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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Culture+Play] 스러져 가는 상처투성이 미술품을 마주한 ‘보존과학자 C의 하루’展

입력 2020-06-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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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특화전 ‘보존과학자 C의 하루’ 중 주재범의 ‘어택! 에이지-바이러스’(사진=허미선 기자)

 

“탄생하는 모든 존재는 소멸을 맞습니다. 개방형 수장고로 특화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정체성을 살린 ‘보존과학자 C의 하루’는 보존과학을 대중화하기 위한 전시입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3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청주 특화전 ’보존과학자 C의 하루‘(Conservator C’s Day, 10월 4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이어 “여기에서 ‘C’는 미술품의 탄생과 죽음 사이의 ‘컨서베이터’(Conservator, 문화재·미술품 보존전문가)이기도 하고 선택의 초이스(Choice), 현대미술의 ‘컨템포러리’(Contempory), 청주(Cheongju) 그리고 삼인칭 대명사인 ‘~씨’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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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특화전 ‘보존과학자 C의 하루’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윤 관장의 말처럼 ‘보존과학자 C의 하루’는 가상의 인물인 ‘보존과학자 C’의 하루를 따르며 미술품 보존·복원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그 과정과 결과물을 한 자리에 정리한 전시다. 미술품 생애주기(수집·전시·보존·복원) 중 일반 사람들이 접하기 쉽지 않은 보존·복원 세계의 모든 것을 ‘상처와 마주한 C’ ‘C의 도구’ ‘시간을 쌓는 C’ ‘C의 고민’ ‘C의 서재’ 5개 섹션에 나눠 담았다.

전시장에서는 17명 작가의 회화, 사진, 조각 등 30여점과 보존도구 및 분석모형 등 10여점 그리고 김지수, 류한길, 우종덕, 정정호, 주재범 등 5인의 작가가 ‘보존·복원’에 대해 해석해 시각화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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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특화전 ‘보존과학자 C의 하루’ 중 복원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 니키 드 생팔 ‘검은 나나(라라)’(사진=허미선 기자)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니키 드 생팔의 ‘검은 나나(라라)’가 어떻게 치유돼 원래 상태로 복원돼 생명을 유지하는지를 상세하게 표기해두고 있다.

3년간의 야외전시로 변색과 박락이 진행된 ‘검은 나나(라라)’의 보전 처리 전후를 영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유진 학예연구사는 “니키 드 생팔 재단측과의 복원 협의를 통해 보존처리됐다”며 “현대미술의 복원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구본웅의 ‘여인’, 오지호의 ‘풍경’, 정성근의 ‘노도’, 권진규의 여인좌상, 신미경의 ‘비너스’, 육명심의 예술가시리즈, 이갑경의 ‘격자무늬의 옷을 입은 여인’, 이서지의 풍속도(8곡병), 전상범의 ‘새-B’ 등 다양한 작품들의 안료를 분석하거나 X선을 활용해 그림 뒤에 숨겨진 이미지를 시각화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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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특화전 ‘보존과학자 C의 하루’ 중 우종덕 작가의 ‘다다익선’(사진=허미선 기자)

 

“미술품의 보존·복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의 의도입니다. 산뜻하게 새 것으로 재탄생시키기보다 작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색, 형태 등을 썼는지에 중점을 두고 보존과 복원을 하죠. 세월이 흘러 작가의 의도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달라졌다면 복원의 포인트도 역시 달라집니다.”

전시를 기획한 김유진 학예연구사는 박물관 등 여타 기관과 다른 미술품 보존·복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며 “복원과 원론성 그리고 사람에 집중하는 전시”라고 부연했다.

“미술품의 복원과 보존은 물리적, 객관적 능력과 더불어 공감 능력, 감성적 표현력까지 아우르는 작업입니다. 단순한 보존·복원 전후의 결과물이 아닌 수많은 과정에 주목한 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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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특화전 ‘보존과학자 C의 하루’ 중 김지수 작가의 ‘폴 폴 폴-C’(사진=허미선 기자)

 

미래 보존과학자의 일과 복원과정을 과거의 픽셀 아트로 게임화해 표현한 주재범 작가의 ‘어택! 에이지 바이러스’(Attack! Age-virus), 보존과학실에서 직접 채취한 냄새 등을 바이알 병(주사용 유리 용기)에 채집해 시각적 상상으로 재현한 김지수 작가의 ‘폴 폴 폴-C’, 보존 과학실 장비를 다른 각도로 들여다 본 정정호 작가의 사진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더불어 국립현대미술관 대표 소장품인 백남준 미디어작품 ‘다다익선’의 복원을 둘러싼 논쟁과 각기 다른 3가지 의견을 연극 형식으로 꾸려 12개 채널로 영상화한 우종덕 작가의 ‘다다익선’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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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보존복수실(사진=허미선 기자)

 

전시장 마지막에는 ‘과학자’지만 역사, 미술, 문화예술 등의 대한 지식과 감수성을 갖춘 인문학적 인물로서의 ‘보존과학자 C’의 서재를 만날 수 있다. 강정식, 차병갑, 김경 등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직 보존과학자의 인터뷰, 늘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자 하는 지적 욕구 등으로 가득한 서재의 한쪽 벽면에서는 백남준의 ‘다다익선’ 복원에 대한 관람객들의 의견을 묻기도 한다.

시간을 잘 맞추면 실제로 복원 광경을 직접 볼 수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보존수복실 관람은 덤이다. 보존수복실로 가는 길에 펼쳐지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수장고 풍경도 흥미롭다.

청주=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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