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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대작' 무죄, 예술적 정의(正義)와 한국 미술계 현실 논의로 이어져야

입력 2020-06-27 14:00   수정 2020-06-2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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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조영남이 최종 ‘무죄’ 확정을 받았다(연합)

 

2016년부터 5년여간 재판정에 섰던 조영남 대작(代作) 사건이 최종 ‘무죄’ 확정을 받았다. 25일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에 따르면 조수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그림을 자신 작품으로 팔아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영남 대작 사건의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해 원심을 확정했다.

조영남은 2011년 9월~2015년 1월 화가 송씨 등의 그림에 가벼운 덧칠을 한 21점을 17명에게 팔아 사기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힌 데는 송씨의 신분 및 역할 판단이 주요했다. 1심에서는 송씨를 ‘독자적 작가’로, 항소심에서는 ‘기술 보조’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것.

이에 1심에서는 독자적 작가인 송씨가 그린 그림을 자신의 작품으로 판매한 조씨의 행위를 구매자를 속인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에서는 화투 소재의 그림은 조영남 고유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으며 송씨는 기술 보조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에 따르면 “조수를 이용하는 제작 방식이 미술계 관행에 해당하는지, 일반인이 이를 용인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은 법률적 판단의 범주가 아니다.” 대법원은 “미술작품 거래에서 기망 여부를 판단할 때 위작 여부나 저작권 다툼 등이 없다면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는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 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선재아트센터 등의 고문변호사인 이재경 건대 교수는 “조영남이 직접 그림을 그렸는지 여부가 구매자들과의 명시적인 거래 조건이 아닌 이상 예술품의 작업 방식은 전적으로 작가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며 “사법권이 함부로 개입해 예술 여부를 판단한다는 발상 자체가 대단히 위험하다. 법률적 판단의 범주를 지나치게 넓히려는 사법 만능주의의 폐해”라고 법적 소견을 밝혔다.

미술계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해 “현대미술 맥락에서 당연한 결과”라고 환영하는가 하면 “작가 양심의 문제”와 “모든 현대미술작가들이 조수를 쓰는 것으로 오도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더불어 “자본이 지배하는 한국 예술계 현실에 던져진 숙제”라는 자성, 가수·배우 등이 화가활동을 병행하면서 전업작가들이 겪는 괴리와 자괴감, 예술을 대하는 태도 등에 대한 숙고의 필요성 등이 혼재되고 있다.

재판에서 조영남 ‘대작 사건’이 무죄를 받은 데는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 자제 원칙’이 적용됐듯 예술의 가치를 매기는 일은 법이 아닌 예술의 영역이다. 법적 정의(正義)와 예술적 정의(正義), 그 거대한 간극이 미술계에서 고민되고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는 의미기도 하다. 

 

대작 여부나 조수 이용이 옳다 그르다의 싸움이 아닌 예술가로서의 책무와 태도, 현대미술의 정의 및 영역, 대한민국 미술계의 현실 등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야할 문제다. ‘화가’ 혹은 ‘예술가’ 그리고 그 뒤에 붙는 이름값에 실린 무거운 책무와 가치, 정의(正義)에 방점이 찍힌 논의가 이뤄져야할 때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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