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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①]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어쩌면 ‘형’ 패기의 막내 황민수, 포근한 장민수, 순박한 히트맨 문경초

입력 2020-06-2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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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아 파밀리아’에 오스카, 리차드, 스티비로 새로 합류한 장민수(왼쪽부터), 황민수, 문경초(사진=썸스테이지 서정준 기자)

 

“사실 저한테는 기준이 두 민수(황민수, 장민수)예요. 두 민수가 리차드랑 오스카로 만난 첫 사람들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리차드와 오스카 역의 다른 배우) 형들이랑 섞이면 저도 좀 달라지는 것 같아요.”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8월 23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2관)에 마피아 스티비로 새로 합류한 문경초는 연습부터 호흡을 맞춘 리차드 황민수와 오스카 장민수에 대해 “첫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미아 파밀리아’는 금주령이 내려진 미국의 대공황기, 1930년대 뉴욕의 아폴로니아 인&바(Inn&Bar, 이하 아폴로니아)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로 2013년 초연, 지난해 재연된 후 세 번째 시즌 공연이 한창이다.

아폴로니아 상설무대에서 오래도록 함께한 보드빌리언 리차드(이승현·권용국·김도빈·황민수, 이하 시즌 합류·가나다 순)와 오스카(유성재·안창용·조풍래·장민수) 그리고 두 사람에게 자신의 보스 일대기 무대화를 요구하는 스티비(박규원·박영수·문경초)가 풀어가는 이야기다.

아폴로니아에서 만난 리차드·오스카·스티비의 이야기에 리차드와 오스카 콤비의 히트 레퍼토리 ‘브루클린 브릿지의 전설’, 후계를 두고 벌이는 마피아 일가의 느와르 ‘미아 파밀리아’가 극 중 극 형태로 번갈아 배치된다.

느와르와 로맨스, 록뮤지컬, 오페레타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극들에서 배우들은 리차드·오스카·스티비를 비롯해 써니보이, 치치, 부티, 루치아노 보체티, 사랑에 빠진 남자와 여자 등으로 분한다. 

 

“(이승현·권용국·김도빈, 유성재·안창용·조풍래, 박규원·박영수) 형들은 이전 시즌부터 공연을 하다 보니 삶과 경력에서 오는 묵직한 에너지와 노련미가 있어요. 케이스 별로 경험을 많이 해봐 선지 공연 중 돌발상황에서의 대처 자체가 저희랑 완전 달라요. 정말 유연하게 대처하죠. 저희는 그걸 알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어쩌면 형? 패기의 막내, 황민수의 리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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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리차드 역의 황민수(사진=썸스테이지 서정준 기자)

“네가 형이다.”


동갑내기인 오스카 장민수와 스티비 문경초가 팀 막내 황민수에게 장난 반, 진담 반으로 툭툭 던지는 이 말은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세 번째 시즌의 최고 유행어이기도 하다.

“저희가 (황)민수한테 형이라고 하는 게 리차드와 오스카의 관계도 그렇잖아요. 리차드가 앞서서 행동하거나 저지르는 것처럼 민수도 그래요. 셋이 연습하다 힘들면 서로 얘기도 하고 격려도 해주고 형처럼 그래요. 그런 모습이 리차드와 오스카의 관계성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장민수의 말에 황민수는 “막내이기 때문에 형이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리차드도 그렇다”며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아폴로니아를 지키기 위해 연습에 늦고 청소도 잘 안하는 오스카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다”고 말을 보탰다.

“저였다면 좀더 진지하게 얘기를 해볼텐데 리차드는 겉으로는 틱틱 대고 속으로는 꿍꿍 앓아요. 그러다가 결국 오스카한테 화를 폭발시키죠. ‘브루클린 브릿지의 전설’ 마지막을 바꾼 오스카에게 ‘말도 없이 결말을 바꾸면 어떻게 해’라고 툴툴 대다가도 이내 ‘고맙다’고 인정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저랑도 비슷해요.”

 

이제는 ‘마침표’처럼 돼 버린 장민수와 문경초의 ‘네가 형이다’라는 말에 황민수는 천역덕스럽게 “아이고 녀석들”이라고 받아치곤 한다.

“형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고 더 잘 지내고 싶어서 제가 그러는 것처럼 리차드도 그런 것 같아요. 오스카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데 제 마음대로 안되니까 툴툴 대고 잔소리하고…매력도 있고 이해도 가요. 저 같아서 더 그렇게 표현하려고 해요. 형들은 되게 의젓한 부분들이 있어요. 막내인 제가 하는 걸 다 받아주거든요. 형들이 ‘그래 네가 형 해’라고 해주니까 소심함을 감추고 더 큰소리도 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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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아 파밀리아’에 오스카, 리차드, 스티비로 새로 합류한 장민수(왼쪽부터), 황민수, 문경초(사진=썸스테이지 서정준 기자)

 

황민수의 말에 문경초는 연습 초반의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문경초는 “저희가 처음 합류하다 보니 음악, 대사 숙지 등 할 게 너무 많아서 초반부터 엄청 달렸다”며 “하물며 (황)민수는 한창 진행 중이던 공연 막바지기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다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하는 시기가 있었어요. 다음 연습 스케줄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황)민수가 ‘저희 하루 정도만 쉬게 해달라’고 얘기했어요. 지금까지 연습한 것에 대한 1차적인 정리도 필요하니 시간을 좀 달라고. 저랑 (장)민수도 그런 시간이 좀 있으면 좋겠다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황)민수가 그 얘기를 먼저 하더라고요.”

