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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트로트 '반짝 열풍' 안 되려면

입력 2020-03-29 14:43
신문게재 2020-03-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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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 인도양을 건너서라도… 무조건 무조건이야.”

박상철의 ‘무조건’처럼 코로나 역풍마저 잠재우는 이 땅의 트로트 열풍이 거세다. ‘동백아가씨’ 이미자 시대를 시작으로 트로트 양대산맥인 나훈아-남진의 전성기를 거쳐 주현미, 장윤정에 이어 최근 홍진영, 송가인에 이르기까지.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트로트는 정통성에 트렌디한 감각을 가미해 젊은 세대까지 아우르는 음악으로 사랑받고 있다.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지만 지금처럼 폭발적인 반응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트로트 돌풍의 시발점은 지난해 TV조선의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이었으며 송가인 등의 수상자들은 트로트 붐을 발진시켰다. MBC의 ‘놀면뭐하니?’의 유재석이 트로트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내고 ‘유산슬’이란 예명으로 ‘뽕포유’에서 깜짝 등장하고 ‘사랑의 재개발’로 트로트 인기를 더 젊게 재개발시켰다. 코로나 사태로 기죽어 있는 올해 초 후속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은 단연코 최고의 화제를 뿌리면서 임영웅 등 젊은 트로트 스타들을 배출시켰다.

인생의 굴곡을 짧은 시간에 담아내는 ‘3분의 드라마’ 트로트는 왜색 시비가 항상 붙어다닌다. 하지만 전통가요로서의 뿌리를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적 색채로 평가받아야 한다. 미국의 컨트리뮤직, 흑인의 블루스, 재즈가 그들의 전통음악으로 큰 틀을 형성하고 세계적으로 뻗어나간 과정을 주시해야 한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대학 등 학계에서 팝 뮤직 스터디(Pop Music Study)라는 하나의 학문으로 대중음악을 심도깊이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서양의 실용음악에만 치중한 나머지 트로트 전통가요는 학문적 테두리 안에서 전혀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그들의 전통가요 ‘엔카’(戀歌)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호·육성하고 있는 현실이 트로트 계승 발전에 무관심한 우리와 극명하게 비교된다.

트로트 열풍이 스쳐가는 바람일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별다른 차별화 없이 뻔하디 뻔한 프로그램들만 난무한다면 트로트는 ‘반짝’ 인기에 그칠 수 있다. 트로트 가수들부터 분발해야 한다. 진부한 틀에 함몰되지 않고 시대와 흐름에 맞게 트로트 장르를 항상 새롭게 개발해야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다. 댄스 트로트, 록 트로트 등 다양화, 세분화도 뒤따라야 한다. 경연 프로그램의 인지도 덕분에 당장 몸값이 폭등한 가수들은 1년쯤은 별다른 준비 없이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겠지만 독창적인 콘텐츠, 세대를 초월하는 공감을 담은 오리지널곡을 내세우지 못한다면 신선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과거 명성에만 의존해 겨우 연명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트로트도 K팝처럼 장기적 방향성, 전문성을 갖춘 매니지먼트가 필수적이다. 단타 위주의 국내 수입을 뛰어넘어 더 멀리, 더 높이, 더 길게 겨냥해야 한다.

방송사마다 재탕 삼탕으로 트로트 우려먹기에 몰두한다면 가뜩이나 부족한 트로트의 “배터리가 다 됐나봐요”라면서 주저앉게 될 것이다. 트로트는 한때의 돈벌이가 아니다. 우리의 전통가요로서 K트로트는 K팝처럼 하나의 장르로 대접받아야 하는, 자랑스러운 문화다. 트로트의 생명력을 지속적으로 불어넣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콘텐츠로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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