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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양적완화에도, 채권시장 불안 여전

입력 2020-04-02 17:20
신문게재 2020-04-03 3면

`코로나대출`현장점검하는윤석헌금융감독원장
윤석헌 금감원장(오른쪽)이 2일 인천의 전통상가 밀집 지역인 부평 인근의 신한은행 지점을 방문해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등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RP)을 사들이면서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시작한 2일 주식과 외환시장은 화답했지만, 채권시장은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한은은 이날 은행과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RP 매입 입찰을 실시한 결과 5조2500억원이 응찰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 금액을 모두 공급했다. 그러나 신용경색을 해소하기엔 아직 역부족이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 상황이 악화할 경우에는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불안한 채권금리
 
채권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이날 오전 채권금리가 대부분 내렸지만 신용등급 간 차이(spread)는 더 벌어졌다. 신용등급 AA-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2.093%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059%다. 이들의 신용 스프레드는 1.034%포인트(103.4bp)다. 정부가 2차 민생금융 안정 대책을 내놓기 전인 지난달 23일(85.7bp)보다 더 벌어졌다.
 
회사채가 시장에서 외면받아 기업이 돈 끌어오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올 초 스프레드가 60bp 안팎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채 시장에서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다고 여겨진다.
 
초단기물인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는 연 2.23%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달 23일 연 1.55%보다 0.68%포인트 뛰었다.
 
한편 코스피는 전날보다 39.40포인트(2.34%) 오른 1724.86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이 2737억원, 기관이 3141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외국인은 576억원어치 팔았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5.86포인트(2.87%) 오른 567.70에서 거래를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2원 내린 1228.3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아직 시장의 ‘반등’으로 보긴 어렵고, 폭락의 ‘진정’에 가깝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사그라지지 않아 금융시장에서 불안감이 재부각되고 있다”고 봤다.
 
그런가 하면  이 총재는 이날 오후 간부회의를 소집해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 방안을 언급하며 “비상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둬야 한다”면서 “법에서 정한 한국은행의 권한 범위를 벗어나거나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성 지원은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유동성비율(LCR), 예대율 등 금융규제를 잠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구체적 지원 방안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원장은 또 “국내 금융회사들은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확보하고 실물 경제에 원활히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며 은행의 배당금 지급, 자사주 매입, 성과급 지급 중단 필요성을 언급했다.
 

◇ 늦은데다 부족한 정책
 
시장에서는 정책이 늦은데다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정책이 과감해야 하는데, 현장 목소리에 비해 정책이 부족하다고 시장에서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시작부터 어긋났다는 소식이 찬물을 끼얹었다. 금융당국은 집행 예정 하루 전날인 1일 여신전문금융회사채 매입을 보류하기로 했다. 가격이 맞지 않아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채안펀드가 잘 진행되지 않는다는 소리가 들린다”며 “회사채까지 자금이 잘 흘러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옅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국채금리부터 안정되지 못하는 상황에 회사채는 언감생심이라는 분위기다. 늘어나는 채권을 어디서 사갈 것인지를 둘러싼 문제도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유동성 공급을 더 확대해주기 바라고 있다.
 
금융사들은 한은에서 돈을 더 빌릴 여력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사들이 담보로 맡길 만한 우량 증권을 이미 다른 용도 담보로 많이 소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은이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한다고 발표한 뒤 첫 입찰인데도 이날 금융사들의 요청 자금 규모가 크지 않은 이유로 풀이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첫 입찰 규모가 크지 않았다”며 “이미 RP시장에서 유동성 좋은 채권이 다 막혔다”고 꼬집었다. 

유혜진·이은혜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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