문경초의 말에 황민수는 “대사도, 넘버도 숙지하고 이미 전체를 한 바퀴 훑은 상태였다”며 “디테일하게 들어가기에 앞서 리프래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모두가 같은 생각인 걸 알고 있었다. 꼬박 하루가 아니라 낮 시간이라도 좀 쉬면 더 좋은 아이디어도 생각나고 캐릭터에 대해 분석과 정리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한 말”이라고 부연했다. 하나의 상황에 대한 장민수와 문경초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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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아 파밀리아’에 오스카 역의 장민수(사진=썸스테이지 서정준 기자)

“(장)민수 형은 막내가 그런 얘기를 하게 해서 ‘미안하다’ 그러고 경초 형은 ‘고맙다, 네가 형이다’ 그러고…그냥 너무 오스카고 스티비예요.”



◇가장 먼저 “최고야”를 외치는 포근한 오스카, 장민수

 

“처음 오스카가 등장하는 신에서 (장)민수의 매력이 묻어나요. 포근하다고 해야 할지 순박하다고 해야할지…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미워할 수 없는 선한 느낌을 가진 사람요. (장)민수가 그 첫 등장 신에서 그래요.”

장민수 오스카에 대한 문경초의 말에 황민수는 “연기하면서도 ‘이 형은 정말 착하다’라고 느낀다. 연기를 하면서 배우의 성정이 묻어날 수밖에 없는데 민수 형의 오스카는 그 착함이 잘 묻어난다”고 동의를 표했다.

“대사를 하면서도 착해요. 오스카가 나중에 리차드에게 ‘정신 차리라’고 화를 내기도 해요. 워낙 발성이 좋다 보니 엄청 시끄럽게 화를 내는데도 ‘진짜 화가 아니라 나를 걱정해서 소리를 지르는구나’라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들 정도죠.”

이어 황민수는 “(장)민수 형은 장면 중에도 실제로는 동생인데 형 같은 느낌이 드는 오스카”라며 “행동들은 저(리차드)를 따라와 주는데 동생이어서가 아니라 진짜 형이라서 이해하고 따라와 주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황민수의 전언에 문경초는 “극 중 리차드와 오스카의 관계랑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며 “리차드가 리드하는 분위기이지만 오스카가 뒤에서 밀어주는 느낌도 받는다”고 말을 보탰다.

“저에게는 인물들 중 오스카가 마음도 제일 넓고 포용력도 큰 느낌이에요. 현실에서도 (장)민수한테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아요. 아닌 척 하지만 뒤에서 팔을 하나 얹어 밀어주는 느낌을 많이 받거든요. 신기하게도 (장)민수에게 오스카 같은 역할이 주어졌네 싶어요.”


◇순박한 ‘히트맨’ 문경초의 스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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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스티비 역의 문경초(사진=썸스테이지 서정준 기자)

 

“(문)경초가 정말 몸을 잘 써요. 히트맨의 모습을 되게 많이 가지고 있죠. 밴드의 프론트맨 같은 모습들도 순간순간 잘 보여서 매력적인 스티비예요.”

이렇게 전한 장민수는 “경초랑은 뮤지컬 ‘로기수’ 앙상블로 처음 만나서 4년 정도 알고 지냈다”며 “처음에 표현하는 스티비의 모습이 정말 경초였다”고 덧붙였다.

“너무 순박해요. 그 안에서 마피아의 히트맨 느낌은 또 너무 잘 나와요. 경초를 잘 알아선지 의도치 않은 순박함이 저에겐 보여요. 아마도 경초가 표현을 하려고 한 건 아닐 거예요.”

 

그리곤 스티비가 리차드와 오스카를 찾아와 보스의 일대기를 무대화하라는 협박에 가까운 의뢰 후 돈 가방을 보여주고 나가는 장면을 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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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아 파밀리아’에 오스카 역의 장민수(사진=썸스테이지 서정준 기자)

 

“저희(리차드와 오스카)한테는 뒷모습만 보이거든요. 근데 되게 흐뭇해하는 게 보여요. 어깨만 봐도 되게 흐뭇해하는 걸 저는 알겠어요. 근데 그게 결국 스티비의 모습이잖아요. 내가 돈을 이만큼 준비했으니 너희가 공연을 해줘야 한다고 협박을 하고 저희가 긍정적인 메시지 보내잖아요. ‘내가 이 작품을 썼다’ ‘내가 얘들을 컨택했다’ ‘내 뜻대로 되고 있어’ 등 스티비의 여러 가지 감정들이 어깨만으로도 느껴지더라고요.”

