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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인도엔 없는 재미·감동… K스토리 미래 밝다

[권기철의 젊은 인도 스토리] 코로나發 한류 열풍(下) 한국적 이야기의 힘

입력 2020-05-11 07:00
신문게재 2020-05-11 11면

 

임ㄴ돟 4
인도 유력 주간지 인디아 투데이가 코로나 사태 속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드라마 ‘내 뒤의 테리우스’에 대한 시장 반응을 주요 기사로 다루었다.

 

한국과 인도 드라마의 특이점을 간단히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방영 회수에서 차이가 있다. 인도 드라마는 그 끝을 찾기 어렵다. 종영 날짜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500~2000회 이상의 긴 에피소드를 가진 인도 드라마와 달리 한국 드라마는 대략 16~20회의 에피소드(미니 시리즈의 경우)를 가지고 있다. 1회 당 방영 시간은 대략 60분 정도다. 인도 드라마에 비해 컴팩트 하면서 스피드가 상당히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 짧은 시간 안에 감성적인 창의력을 시청자에게 충분히 어필한다는 점도 인도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 요인이다.

둘째, 스토리 구성이 다르다. 한국 드라마의 스토리라인은 한 세대에서 끝나는 단일 스토리 라인을 따르는 반면, 인도는 부모의 사랑과 결혼 생활에서 시작해서 아이의 성장과 그 이후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길고 지루하게 이어지는 스토리가 흥미를 떨어뜨린다.

셋째, 안정성이다. 한국 드라마는 스토리 구조상 안정적인 구조를 가지고 가는 반면 인도는 안정성이 떨어진다. 즉, 드라마가 갑자기 뒤틀어지는 경우가 예사다.

예를 들면 인도 드라마에서는 결혼식에 갑자기 신랑 신부가 바뀌기도 한다. 아무 이유 없이 신랑 혹은 신부가 결혼식에서 바뀐다. 이런 뒤틀린 구조는 신선감을 불어넣기 위함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외국인의 눈에는 이상하기 그지 없다. 뿐만 아니라 너무나 급작스러운 상황 전개로 인해 스토리가 도대체 이해가 안되는 모순적 상황에 빠져드는 것이 예사다.

넷째, 사회적 이슈에 대한 몰입 정도다. 인도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보다 사회적인 이슈에 과몰입 하는 경향이 있다. 즉, 성 평등이나 문맹 퇴치, 위생과 같은 사회적 각성, 성희롱, 아동 학대 등에 대항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드라마 안에서 보여주려고 애쓴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들은 그런 문제를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섯째, 한국 드라마가 인도 드라마에 비해 더 많은 장르로 제작된다. 한국 드라마는 역사, 의학, 정치, 범죄, 스포츠, 로맨틱 코미디, 비극, 초현실, 청춘, 청소년 등 그 수를 다 세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제작된다.

하지만 인도 드라마는 주로 역사적인 내용을 다룬 드라마를 포함해 종교나 신화를 다룬 드라마가 주종을 이루고 있고 가정사를 다룬 내용은 그 뒤를 잇고 있다. 드라마 내용과 소재가 거의 천편일률적이어서 드라마를 끝까지 보지 않아도 그 결론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여섯째, 한국 드라마는 선과 악을 지닌 캐릭터가 많고, 가족을 다룰 때 캐릭터의 모습은 우리가 사는 현실과 가깝다. 하지만 인도 드라마는 계속 출연하는 인물과 임시로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인물로 캐릭터를 나눌 수 있다. 즉, 드라마 처음부터 나온 사람은 거의 이변이 없는 한 끝까지 간다. 하지만 임시로 나온 캐릭터는 잠시 나왔다 사라지는 경우도 있고 다시 또 활약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인도의 악당은 단기 악당과 장기 악당으로 나뉠 정도다.  

 

태양

 


최근 ‘태양의 후예’, ‘꽃보다 남자’, ‘도깨비’, ‘김비서가 왜 그래’ 등의 드라마가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이 네 작품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팬 모임에서 가장 봐야 할 드라마로 손 꼽힌 바 있다. 이러한 한국 드라마를 직접 본 인도 공중파 TV채널 편성 담당 PD는 한국 드라마가 공중파 방영에서 고전을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국 드라마의 인도 진출이 힘들었던 이유이기도 해 새겨들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국 드라마를 보면 빠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 드라마는 예산이 많지않아 그들처럼 화려하지도 그리고 트렌디 하지 않다. 또 인도 드라마 제작자들의 목표 고객은 젊은 층이 아니라 가족 드라마나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즐겨 보는 기성 세대다”, “TRP(타깃 시청률)을 신경 써야 하는 방송사 입장에서 아직 새로운 시험을 할 형편을 지닌 TV 제작자들은 거의 없다.”

