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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19세기 몽마르트, 수잔 발라동과 에릭 사티, 앞으로 나아가는 힘…뮤지컬 ‘아티스’

[Culture Board]

입력 2020-03-18 17:00
신문게재 2020-03-1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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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티스’. 왼쪽부터 엘로이즈 김히어라, 마티스 현석준, 에릭 김도빈, 파트릭 안창용(사진제공=홍컴퍼니)

 

사랑과 동경, 열정과 헌신, 질투와 부러움, 나에 대한 의심, 내재된 상처, 자유로운 삶, 오롯이 나로 서기…. 2016년 신인작가에 의해 쓰여진 네 예술가들 이야기 뮤지컬 ‘아티스’(3월 21~29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의 시작은 프랑스 화가 수잔 발라동(Suzanne Valadon)과 시대를 앞서간 천재 작곡가 에릭 사티(Erik Satie)였다.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를 배경으로 애정이라는 이름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상처 입히는 천재 작곡가 에릭(김도빈)을 중심으로 화가를 꿈꾸는 연인 엘로이즈(김히어라), 그를 아끼고 후원하는 파트릭(안창용), 그를 동경하는 작곡가 마티스(석현준) 네 예술가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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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티스’ 마티스 현석준(왼쪽)과 에릭 김도빈(사진제공=홍컴퍼니)
2017년 충무아트센터의 창작뮤지컬 지원 프로그램 ‘뮤지컬하우스 블랙 앤 블루’(이하 블랙 앤 블루)에서 처음으로 발굴돼 쇼케이스로 선보였고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 창작산실-올해의 신작’(이하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돼 첫선을 보인다.

스스로와 타인의 재능을 둘러싸고 파생되는 재능과 부러움, 동경과 질투 등 다양한 감정과 심리를 다층적으로 파고든다.

뮤지컬 ‘아티스’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내면적인 차이이자 계급인 재능을 통해 통제하고 통제당하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극 중 극 형태로 선사한다.

엘로이즈가 사랑하고 파트릭이 후원하고 마티스가 동경하는 에릭은 몽마르트 언덕의 카페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생계를 꾸렸던 천재작곡가 에릭 사티를 극화한 인물이다.

안데르센 동화에 탐닉했던 에릭 사티의 음악은 파격과 실험으로 생존 당시의 예술가들을 당황스럽게 했고 경배되는 예술에 반기를 들었으며 냉소를 보냈다.

한 장짜리 악보에 ‘이 모티프를 진지하고 부담스러운 자세로 840번 반복하시오’라고 적어 넣음으로서 완성한 18시간짜리 연주곡 ‘벡사시옹’(Vexations, 짜증)은 엄두도 낼 수 없게 했고 ‘3개의 짐노페디’(3 Gymnopedie)는 일체의 허식을 거부했다.

‘느리게’ ‘놀라움을 가지고’ ‘절제해서’ ‘확신과 절대적 슬픔을 가지고’ 등의 지시어가 붙은 ‘6개의 그노시엔느’(6 Gnossiennes), ‘관객들은 연주에 절대 신경 쓰지 말 것’이라고 못박음으로서 더 집중하게 했던 연극의 브릿지곡 ‘가구음악’(Musique d’ameublement) 등은 예술가와 관객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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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티스’ 엘로이즈 김히어라(왼쪽)와 에릭 김도빈(사진제공=홍컴퍼니)

 

이같은 성향으로 소외됐고 고독했으며 인정받지 못했던 에릭 사티는 사후에야 그 천재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발레 뤼스(Ballet Russe)의 창립자 디아길레프, 천재 무용수 니진스키와 함께 했던 ‘불새’ ‘페트루슈카’ ‘봄의 제전’ 등으로 유명한 러시아 출신의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는 “프랑스 음악은 비제, 샤브리에, 사티 외에는 없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엘로이즈는 에릭 사티의 연인이자 인상주의 화가들의 뮤즈였던 수잔 발라동(본명 마리 클레망틴 Marie Clementine)을 모티프로 한다. 수잔 발라동은 세탁부의 사생아로 태어나 양재사, 직공, 서커스 단원 등을 전전하다 피에르 퓌뷔 드 샤반(Puvis de Chavannes) 눈에 띄어 르누아르, 로트렉, 드가 등 인상파 화가들의 모델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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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티스’ 에릭 역의 김도빈(왼쪽)과 파트릭 안창용(사진제공=홍컴퍼니)

인상주의 화가들의 모델 활동을 하며 어깨 너머로 그림을 배우던 수잔 발라동은 아들 모리스 위트릴로(Maurice Utrillo)를 낳은 해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드가를 소개하는가 하면 ‘수잔’이라는 이름을 선사하며 사랑했던 로트렉의 초상화, 르누아르의 ‘도시의 무도회’, 샤갈의 ‘희망’, 모딜리아니와 장 외젠 클라리의 초상화 등에서 수잔 발라동은 아름다웠고 강렬했다. 

 

하지만 그는 남성의 시각으로 미화된 환상과 그림 속 존재에 머무르지 않고 ‘오롯이 진짜 내 모습’에 집중했던 화가였다.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고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던 수잔 발라동은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자연스럽고 활기가 넘치는 작품으로 깊은 자의식을 표현했다. 

 

뮤지컬 ‘아티스’는 두 사람의 복잡하고 기괴했던 관계와 심리를 모티프로 풀어낸 작품이다. 뮤지컬 ‘아티스’의 강점은 신인 창작자들의 강한 의지로 완성된 작품이라는 것이다.

‘아티스’의 관계자는 ‘브릿지경제’에 “5년여 동안 창작진이 끊임없이 고민하고 수정해온 작품”이라며 “2017년 ‘블랙 앤 블루’ 쇼케이스 후 박예슬 작가와 남궁유진 작곡가님이 기약 없는 작업임에도 1년 동안 매주 만나 작업하며 완성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첫 연습 전에 이미 대본과 음악이 모두 완성돼 있었다. 심지어 음악 가이드까지 다 녹음이 완료된 상태였다. 실제로 연습하면서도 크게 수정하지 않아서 좀 더 안정적으로 연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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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티스’ 에릭 김도빈(왼쪽)과 엘로이즈 김히어라(사진제공=홍컴퍼니)

창작뮤지컬로는 드물게 안정적인 작업이 가능했던 이유로는 “창작자들의 의지”를 꼽으며 “2017년 ‘블랙 앤 블루’ 쇼케이스에서 호평을 받지 못했던 작품을 박예슬 작가와 남궁유진 작곡가가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 완성했다”고 전했다.

제작사 홍컴퍼니 관계자는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창작자들의 태도와 통한다. 누구나 갖는 타인에 대한 부러움, 스스로에 대한 의심 등으로 무너지지 않고 슬픔에 잠식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에 대한 이야기”라며 “네 인물의 심리 드라마로 관객 분들이 기대하는 재미와 일상을 살아 나아갈 힘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더불어 엘로이즈 역의 김히어라는 “대단한 예술가들의 이야기 같지만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공감해주실 분이라면 분명 빠져들 거예요”라고, 에릭 역의 김도빈은 “매력 있는 작품입니다! 코로나 따위 이겨내고 보러오세요!”라고 ‘브릿지경제’에 추천의 말을 전해오기도 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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