장민수의 말에 문경초는 “정말 신기하네요. 저는 표현하려고 한 적이 없거든요.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느꼈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라며 감탄한다.  

 

황민수는 “(박)영수 형은 확실하게 총을 겨누기도 하지만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스티비이고 (박)규원 형은 파격적이고 강렬하게 무서운 척을 하는데 눈을 들여다보면 (겁에 질려서) 딴 데를 보고 있는 느낌의 스티비”라며 “경초 형은 그냥 경초 형”이라고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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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리차드 역의 황민수(사진=썸스테이지 서정준 기자)
“제가 아는 경초 형은 상처를 잘 받아요. 그리고 스티비도 그래요. ‘미아 파밀리아’를 ‘내가 썼다’ 하는데 우리(리차드와 오스카) 반응이 별로예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소품이 워낙 낡아서 너덜너덜하거든요. 그럴 때 순간적으로 상처받은 문경초가 나와요.”


◇환상의 캐스팅! ‘대단한’ 그들의 선택들

 

“저희들 진짜 실생활이 그래요. 그래서 저희들끼리는 ‘환상의 캐스팅’이라고 얘기하죠.”

처음 한 무대에 오르지만 꽤 잘 맞는 호흡을 황민수·장민수·문경초는 ‘환상의 캐스팅’이라고 한목소리로 표현한다.

“다른 것보다 여러 돌발상황들을 많이 마주하게 되면서 그에 대처하는 능력과 돌파해 나가는 방식을 배우고 있어요. 그걸 우리 셋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또 너무 좋아요.”

장민수의 말에 문경초는 “‘미아 파밀리아’는 잘못과 실수의 수위를 맞추기가 힘든 작품”이라며 “요 정도까진 괜찮은가 했는데 되게 큰 실수가 되는 일들이 많은 작품”이라고 털어놓았다.

“그 중심에서 마지노선을 그때그때 느껴야하는 것 같아요. 그 마지노선을 설정하고 맞추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이렇게 전하는 문경초에 황민수는 “위기 대처 보다는 위기를 최대한 안만들고 극이 흘러가게 하려고 연습 기간 중에 이런 저런 시도들을 많이 했다”며 “매일 다양한 마지노선을 설정하고 넘어가기를 반복하면서 몸에 익혔다”고 말을 보탰다.

더불어 “현실적인 문제와 복잡한 상황들로 섣부르게 하기 힘든 선택들을 하는 리차드와 오스카 그리고 스티비에게서 위로를 받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장민수는 “오래도록 함께 해온 리차드와 연인 스텔라,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 선택이 오스카에게는 굉장히 큰 것 같다”고 밝혔다.

“대본에서는 ‘평생 노래와 춤을 끊겠다고 맹세하래. 시끄럽다고’라고 얘기하지만 오스카가 영원한 보드빌리언의 삶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리차드 그리고 그와 함께 했던 시간도 그 선택의 큰 이유지만 오스카 스스로 꿈을 선택한 것 같아요. 그래선지 대본을 읽을 때도, 연습을 하면서도, 공연 중에도 그 선택이 이해되고 존중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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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아 파밀리아’에 스티비 역의 문경초(사진=썸스테이지 서정준 기자)

장민수의 말에 문경초는 “세 인물이 전부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지점이 그들의 선택들”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리차드가 아폴로니아와 무대를 지켜오기 위해 한 선택들도 그래요. 저희 직업도 리차드와 비슷하죠. 그런 지점에서 어느 누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리차드의 마음을 아니까 오스카도 돌아오잖아요. 리차드와 함께 그런 삶을 선택한 것만으로도 오스카는 대단해요.”

그리곤 “스티비 또한 마찬가지”라며 “스티비가 (보스의 정치 입문을 위해) 등 떠밀려서 아폴로니아를 찾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본인에게는 남몰래 꿈꿔왔던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선택은 ‘아폴로니아를 사서 리차드, 오스카와 같이 해야지’라고 작정하고 움직였다기 보다 몸과 마음이 이끌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피아는 돈과 권력을 중심에 둔 단체고 마피아인 스티비에게 돈은 그간의 보상이라고 할 수 있죠. 그간의 시간이기도 한 그 돈을 바쳐서 리차드와 오스카의 공간으로 들어오려는 자체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는, 이상주의자이자 꿈을 먹고 사는 세 사람이 모여 있는 것도, 그 선택도 대단한 것 같아요. 나였으면 어땠을까, 이랬을까, 저랬을까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삶이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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