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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아의 블랑 드 파리] 프랑스의 인종차별, 동양인은 가장 낮은 레벨(?)

입력 2020-06-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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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한 가정집 창문에 붙어 있는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구호. 코로나19로 인해 집회에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反인종차별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사진=백상아 셰프)

 

“인종차별이요? 프랑스에서는 흑인보다 동양인이 더 무시당하는데요?”



최근 미국에서 촉발된 흑인 인종차별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프랑스에서도 6월 들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급증하고 있다. 프랑스 내에서는 4년 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24세 청년 아다마 트라오레의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시위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당시 아다마는 경찰의 신분증 요구를 거부하고 달아나다 체포돼 연행된 뒤 갑자기 숨졌다. 체포 과정에서 경찰이 체중을 실어 올라탄 뒤 제압했다는 진술이 있었지만 최근 그의 죽음에 경찰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백인들의 흑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더불어 유럽에서 살아가는 동양인들 역시 인종차별을 체험하곤 한다. 동양인들을 향해 눈 찢는 시늉을 하거나 길을 걸어갈 때 “니하오”라고 이죽거리는 등의 조롱은 애교에 가깝다.

우스갯소리로 프랑스에서 집을 구할 때는 집주인에게 선택 받는 순위가 있다고 한다. 특히 파리는 집을 구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악명이 높은데 예비 세입자들은 집을 구할 때 월급명세서를 포함한 본인 신상에 대한 모든 서류를 부동산이나 집주인에게 보낸다. 입주를 희망하며 일련의 과정을 밟은 이들 중 집주인이 마음에 드는 세입자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집주인의 선택을 받는 1순위는 백인 프랑스인, 2순위는 백인 외국인, 3순위는 흑인 프랑스인, 맨 마지막이 동양인이라고 하는 자조 섞인 말이 떠돌 정도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이후 동양인 차별은 더욱 심해지는 분위기다. 파리에 거주하는 이씨는 이사를 위해 집을 보러 갔더니 집주인이 “나는 상관없지만 동양인이 입주하면 이웃들이 싫어할 것 같다. 미안하지만 다른 집을 구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길을 걷는 동양인을 향해 “코로나 파티, 코로나 파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애니 칸 씨는 “코로나19 이후 ‘코로나바이러스가 묻어 있을지도 모른다’며 아시아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이나 상점을 멀리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매장에서 동양인이 만진 옷이나 물건 등을 만지는 것을 꺼려한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 “동양인은 조롱해도 인종차별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동양인 인종차별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는 아직 활발하지 않다. 필자의 아이도 학교에서 한 친구가 눈을 찢는 시늉을 하며 놀리는 일을 당했다.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느냐. 그런 것도 인종차별”이라고 따지자 “이런 게 인종차별이야? 난 몰랐는데? 그렇다면 미안해”라며 사과한 일도 있었다.

파리에 거주하는 파울 르 에갸하 씨는 “실제로 동양인들을 향한 인종차별이 훨씬 더 많은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흑인들만 인종차별을 겪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아프리카계 이민자(1.5세)는 “백인들은 피부색 때문에 자신들이 더 우월하다고 믿는다. 인종차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부색을 떠나 모두가 다 똑같이 존중받아야 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불가능해 보인다. 우리는 인종차별주의자로 태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인들과 사회에 의해 인종차별자로 변하는 것이다. 인종차별은 너무나 오랫동안 이어져 왔기 때문에 이런 시위 몇번으로 금세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 신념을 지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흑인에게도 백인과 똑같은 기회를 달라고 했던 미국의 배우 크리스록이 시상식에 등장한 아시아계 아이들을 조롱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본인들이 받았던 차별을 고스란히 동양인에게 돌려주는 모습을 보면서 편견과 고정관념을 없애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뿌리 깊은 인종차별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존재한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한국 사회만 해도 얼마나 많은 인종차별 사례들이 있는가. 필자 또한 어린 시절 흑인을 비하하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어른들을 보며 흑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가졌었다. 취재기자 시절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차별을 행하는 많은 한국인들을 직접 접하기도 했다.

최근 전 세계에서 확산되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지켜보며 그 누구를 비판할 자격이 과연 나에겐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향한 가해는 인종차별을 떠나 지양돼야 할 범죄라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 백상아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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