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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코멘트]넷플릭스行 ‘사냥의 시간’ 해외 법적 분쟁 위기

입력 2020-03-23 20:10

사냥의 시간
‘사냥의 시간’(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4관왕을 거머쥔 ‘기생충’도 어쩌지 못하고 흑백 버전 개봉을 잠정 연기하게 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의 펜데믹(세계보건기구가 선포하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인 세계적 대유행 상태)으로 영화계는 비상이 걸렸다.



극장으로 향하는 발길은 끊겼고 신작들은 앞 다퉈 개봉을 연기했다. 과감하게 개봉을 선택한 영화들도 홍보를 위한 시사회, 배우 및 감독 인터뷰, 관객과의 만남 등을 온라인으로 치르거나 취소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부분 신작들이 개봉을 연기하면서 코로나19 위기가 개선되더라도 50여편이 넘는 작품들이 개봉 경쟁을 벌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윤성현 감독 신작 ‘사냥의 시간’이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行을 결정했다. 영화 ‘사냥의 시간’은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 신작으로 지난 2월 열렸던 제70회 베를린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돼 주목받았다. 

 

‘파수꾼’으로 윤성현 감독과 호흡을 맞춘 이제훈, 박정민을 비롯해 ‘기생충’으로 스타덤에 오른 최우식, ‘족구왕’ ‘응답하라 1988’ ‘멜로가 체질’ 등의 안재홍, ‘슬기로운 감빵생활’ ‘양자물리학’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 박해수 출연으로 일찌감치 주목받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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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의 시간’(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23일 ‘사냥의 시간’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쳐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애초 2월 26일로 예정됐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봉을 잠정연기했던 ‘사냥의 시간’을 4월 10일 전세계 190여개국에 29개 언어 자막으로 넷플릭스에서 단독 공개한다고 알렸다.

리틀빅픽쳐스에 따르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 고민을 거듭한 끝에 넷플릭스에 먼저 제안해 협상 과정을 거쳐 4월 10일 단독 공개를 결정했다.

하지만 ‘사냥의 시간’ 해외 판매 대행사인 콘텐츠판다가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항변하며 국제적 소송 수준의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NEW의 자회사인 콘텐츠판다는 지난해 1월 24일부터 리틀빅픽쳐스와 해외세일즈 계약을 체결하고 1년 이상 업무를 이행해왔다.

콘텐츠판다는 보도자료를 통해 “해외 세일즈사임과 동시에 투자사”라며 “리틀빅픽쳐스는 극장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해외 영화사들로부터 기존에 체결한 계약을 번복할 의사가 없음을 직접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와의 계약을 강행했음을 기사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콘텐츠판다 측 보도자료에 따르면 리틀빅픽쳐스가 충분한 논의 없이 3월 초 넷플렉스 판매를 위한 계약 해지를 구두 통보했고 3월 중순 공문발송으로 해외 세일즈 계약해지 의사를 전했다. 이에 콘텐츠판다는 차선책을 제안하며 이미 완료된 해외 판매에 대한 일방적인 계약 해지 불가 의사를 전달했다.

콘텐츠판다는 “투자사들에게 글로벌 OTT사와 글로벌계약을 체결할 계획을 알리는 과정에서 콘텐츠판다만을 누락시켰다”며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 단독 공개 사실을 기사로 확인했다고 당혹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리틀빅픽쳐스 권지원 대표는 ‘브릿지경제’와의 통화에서 “넷플릭스에 제안하고 논의를 하던 3월 초부터 꾸준히 협조 요청을 보냈다”며 “넷플릭스 단독 공개로 발생하는 선판매 관련 손해배상을 하겠다고 공문도, 내용증명도 보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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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의 시간’(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이어 “국내 개봉을 못하는 상황에서 협조요청을 했지만 (콘텐츠판다 측이) 계속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며 “1년 넘게 정산내역도 받아보지 못했고 하기로 돼 있던 월별 리포트도 없었다. 얼마나 팔았는지 판매 금액도 공유되지 않았고 계약서도 본 적이 없다. 비용을 얼마나 썼는지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 넷플릭스 단독 공개를 진행 중이니 도와달라고 했을 때야 앞서 말한 것들을 겨우 공유받았다”고 덧붙였다. 

“판매금액도 제작비의 2, 3% 가량으로 예상실적보다 굉장히 낮은 수치였어요. 국가별로 묶여 있어 판매처도 많지 않습니다. 저희 쪽에서 확인한 결과 저희가 동의하거나 요청한 적도 없는 저가 판매, 묶어 팔기 등도 있었어요. 게다가 넷플릭스와의 협상 기간 동안 (넷플릭스에 전화를 거는 등) 영업방해에 해당하는 일도 있었죠. 이를 포함한 여러 가지 해지 사유가 있어 해지 통보를 했습니다.”

그리곤 “결국 손해배상의 문제”라며 “코로나19로 사간 쪽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저희가 보상을 하겠다고 공문, 내용증명 등을 보냈고 이후 저희가 투자·배급하는 다른 영화를 거래하는 방안도 제안했다”며 “그러니 (선판매된 해외 계약 건들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다른 투자사와 제작사에도 동의와 이해를 구했습니다. 연기해서 개봉하면 비용이 10억 이상 들테고 (현재 개봉을 미룬 작품들도 많아서)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들(콘텐츠판다)만 개봉을 하라는 자체가 납득이 안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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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의 시간’(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코로나19가 발생시킨 리틀빅픽쳐스와 콘텐츠판다의 갈등은 자칫 국제적인 법적 분쟁으로 번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대해 이재경 건대교수·변호사는 “코로나19 사태를 해지사유로 하는 해외판매대행계약 해지의 적법성 여부가 쟁점”이라며 “현 상황을 천재지변에 준하는 사태라고 본다면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른 계약 해지를 인정할 여지가 발생할 것”이라고 법적 소견을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계약 성립 당시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의 변경이 발생했고 계약 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오히려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기는 경우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가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곤 “본건의 사실관계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과거 메르스 발병과 관련된 2016년 위약금 사건에서 대법원이 불가항력 등 당사자의 책임이 없는 사유로 인한 계약 불이행, 계약해지 등의 경우에는 면책되므로 귀책사유가 없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고 판례를 전하기도 했다.

이어 “콘텐츠판다 입장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천재지변 수준의 사정 변경은 아니며 리틀빅픽쳐스 측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다는 사실만으로는 사정변경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며 “이후 양 당사자들 사이에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리틀빅픽쳐스의 권지원 대표는 “법적 소송을 한다면 저희도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기회에 저가 판매, 묶어 팔기 등 해외 세일즈의 안좋은 관행들도 정리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현재의 분쟁은) 영화를 잘 만들려고 애쓴 감독, 스태프들, 배우들에겐 미안한 일이에요. 원만하게 잘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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