하지만 최근 유튜브, 넷플릭스, 드라마피버(DramaFever), 비키(Viki) 등 스트리밍 서비스와 라쿠텐 등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으로도 한국 드라마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매 회마다 영어 자막이 나온다. 인도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카카오톡과 같은 왓츠앱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있는 다양한 팬 페이지들이 K-드라마의 최신 뉴스와 사건들이 공유되고 있는 것도 발견된다.

또 다른 새로운 트렌드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인도에서 리메이크 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볼리우드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 것으로 유명했다. 할리우드 영화 메멘토(Memento, 2000년)를 리메이크한 간지니(Ghanini)를 비롯해 수많은 영화가 리메이크 되었다.

하지만 2005년 만들어진 한국 영화 ‘달콤한 인생’이 인도에서 2007년 ‘아와라판(Awarapan)’으로 만들어졌다. 같은 해 김윤진 주연의 ‘세븐데이즈’는 ‘자즈바(Jazbaa)’로 만들어졌다. 2010년도 이후에도 한국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2014년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국제시장(Ode To My Father)’이 인도 최고의 배우 살만 칸과 최고의 여배우 카트리나 카이프를 주인공으로 한 바랏트(Bharat)로 영화화되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바랏트 성공 이후 한국 영화의 스토리는 본격적으로 인도에서 각색되어 영화로 제작되기 시작했다.

이 밖에 ‘악마를 보았다’를 비롯해 ‘아저씨’가 리메이크 된 ‘로키 핸섬(Rocky Handsome)’ 등이 꽤 큰 성공을 거뒀다. 여기에 ‘7번방의 기적’이 ‘102 Not Out’으로 제작되는 등 최근에는 많은 한국 영화들이 인도 영화로 다시 탄생하고 있다.

이 추세에 맞춰 최근 ‘청춘시대’ 등 여러 편의 한국 드라마도 인도 드라마로 제작되고 있다.

 

도깨비

 


한국 스토리가 인기를 끄는 것은 우선 감성적 터치가 유사한 한국과 인도의 정서적 유대 때문이다. 하지만 스토리를 만드는 한국의 힘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에도 많은 작가들이 있지만 히트작을 만들어내는 작가는 많지 않다.

인도 영화계에서 히트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은 2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선, 히트 영화의 작가는 인도 사람이다. 다음은 그들이 해외에서 산다는 점이라고 한다.

인도 안에서 만들어지는 스토리는 종교와 사회적 분위기 등으로 인해 단조롭게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인도인의 감성으로 세계의 개방성을 경험한 외국 거주 작가들은 창의적인 작품을 많이 만들어 내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숫자가 너무 적다는 점이다.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는 이런 인도에 새로운 영감과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K-드라마의 미래는 밝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심각하게 따져볼 것이 있다. 그것은 인도의 넓은 국토와 민족, 종교, 언어, 그리고 소득 수준 등을 따져서 전략적인 교두보가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13억의 인도인 모두에게 우리 문화를 사랑할 수 있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어디가 전략적인 시장 교두보가 될 수 있을까?

역사문화적 배경이나 민족적 및 지역적 특징을 고려해 따져보면 북인도 보다는 남인도가 그 가능성도 높고 정서적으로 한국과 더 가깝다. 특히 남인도의 중심도시이자 인도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뱅갈루루는 K-POP의 인도 교두보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향후 전략적 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 다시 말해 K-POP 및 드라마를 통해 비즈니스 밸류체인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다.

뱅갈루루에는 자생적으로 탄생한 K-POP과 드라마 팬 클럽들이 많고 그 층이 두텁다. 이런 많은 팬클럽을 통해 뱅갈루루에서는 한국 관련 상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 식당과 한국 마트 등을 통해 드라마에서 봤지만 인도에서 구하기 어려운 떡, 어묵, 소스(불고기, 고추장 등), 한국 커피, 차, 과자 등을 살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중국 생활용품점 ‘무무소(MUMUSO)’는 한국 생활용품점으로 착각하게끔 디자인해 제품들을 팔고 있고 상당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무무소’를 종종 한국제품을 파는 곳으로 보도하고 있다.

또 다른 중국 출신 브랜드 일라휘(ilahui)가 한국의 프리미엄 라이프에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판다고 광고하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도 많은 고객이 붐빈다.

음악 트랜드는 항상 움직이고, 패션도 유행에 따라 변화고, 개인의 취향은 진화한다. 그러나 결코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면 문화의 힘이 커지면 한국 제품 판매도 증가한다는 점이다. 인도인들의 눈과 귀를 잡는 스토리의 힘은 그만큼 대단하다. 그 멋진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한국 제작자들이 잘하는 일이다.

결국 좋은 스토리텔링은 모두를 감동시키고 그 감동은 비즈니스를 만들게 된다. 코로나 사태가 만들어낸 기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기회임을 명심하자.

국제전문 기자 speck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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