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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코로나의 역설' 인도 주류시장 대변화

[권기철의 젊은 인도 스토리] 성장하는 인도 주류시장

입력 2020-06-08 07:00
신문게재 2020-06-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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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델리 정부는 지난 달 5일 주류 소매 가격에 70%의 ‘특별 코로나 세금’을 부과하는 새로운 세금 정책을 시작했다.



앞서 중앙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의 완화책으로 40일 간의 록다운 정책을 포기하고 4일부터 주류 판매를 전격 허용했다. 그 결과 시민들이 술을 사려고 오프라인 매장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코로나 감염 위험도 높아졌고, 결국 주정부는 술 소비를 줄이며 사람이 모이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으로 새 세금정책을 전격적으로 발표 및 실시하게 된 것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술 소비를 줄이려는 목적만이 아니었다. 사실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 활동 중단으로 델리 정부의 4월 세수가 예년에 비해 10분의 1 이하로 격감한 상황에서 정부 기능 유지를 위한 세수 확보가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조세 측면에서 주세(酒稅)는 인도 지방정부를 지탱하는 주요한 세원이다. 지난 해 주세로 벌어들인 세금 규모만 2조 2500억 루피(약 37조 원)로, 주 별로 대략 조세 수익의 15% 내외를 차지할 정도였다.

술에 대해 관대한 북동부 미조람이나 메갈라야는 58~47%의 세수가 주류에서 나온다. 반면 힌두주의가 강한 구자라트나 비하르는 주세로 걷히는 세금 비중이 0~0.2%로 극히 낮다. 이 두 주의 경우 극단적으로 자신들의 주에서는 주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나 중국 등과 다르게 인도는 일상 생활(식사나 대화의 자리)에서 술 문화가 자리잡고 있지 않다. 따라서 술 마시는 사람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특히 여자가 술을 먹는다는 것에 대해선 상당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도는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의 증류주(Spirits) 시장이다. 인도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2010년 3.6리터에서 2019년 6.3리터로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아시아인들의 평균 알코올 소비량 20.1리터에 비해선 아직 한참 모자란 수치다. 향후 인도 술 시장의 규모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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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봉쇄조치가 풀린 이후 술을 사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찾은 시민들이 간격을 두고 서 있다.

 

시장조사기관 골드스타인의 조사에 따르면 2024년까지 인도의 연간 술 소비 시장은 평균 8.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술 시장 규모도 약 400억 달러(약 49조 원)에 이른다. 참고로 한국 시장 규모는 대략 9조 원 정도다. 인도 시장에서 주종에 따라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맥주는 연평균 17.4%, 칵테일류는 18.1%, 와인은 14.1%, 양주는 11.8%씩 급격히 성장했다.

인도인들의 음주 패턴을 살펴보면 인도 문화의 복잡성 만큼이나 복잡하다. 외국인들에게 물어보면 음주문화가 존재한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섞여있다. 특히 금주에 대한 규정이 헌법에 있지만 지방(州)으로 내려가면 규정(법규)이 없는 곳이 많다. 힌두교도 중에서도 음주를 즐기는 사람과 금주하는 사람들이 극단적으로 나뉘기도 한다. 또한 인도인들은 사는 출신지역이나 사용 언어, 카스트, 가족구조, 1인당 소득 수준, 도시와 농촌, 사회경제적 지위 차이, 종교적 신념 차이 등에 따라 음주 패턴이 각각 다르다. 따라서 인도인들의 음주 문화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성별 격차는 크다. 한 조사에 따르면 남자 대학생의 21.7%, 여대생의 2.6%가 술을 마신다. 물론 그 수는 점차 늘고 있다. 청소년기를 벗어나면 음주자도 대폭 늘어나게 된다. 인도인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힌두교도들도 최근 음주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음주에 부정적인 자이나교, 불교, 이슬람교 등과는 다른 양상이다. 일반 대중 보다 노동자, 농민, 원주민들의 술 소비가 많다. 지역마다 선호하는 술도 다르다. 도수가 낮은 술은 원주민들이나 북동부 지방 사람들이 선호한다. 중산층 이상의 젊은 인도인들의 소득 증가와 동시에 서구식 생활 및 문화 방식의 도입으로 보수적이고 폐쇄적이었던 힌두문화에서 점차적으로 술에 대해 관대해지고 있다.

