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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공정한 '나눔의 기술'

입력 2020-05-26 14:29
신문게재 2020-05-27 19면

사람 사는 세상은 늘 나눠먹는 것 때문에 갈등이 많다. 과연 공평한 배분(配分)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래서 ‘어떻게 나눠야 가장 불만이 없을까’라는 황금비율을 찾는 것이 사회학과 경제학의 핵심과제다. 먹을 것, 땅, 권력, 돈 등등 한정된 것을 어떻게 나누는 지에 대한 기준을 놓고 사회나 국가의 체제가 나뉜다.

황금비율을 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면 국가간, 국민간, 노사간 심지어는 가족간에도 먹을 것만 있으면 다툴까. 피를 나눈 형제간에 콩한쪽도 나눠먹으란 말이 나올 정도 아닌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긴급재난지원금의 배분 기준을 두고도 후유증이 많이 남을 것이다. 하위 70%만 주기로 했다가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기로 한 것이 총선 관련 정치적 목적이 있는 지에 대해서도 두고두고 말이 나올 것이다. 전 국민에게 나눠주고 자발적 기부를 유도하는 것도 그렇고, 세금을 많이 내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마트나 백화점에서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도 조세기여자 역차별이란 말이 나올 수 있다.

태평양에 어업으로 먹고사는 작은 섬이 있다. 이 곳 주민들은 공동으로 배를 타고나가 잡아온 생선을 나눠가는데 한 번도 배분 결과를 놓고 싸운 적이 없다고 한다. 이유는 매번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배분을 하는데 배분한 사람이 가장 마지막에 가져간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가져가니 얼마나 공평하게 나누려고 신경을 쓰겠는가. 생선의 종류, 크기, 신선도, 선호도 등등을 꼼꼼히 따질 것이다.

배분과 관련한 다툼은 나누는 주체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시작한다. 주체자의 순수성과 공정성을 어떻게든지 증명하지 않으면 목적과 과정을 의심받게 되고 후유증이 남게 돼있다. 앞으로도 한정된 자원을 나눌 일이 많을 것이다. ‘나눔의 기술’은 순수한 의도가 있어야 인정받을 수 있다.


- 榮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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