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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과제 점검:성평등 임금 공시제] 서울·고양시 등 도입… 노동시장 변화의 출발점

20대 국회에서 계류 중인 고용정책 기본법 개정안
성별 임금격차 해결 위해 투명한 정보공개 선행돼야

입력 2020-05-23 09:03   수정 2020-05-25 09:50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5대 목표 중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네 번째 전략으로 ‘노동존중·성평등을 포함한 차별 없는 공정사회’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국정과제 63호 노동존중사회 실현부터 66호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까지 네 가지가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에서도 2018년 9월부터 차별 없는 일자리 환경 구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격차인 15.3%의 2배를 훌적 뛰어넘는 수치인 36.6%으로 해결이 요원하다. 이에 성별 임금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투명한 임금공개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성평등 임금 공시제’가 제안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노동존중·성평등 사회를 위한 성평등 임금 공시제 도입의 취지와 과정상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개선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 성평등 임금 공시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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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국여성노조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0여개 단체로 구성된 ‘3시STOP 공동행동’이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일터 내 성차별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다음 달 6일 전국적으로 ‘오후 3시 조기 퇴근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연합)

 

성평등 임금 공시제는 성별·고용 형태별 임금과 근로시간 등 노동관련 정보와 임금 격차 현황을 홈페이지를 통해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미 고용정책 기본법는 제15조의2 고용형태 현황 공시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는 매년 근로자의 고용형태 현황을 공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형태별 성비·고용현황·평균임금·업무 내용 등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하거나 기업이 공시하지 않았을 때 강제 조항이 없어 고용시장 개선책으로서 효력은 없다.



노동부 관계자는 “남녀고용평등법 17조3의 대상사업장은 2항에서 근로자의 현황과 임금현황을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으며 공표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에 이같은 내용이 추가되면 성별 분리된 임금정보의 제공 및 확산하는 등 실태파악에 주요 자료로 사용될 수 있으며 그간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되던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양립법’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제도를 확립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존의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확립되기 어려운 이유를 여성노동시장의 외부화와 비정규직화, 극심한 성별 직무격리 등으로 인해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을 강제할 수 있는 남성 비교집단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는 “여성이 해당 일자리에서 남성과 동등한 임금을 받고 있는가를 넘어, 고용의 실질적 내용에 관심을 가지고 그 고용조건이 남성 지배직종과 여성 지배직종에서 차이가 있는지도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성평등 임금 공시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 20대 국회에서 계류 중인 고용정책 기본법 개정안

하지만 성평등 임금 공시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이미 20대 국회에는 고용형태별 성비·고용현황·평균임금·업무 내용 등의 내용을 담은 고용정책 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2016년 1건(김삼화 의원 외 11인), 2017년 3건(정춘숙 의원 외 10인, 이용득 의원 외 11인, 권미혁 의원 외 10인)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이런 법안들은 통과되지 못하고 국회에 계류돼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는 29일이 지나면 자동폐기될 예정이다.

또한 현재 공시제를 진행하고 있지만 부정 공시해도 처벌조항이 없어 과태료를 부과하자는 내용의 개정안도 2017년 1건(서형수 의원 외 14인), 2019년 1건(송옥주 의원 외 13인)이 올라와 있으나 마찬가지로 폐기 위기에 놓여있다.

또 다른 노동부 관계자는 “아직 기업의 임금 등은 경영상의 비밀이라고 보는 등 경영계 반발이 심해 개정안 통과가 안 되고 있어 부처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제약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난 2월 18일에 노동부는 법적 한계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산업 기준으로 규모·산업, 직업·경력 및 성·학력별 상세한 임금분포현황을 공개하는 ‘임금직무정보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교수는 현재 사이트를 구축한 것 자체는 진일보한 일이지만 성별 임금 공시제는 기업규모에 따른 격차, 정규직·비정규직 등 고용형태별 임금격차, 성별 임금격차 등을 비교해서 볼 수 있도록 만들자는 취지를 생각했을 때 개별 임금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임금을 ‘독일 기업보수 공개법’처럼 적어도 소속 노동자가 알고 싶다고 하면 알려줄 의무를 부과하는 법이 필요하다”며 “민간 기업으로는 저항이 만만치 않겠지만 기업활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보수에 대해서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빨리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해당 사이트를 만드는데 이바지한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은 과거에는 똑같은 용접을 하고 대기업에서 100을 받으면 하청은 50~60밖에 받지 못해도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형평성과 차별의 문제에 국민이 많이 민감해진 만큼 정부 정책도 수준에 맞춰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구 등과 같이 동일노동 임금원칙을 가지고 100이면 80까지 맞추려고 노력하면서 근로자 의욕 저하와 형평성의 문제, 사회통합문제가 생기는 것을 줄일 수 있다며 사회가 변화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 서울시·고양시 등 지자체가 먼저 도입… 노동시장 변화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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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서울시청에서 문미란 여성가족정책실장이 3.8 성평등도시 서울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는 성평등 임금공시제, 여성창업 허브공간, 여성 1인가구 안심환경 조성 등의 계획을 밝혔다.(연합)
 

법률 통과가 요원해지자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먼저 유사한 제도를 시행한 사례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부터 국내 최초로 성평등 임금 공시제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투명한 임금 정보 공개를 기반으로 비합리적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성평등한 임금을 지향한다는 취지를 담아 서울시 관내 22개 투자·출연기관에 대해 조사하고 작년 12월에 결과를 공개했다. 2018년 서울시 22개 투자·출연기관의 성별 임금 격차는 46.42%~-31.57%로 다양했다.

경기도 고양시도 지난 8일 열린 시의회에서 ‘성별 임금 격차 개선 조례안’이 통과됐다. 조례안은 지자체에 △ 성별 임금 격차 실태조사 △ 개선계획 수립 △ 임금 정보 공개 등의 권한을 부여해 서울시보다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오 박사는 지자체의 이런 시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가능한 이유는 서울시 공공기관 22개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으로 국가 전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와 문화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의 기업은 임금정보를 경쟁기업에 알려주지 않고 암암리에 경쟁력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인사관리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런 개별기업 중심의 문화에서 직종중심 문화로 변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도 노동자가 원하면 임금정보를 공개하고 있고 일본도 웬만한 기업정보가 다 공개돼 있다며 우리나라도 방향을 바꿔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도 서울시의 사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공공기관부터 성평등 임금 공시제를 시행하고 이를 확산해 나간다면 노동시장이 변화해나가는 데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시사했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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