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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인간 보다 더 인간적인…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연극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문화공작소] '가까운 미래 차용' 감성 자극하는 공연

입력 2020-06-02 19:00   수정 2020-06-03 17:20
신문게재 2020-06-0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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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2016년 초연 무대에 오른 클레어 전미도(왼쪽)와 올리버 정문성(사진=브릿지경제DB, 네오프로덕션 제공)

 

무엇을 하든 그 속도가 빨라지는 최첨단시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COVID-19,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면서 좀 더 나중에 도래했을 ‘초연결’과 ‘관계의 단절’, ‘언택트’와 ‘콘택트’의 공존을 체험하며 진화 중이다.

그렇게 성큼 다가와 버린 미래는 어렴풋이 SF영화 속 디스토피아 같지도 않으며 모든 것이 기계화돼 인공지능(AI)이나 로봇에 습격을 받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안도감과 호기심이 들게 하기도 한다.

‘사상 초유의 위기’와 ‘기술적 산물’의 어울림은 몇몇 무대작품들이 구축한 세계관을 떠올리게 한다. 여전히 그 가치가 엄중한 사랑, 광막하고 캄캄한 우주를 부유하는 기다림에서 건져 올린 삶의 의미와 깨달음, 인간다움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 등을 일깨우는 작품이 6월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연극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6월 4~7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6월 30~9월 13일 예스24스테이지 1관)이 표현하는 미래 혹은 세계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이고 심오하며 인간적이다.
 

[극단 돌파구]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_포스터 최종본
연극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사진제공=극단 돌파구)

이 트렌드에 대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김동연 연출은 ‘브릿지경제’에 “인간적인 부분과 멀리 떨어져 있을 법한 배경과 소재가 결국 인간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져 주기 때문”이라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미래에 대한 상상이 좀 더 구체적이게 되고 오히려 현실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미래세계에 대입해 표현하려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거울’과 비틀즈 음악으로 펼쳐지는 환영과 미래…연극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연극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는 김보영 작가의 동명소설을 ‘목란언니’ ‘XXL 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국부’ ‘나는 살인자입니다’ ‘터미널’ ‘노랑봉투’ 등의 전인철 연출이 각색해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예전에 읽다 그만 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었습니다. 칼 세이건은 많은 저작을 통해 질문을 던져요. ‘지구라는 행성이 얼마나 작은가’라고. 이 작은 지구에서 인간은 싸우고 다른 신을 믿고 이데올로기로 대립하면서 서로를 미워하고 죽여 왔으며 지구의 환경을 파괴해왔죠. ‘우리가 스스로를 지키지 않는다면 누가 우리를 지켜줄 것인가’를 묻고 있어요.”

전인철 연출의 말처럼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는 막연하게 ‘급속’ ‘최첨단’ ‘파괴’ 등을 떠올리게 되는 미래를 배경으로 ‘길고도 긴, 절실한 기다림’에 대해 논하는 작품이다.

‘나’와의 결혼식을 앞두고 다른 별로 이주하는 가족의 배웅을 위해 9년을 들여 알파 센타우리를 다녀와야 하는 ‘당신’. 그 긴 기다림을 줄이기 위해 두달 동안 태양계를 광속으로 여행하는 ‘기다림의 배’를 탄 ‘나’. 기다림을 줄이기 위한 항해는 사고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지구 역시 큰 변화를 맞는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연극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는 거울을 이용해 미래공간을 표현한다(사진=극단 돌파구 페이스북)

 

무한한 우주에서 길어져 버린 기다림에 처한 연인이 주고받은 편지로 구성된 작품을 무대로 옮기는 작업은 지난했다. 무엇보다 프로시니엄(원형이나 반원형으로 객석과 무대를 구분하는 액자식 형태)이 아닌 블랙박스(직사각형 상자형태로 변형이 용이한 무대) 소극장에서 광막한 우주와 길어져 버린 기다림의 시간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인철 연출은 “환영을 만들고 관객에게 우주와 시간을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며 “이 소설이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은 시간이지만 극장에서 인간의 감각을 벗어난 커다란 공간과 ‘별’을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한의 공간과 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거울’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가 공연될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은 연습실을 겸하고 있는 공간으로 전면이 거울인 한쪽 벽면을 표현 도구로 활용한다. 전인철 연출의 전언처럼 “작은 공간과 거울을 매개로 인간이 경험할 수 없는 광막한 시공간을 상상과 몸으로 살아내야 했던” 배우들은 코로나19로 공연이 연기되면서 극 중 ‘나’와 같은 ‘기다림’을 체득해 작품에 녹여냈다.
 

어쩌면 해피엔딩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출연진. 상 왼쪽부터 올리버 역의 정문성·전성우·양희준, 중 클레어 전미도·강혜인·한재아, 하 제임스 성종완·이선근 (사진제공=CJ ENM)

“소설 속 남자의 편지가 (1977년 발사된) 보이저 호의 (외계인에게 들려주고 싶어 실은) ‘골든 레코드’처럼 언제 닿을지 모를 인류의 간절한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전인철 연출은 무대에 흐를 비틀즈의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niverse)에 대해 “(총 책임자 칼 세이건을 비롯한 이들이 골든 레코드 기획·제작 과정을 담아낸 책) ‘지구의 속삭임’ 팀이 골든 레코드에 수록하고 싶어했던 음악”이라고 귀띔했다.



◇스탠다드 재즈 선율에 실린 연대와 공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무대 위에 흐르는 스탠다드 재즈들이 극 내내 감성을 자극하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가까운 미래, 기술의 발전이 어느 때보다 빨라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인간에게 버림받고 폐기처분될 날만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헬퍼봇 올리버(정문성·전성우·양희준,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와 클레어(전미도·강혜인·한재아) 그리고 올리버가 오매불망 기다리는 옛 주인 제임스(성종완·이선근)가 풀어가는 힐링극이다.

“헬퍼봇이 존재하는 미래의 세계관이 뮤지컬 장르 안에 잘 녹아 있는 점은 그동안 국내외 어떤 뮤지컬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창성이 있습니다. 로봇이라는 소재를 통해 사랑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죠.”

김동연 연출의 말처럼 인간 보다 더 애틋하고 인간적인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의 사랑, ‘종’을 넘어선 존재들의 눈물겨운 교감, 미래지만 빈티지한 무대와 재즈풍 넘버 등이 치유와 위안을 전한다.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신경외과 부교수 채송화 역의 전미도가 2014년 개발·기획단계부터, 늦깎이 흉부외과 치프 레지던트 도재학 정문성이 2016년 초연부터 2017년 앙코르까지 함께 했던 작품으로 두 사람은 세 번째 시즌을 맞아 다시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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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2018년 재연 장면(사진=브릿지경제DB, 네오프로덕션 제공)

세 번째 시즌에 대해 김동연 연출은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르게 하는 것 보다 지켜 나가는 게 더 중요한 작품”이라며 “다만 미술적인 부분은 제작사가 변경되는 만큼 새로운 변화를 줄 예정이다. 그동안의 작품들을 하면서 새롭게 보완하고 발전시킬 부분을 새로운 디자이너들과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더불어 코로나19로 성큼 다가온 미래에 대한 삶의 태도로 ‘연대와 공존’을 꼽았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연대하고 공존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올리버와 클레어가 서로의 문을 열어주고 서로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느꼈던 것처럼요. 인간 역시 공존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발전시키고 지켜나가야 하는 것 아닐까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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