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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 배우 신혜선, 더 알고 싶다

[人더컬처] 첫 스크린 주연작 '결백'에서 차가운 변호사 역할 맡아
대선배들에게 밀리지 않는 존재감 발휘,러닝타임내내 감정의 중심 오롯이 뽐내
"개봉 못 보고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에 눈물난다"

입력 2020-06-15 18:30
신문게재 2020-06-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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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결백’은 기억을 잃은 엄마를 변호해야 하는 딸의 이야기를 그린다. 신혜선은 이 영화로 첫 주연작을 선택한 이유를 “여성서사의 힘”이라고 강조했다.(사진제공=키다리이엔티)

 

조심스럽게 가늠해 본다. 배우 신혜선이 올 하반기 영화 ‘결백’으로 어떤 시상식이라도 울음을 참으며 무대에 오르리란 것을. 지난 10일 개봉한 ‘결백’은 그의 첫 주연작이다. 신인상과 스타상은 이미 여러 드라마로 타봤으니 주연상을 거머쥘 날도 머지 않았다. 아마 그때도 외할머니를 추모하고 대선배인 배종옥에 대한 찬사를 빼놓지 않을 것이다.

‘결백’은 살인용의자로 내몰린 엄마 화자(배종옥)를 변호하게 된 딸 정인의 이야기다. 개봉 전 브릿지경제와 만난 그는 홍보수단의 일환(?)이라며 극 중 캐릭터를 그대로 살린 법무법인 담 소속의 ‘변호사 안정인’의 명함을 건넨다. 정인은 어린시절 도망치듯 나와 평생을 등지고 살았던 시골에서 보란 듯 성공해 돌아와 자신도 못 알아보는 엄마의 변호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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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신혜선이 첫 주연작으로 나선 영화 ‘결백’.(사진제공=키다리이엔티)

 

“여성 두명의 서사로 사건을 풀어 나간다는 게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예요. 사실 영화적 설정으로 결백을 증명하는 이야기는 수없이 많지만 지금 이 시대에 모녀를 내세워 폐쇄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사건의 결말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거의 드물잖아요. 낮에는 발레리나로, 밤에는 변호사로 열심히 살았죠.” 


‘결백’ 촬영 즈음 KBS2 ‘단, 하나의 사랑’에서 맡은 발레리나 이연서를 연기하면서 생애 가장 적은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체중에 대한 예민함이 도리어 허준호, 고창석, 박철민, 태항호 등 대선배님들과의 대립에 도움이 된 것 같다”며 발랄하게 웃었다.

엄마 화자 역의 배종옥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일부러 현장에서 “신혜선과 거리를 뒀다”고 밝힌 바 있다. 20대와 70대를 오가는 분장을 통해 화자로 변신해가는 선배 배종옥을 보며 신혜선 역시 감정과 육체적인 소모가 많은 정인 역할에 더욱 빠져 들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연기자를 꿈꿨어요. 단 한번도 바뀐 적이 없죠. 계기는 기억 안나는데 반대하는 부모님께 긴 편지를 써서 보여드린 건 아직도 생각나요. 그걸 보시고는 제 길을 지지해 주셨죠.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대가족으로 한집에 살고 있고 외할머니에 대한 애착이 커요. 절 맡아 키워 주시진 않았지만 TV에 나오는 제 모습을 정말 좋아하셨어요.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개봉을 무척 기다리셨거든요.” 

 

극 중 화자와 정인의 관계는 애틋하지않다. 화자는 장애가 있는 아들을 돌보느라 딸을 등한시 했고 아빠는 폭력적이기까지 했다. 그런 가정사에 집을 나갔다 고향으로 돌아온 정인이 사건을 풀며 대면하는 진실은 출생의 비밀과도 맞닿아있다. 몇해 전 뉴스의 한면을 장식했던 실제 막걸리 농약사건에서 출발한 영화는 꽤 묵직한 주제를 아우른다. 한 가장의 죽음, 남겨진 자들의 탐욕, 그로 인한 희생과 밝혀지는 결백이 꽤 촘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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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를 졸업,사법고시를 차석으로 졸업할 정도로 수재인 수인역할을 훌륭히 해 낸 배우 신혜선.날카롭고,예민한 감정선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사진제공=키다리이엔티)

tvN 드라마 ‘비밀의 숲’ 속 도도한 검사 영은수로 대중에게 각인된 후 ‘황금빛 내 인생’을 통해 ‘시청률보증수표’라는 수식어를 달고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신혜선은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스크린 첫 주연작의 개봉이 수차례 미뤄지며 안타까운 이별을 겪기도 했다. 

 

“개봉이 계속 미뤄지는 상황에서 갑자기 외할머니가 편찮으셨어요. 결국엔 하늘나라로 떠나셨죠. 그때 엄마의 눈물을 처음으로 봤어요. 저도 너무 슬픈데 ‘나는 아직도 엄마가 필요해’라고 오열하는 엄마를 보며 감정이 더욱 북받쳤어요. 저의 엄마로만 여겼던 누군가의 딸을, 외할머니의 죽음으로 알았죠.”

 

이렇게 전하는 신혜선의 눈가는 이내 촉촉해졌다. 아마도 오랫동안 공 들였고 첫 주연 영화의 개봉이 코로나19로 미뤄지는 통에 마음고생도 남달랐을 터다. 

 

이별의 안타까움과 엄마의 첫 눈물, 개봉 연기로 인한 마음고생에도 신혜선은 ‘연기’ 자체가 원동력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살면서 어떤 일에 몰두하고 열정을 불사르는 경험이 연기 외에는 거의 없었거든요. 정말 ‘배우’는 영혼과 몸과 마음을 다 바쳐야 해요. 그게 저에게는 큰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슬럼프요? 그건 연기의 정점을 찍어야 오는 거라 저는 해당사항이 없어요.그냥 제 꿈은 관객들에게 언제든 ‘연기 모범생’이라는 소리를 듣는 거예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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