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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포스트 코로나'시대에도 힐링과 집중이 필요할 때… '읽어야 할 책 세 권'

[BOOK] 코로나에 지친 삶… 휴식·혜안을 주는 책3
나이라는 관념과 편견에 도전장을 낸 '우리는 매일 새로워진다'
반려견의 일상을 포토북으로 제작한 '너와 나'
시대를 앞서간 화가이자 작가의 '꽃의 파리행'

입력 2020-04-29 07:00
신문게재 2020-04-2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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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출판계의 불황이 극심하다. 최근 몇년 간 호황인적도 없었지만 유난히 책을 읽는 독자들의 취향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예스24 관계자는 지난 25일 “자기계발서 혹은 1인칭 시각으로 펼쳐지는 에세이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전망하는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힐링과 집중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책들을 추려봤다. 출판된 지는 몇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사랑받고 또 새롭게 읽히는 3권의 책들이다.




◇ 유명하거나 젊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는 매일 새로워진다’ 리사 콩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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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새로워 진다’|리사 콩던|역자 박찬원|2018.08.20 출간 1만 8000원.(사진제공=아트북스 )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 한다면 ‘도전’이다. 언제부터인가 젊은세대들이 응당해야 할 숙제 같은 이 주제를 책에선 40대부터 100세까지 새로운 일에 도전한 ‘여성’들에 대해 말한다.

나이와 편견에 도전장을 던진 사람들의 첫장은 마흔아홉살에 서핑에 도전한 캐럴라인 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우리는 매일 새로워 진다’는 저자 리사 콩던이 자신의 블로그에 ‘나이듦’을 주제로 글을 쓰면서 시작했다. 여러 소셜네트워크에 공유되면서 그는 유명하거나 무명이거나 자신의 인생에 새롭게 도전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기로 결심한다.

책은 저자의 일러스트와 더불어 반쪽 짜리 분량의 인물평 그리고 직접 만난 인터뷰 등이 반복된다. 이에 이 책은 지루함 보다는 신선함과 구구절절 옳은 문장에 줄을 긋게 만든다. 스테파니 영은 쉰살의 나이에 의대에 입학했다. 30년간 미국의 유명 잡지에 글을 싣는 명망 있는 작가였음에도 나이 때문에 아무도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카리브해에 있는 의대에 입학하기 위해 삶의 터전까지 바꿨다. 그는 도리어 자식 뻘인 동기들에게 이해하지 못하는 기계의 사용법을 배우는 동시에 그만큼 살아왔기에 성처받지 않고 도움을 요청하기 수월하다고 고백한다.

이외에도 아흔 다섯 살에 공원지기로 활동하는 최고령 숲 해설가, 여든 살의 나이로 첫 개인전을 연 작가, 슈퍼 모델의 영광을 뒤로 한 채 마흔 일곱에 마라톤에 도전한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그들은 말한다. “해가 갈수록 우리는 더 용감해지고, 더 강해지고, 더 자유로워진다”고.

 

 

◇ 개는 읽을 수 없는 책, 하지만 대등한 파트너… ‘너와 나’ 루시드폴
 

루시드폴
‘너와 나’|루시드폴| 2019.12.19 출간|2만 3000원. (사진제공=미디어창비)

처음에는 그저 ‘반려견’과의 추억을 남기는 포토북인 줄 알았다. 넓지만 오래된 팬층을 가진 루시드 폴은 현재 제주도에서 귤 농사를 짓고 있다. 그의 파트너 보현은 지난 11년 간 그의 삶을 공유했다. 주인이자 친구인 루시드 폴이 음악작업을 할 때면 콜라비를 씹거나 밥을 달라고 문을 긁는다. 그렇게 보현은 사람의 구강구조가 낼 수 없는 소리를 내면서 대등한 파트너로 음악작업에 함께 했다. 


책은 루시드 폴의 표현처럼 “엄마 발은 두 개. 아빠 발도 두 개. 합치면 네 개. 내 발도 네 개”라고 말하거나 동네 개에 물려 사경을 헤맨 후 ‘같은 종을 경계하는 개’이며 마주 보기 보다 등을 대고 앉음으로서 적대감이 아닌 연대를 표현하는 보현의 일상을 가감없이 담았다. 루시드 폴은 책과 함께 낸 음반의 홍보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언젠가는 헤어지겠지만 보현의 소리를 담아서 ‘소리의 DNA’를 가지고 뭔가 또 다른 음악을 만들어놓았을 때 이 노래 안에서 얘가 영원히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간이 귀여워서 쓰담쓰담 하는 반려견이 아니고 대등한 파트너로 음반을 만들었고 저작권도 보현에게 줄 겁니다. 물론 위탁관리는 제가 하지만 그 저작권으로 껌도 사고 보현의 이름으로 친구들(유기견들)에게 도움도 주고. 금전적으로 독립을 하게 될 겁니다”

 


◇ 100년 전 태어나 20개월간 구미여행을 한 조선여자… ‘꽃의 파리행’ 나혜석
 

BOOK
꽃의 파리행|나혜석 | 2019년 6월 14일 출간 | 1만 3800원 (사진제공=리얼북스)

화가 나혜석은 역사 속에서 ‘시대를 앞서간 신여성’으로 평가받았다. 막내아이는 채 백일이 지났고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칠순 노모가 있었지만 남편과 함께 당당히 구미유람을 떠났다. 경성을 거쳐 러시아, 스위스, 파리에 머물며 동양인이 드물던 유럽, 그것도 삼엄한 일제강점기 시대에 문화예술을 이끈 여성이었다. 그런 그가 쓴 ‘꽃의 파리행’은 애절하면서도 예리한 문장이 가득하다.


첫사랑과 사별 후 변호사 남편을 만나 당시로서는 사치에 가까운 유람에 나섰던 나혜석은 후에 그곳에서 사랑을 나눈 무책임한 남자와의 일로 ‘이혼고백서’란 글을 발표해 조선을 발칵 뒤집어 놓는다. 그곳에서 했던 자신의 그림세계에 대한 고뇌, 예술가적 영감, 서구의 여성들과의 차이 등을 몸소 겪었기에 밝힐 수 있는 솔직함이 고스란히 담겼다.

세계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을 보고 있자면 그는 예술가나 여성운동가보다 지적이고 철학적인 성숙한 인간으로 다가온다. 당시 남성 중심의 조선사회를 고발하고 가부장적 사회제도를 강하게 비판했지만 인간답게 공생하고 싶었던 그의 문장은 100년 전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나혜석은 ‘아아, 자유의 파리가 그리워’란 글에서 흡사 4남매를 위한 유서같은 내용을 남겼다. 이혼 후 죽기전까지 만나지 못한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객사한 그는 “파리에 살러가지 말고 죽으러 가자. 에미를 원망치 말고 사회제도와 잘못된 도덕과 법률과 인습을 원망하라. / 네 에미는 과도기에 선각자로 그 운명의 줄에 희생된 자였더니라. / 후일, 외교관이 되어 파리 오거든 / 네 에미의 묘를 찾아 꽃 한 송이 꽂아다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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