도시거주자나 산업 노동자들은 위스키, 브랜디, 기타 제조주 등 증류주를 선호한다. 최근에는 도시지역 음주가 서구식으로 변했다. 도시와 농촌 간 음주 유형도 비슷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술의 생산도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그렇지만 인도인의 머릿속에는 아직은 ‘금주’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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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판매·음주 등이 금지되는 '드라이 데이'

 

인도는 주류 산업의 천국이다. 워낙 방대한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젊은 층과 도시지역에서 증류주를 선호하고, 미국식 바나 영국식 펍을 중심으로 음주가 늘어나고 있다. 술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가 변화하고 있다. 정부도 세계화 체제에서 과거처럼 금주 정책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인도의 주류산업은 주로 인도에서 생산된 외국 브랜드(Indian Made Foreign Liquor, IMFL), 인도 전통주류(Desi Daru), 외국 수입주류, 맥주, 와인 및 밀주(密酒) 시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위스키, 럼, 브랜디, 보드카, 진 등 외국 브랜드를 인도에서 생산하는 IMFL 분야는 인도 주류 산업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9~10%씩 성장하고 있다. 종교적인 영향으로 구자라트 주와 같이 주류 판매가 엄격히 제한되는 곳을 제외하고 주류 판매가 허용된 지역에서 와인, 맥주를 중심으로 판매가 늘고 있다. 특히 남인도지역은 인도 IMFL 소비의 60%, 맥주 소비의 45%가 일어나고 있다. 고급 주류 제품 중에 수입산 와인, 맥주, 양주 등이 인기를 끌며 최근 2~3년간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다.

맥주는 하이네켄, 버드와이저, 밀러 등 다국적 기업이 합작 혹은 단독 투자 형태로 진출했다. 생산기지를 각 주별로 운영해 지역별 특성에 맞게 공급하고 있다.

주류 소비는 다양한 주류 수입 유통업체의 등장과 젊은 층을 포함한 여러 소비자층의 주류 소비 확대, 주류 회사의 적극적인 프로모션 등으로 수요가 증가하며 2014년부터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특정 종교 신자들은 주류 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각 주의 지방정부에서도 아직까지는 무분별한 주류 판매와 소비에 대해 규제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방의 규제와 유통가격이 다르고 지역별로 복잡한 주류 문화를 갖고 있는 것이 인도 주류 시장의 특징이다. 비교적 음주가 자유로운 마하라슈트라주의 경우 일반 소매점은 밤 11시 이후 주류 판매가 금지된다. 특별한 허가를 받은 5성급 이상의 호텔 레스토랑이나 바를 제외하고는 일반 음식점이나 술집은 12시 이후 주류를 판매할 수 없다. 구자라트와 마니푸르, 나갈랜드주, 연방 직할령인 락샤딥은 주류 판매가 금지된 주다. 남부 케랄라는 지난 2014년 3분기부터 위스키, 럼, 보드카 등 증류주 판매가 금지되었다. 이로 인해 이 지역 413개의 술집이 문을 닫았다. 비하르주는 2016년, 미조람주는 2019년부터 주류 판매가 전면 금지되었다.

인도 3대 국경일인 간디 생일, 공화국기념일, 독립기념일은 인도 전 지역이 금주 기간으로 설정된 드라이 데이(Dry Day)로, 술을 파는 것이 전면 금지된 날이다. 종교와 관련된 축제나 기념일, 명절과 같은 휴일에도 어김없이 와인샵(Wine Shop 술파는 가게를 와인샵으로 통칭)이 문을 닫는다.

드라이 데이의 날짜는 주마다 다르고, 주정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날짜도 달라진다. 그래서 매년 연초에는 올해의 드라이 데이 일정을 파악하는 것도 애주가에겐 중요한 일이다. 드라이 데이에 주류가 완전히 금지된 주(비하르, 구자라트, 락샤드윕 등)가 있는가 하면, 주류 판매는 가능하지만 제조만 금지된 주가 있다. 또 주류 제조는 가능하지만 판매만 금지된 주 등 주 정부마다 정책도 다르다. 정권이 바뀌면 이에 따라 정책도 바뀐다. 드라이 데이는 인도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다. 민주주의 공화국임에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개입에 의해 금주가 강제되는 현상을 볼 수 있지만, 드라이 데이 전날에는 주류 판매가 급증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국제전문 기자 speck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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