기다. 다만 빠른 고령화와 저출산 추이와 부채 문제가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다.

*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 질서에서 빠져나가려는 중국 - 중국은 최대한 시간을 두고 대미 의존을 줄이면서 단계적으로 미국 주도 공급체인에서 빠져 나가려 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금융부문에서도 중국은 독자적인 디지털 화폐 발행을 추진 중이다. 자국의 대규모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디지털 화폐를 육성해 미 달러 화의 글로벌 패권을 흔들어 보겠다는 전략이다.

◇ 양극화… 소득·자산에서 이젠 건강·수명 양극화까지

* 양극화, 이젠 소득에서 자산, 건강까지 - 도이치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슨 슬록은 건강의 양극화를 특히 우려한다. 부자는 더욱 건강해지고 빈곤층은 건강이 열악해 진다는 것이다. 런던경영대 린다 그래튼과 앤드루 스콧 교수는 ‘100세 인생’이란 공저에서 건강 불평등을 넘어 수명의 불평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체적으로 부유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12년 이상 더 산다고 한다. UNDP도 ‘인간개발보고서 2019’에서 일부 선진국에서 소득 상위 1%의 40세 중년의 기대여명이 하위 1%보다 남자는 15년, 여자는 10년 더 길게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계층 간의 수명 격차가 확인됐다. 서울대 산학협력단 연구 결과, 소득 수준 하위 20%는 평균 기대수명이 78.55로 상위 20%의 85.14세 보다 7년 가까이 짧다. 가난하면 수명이 짧아진다는 뜻이다.

* 지니계수와 앳킨스 지수 - OECD가 산출한 우리나라 지니계수는 2017년 0.35로 조사대상 39개국 중 9번째로 높다. 2015년부터 자영업자들이 자기 소비를 위해 생산한 제품을 가계소득에 포함하는 등 통계기준이 바뀌면서 크게 올랐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실시한 2019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로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근로 연령층의 지니계수가 0.325, 은퇴 연령층은 0.406이다. 전년 대비 소폭 줄어 분배구조가 다소 개선되는 조짐이지만 절대 수치가 여전히 높다. OECD가 2016년에 산출한 앳킨스 지수로도 우리나라 0.32로 조사대상 33개국 가운데 4번째로 높다. 65세 이상 고령층 불평등이 심하다.

* 더 심각한 자산 양극화 - 양극화 정도는 소득보다 자산이 더 심하다. 자산이 상속과 오랜 기간 누적된 소득 불평등을 반영한 때문이다. 순자산 지니계수는 0.597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10분위 최상층부가 43.3%를 차지하는 등 8~10분위 자산 점유율이 73.9%에 이른다. 반면에 1분위는 -0.3%로 부채가 자산보다 많다. 보건복지사회연구원이 2014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금융자산은 상위 20%가 63.8%를 갖고 있는 반면 하위 20%는 0.8%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점점 협소해져 빈곤의 대물림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 일자리 분극화 현상 - 기술발달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일자리 분극화 현상이 일어난다. 저임금 근로자와 고임금 근로자의 고용은 느는데 비해 중간 수준 임금근로자들이 집중적으로 꾸준히 줄어든다. 실제로 2002년~2017년 동안 고임금 일자리는 14.2%, 저임금 일자리는 10.4% 늘어난 반면 중간임금 일자리는 13.5% 감소했다. 문제는 이들이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리는 점이다.

* 고개드는 ‘기본소득’ 논의 - 인공지능과 자동화 등에 따른 대량실업으로 저소득층이 양산되어 사회 안정이 깨질 우려가 큰 만큼, 국가가 적절한 재원을 마련해 국민이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소득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최근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 부각되고 있다. 앤드류 양 후보는 소득이나 직업 유무에 상관없이 모든 시민에게 1인당 1000달러 지급하겠다고 공언했다. 10%의 부가가치세 도입, 기존 복지제도 통폐합, 고소득층과 오염에 대한 과세 등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발 하라리는 정부가 보편소득 대신 보편 서비스를 보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부가 교육 의료 교통 같은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양손 경제 시대’로

* 우리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시간’ 블랙홀로? -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 잠재성장률이 2021~2025년 2% 초반, 이후 1%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대 김세직 교수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5년마다 성장률이 1%씩 떨어지는 추세”라며 이대로 가면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2년 사이에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면서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를 완화할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일본 위기를 따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작은 정부’ 없는 작은 정부 공약 - 역대 어느 정부를 봐도 ‘작은 정부’의 모습을 보인 정부는 거의 없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정부 주도로 경제를 운용하는 틀을 계속했기 때문이란다. 특히 우리는 보수정부조차도 작은 정부였던 때는 없었다고 말한다.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된 구조 탓이다.

*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란? - BRT(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은 미국의 영향력 있는 CEO 180여 명이 만든 모임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애플의 팀 쿡, GM의 매리 바라, 포드의 제임스 해커트, 월마트의 덕 맥밀런,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등 각계 최고경영자들이 망라됐다. 이 단체는 지난해 8월 이례적인 선언문을 공식 발표해 크게 주목을 끌었다. 고객들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근로자들에게 투자하며, 거래기업들을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대우하고, 지역사회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단기적 이익보다는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다짐도 포함했다. ‘주주우선주의’를 표방해 왔던 이 모임은 작년에 “기업의 목적은 고객과 근로자, 지역사회,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봉사하는 것”이라고 천명하면서 이른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를 새로운 기업의 가치로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

* 양손잡이 경제 철학 - ‘양손잡이 경영’이란 주주가치(오른손)만을 중시할 게 아니라 고객과 근로자 거래업체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 모두(왼손)를 중시하는 경영을 하자는 것이다. 이른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보스포럼도 기업들이 공정한 몫의 세금을 부담하고, 부패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하며, 글로벌 공급체인에서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기업의 합법적인 경제활동은 정부가 충분히 보장하고, 대기업은 창조적인 파괴를 통해 혁신적 변신을 지속해 나가면서 그 성과를 중소기업 및 근로자와 공유해야 한다. 민간의 기획력을 보장하고 재무 중심의 사고에서 기획과 도전의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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