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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차지연 “서촌 꽃밭으로 같이 꽃구경 가요!”

입력 2020-07-03 20:00   수정 2020-07-03 22:03

차지연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명성황후 역의 차지연(사진제공=서울예술단)

 

“초·재연 때는 저에게 맡겨진 작품과 서울예술단 선배님들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앞만 보고 저돌적으로 달렸던 것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한 신, 한 신에 혼신의 힘을 다 싣는 것뿐이었죠.”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7월 8~26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 명성황후로 돌아올 차지연은 2013년 초연, 2015년 재연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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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명성황후 역의 차지연(사진제공=서울예술단)

“당시에는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은 넘쳐나는데 기술적으로, 연기적으로 모자라던 때였어요. 진정성있게 한 장면 한 장면 진심을 다하는 게 유일한 저의 주무기였죠.”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위태로운 조선 말엽, 비극적인 1895년 을미사변을 배경으로 한 명성황후 민자영(차지연·박혜나,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이야기다.

사진 찍기를 꺼려해 누구도 그 용모를 알지 못하는 명성황후와 우유부단하고 유약한 왕이자 남편 고종(박영수·김용한), 정치적 대립 관계에 선 시아버지 대원군(금승훈)과 김옥균(강상준), 조카 민영익(최정수) 등이 얽히고설켜 대립하고 연대하는 혼돈기를 다루고 있다.



화자(話者)로 말 한 마디에 가족을 잃고 명성황후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을 키우며 왕실 사진사 조수로 잠입한 휘(신상언), 애초 휘의 정혼자였지만 궁녀로 입궁해 명성황후의 곁을 지키는 선화(김건혜)도 극렬한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게 된다.  

 

뮤지컬 ‘썸씽로튼’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록키호러쇼’ ‘더데빌’ ‘헤드윅’ 등의 이지나 각색·연출작으로 ‘백범’ ‘칠서’ 등의 장성희 작가, ‘렛미플라이’ ‘랭보’ ‘빨래’ ‘신과함께_이승편’ 등의 민찬홍 작곡가 등이 힘을 보탰다. 2013년 초연에 이어 2015년, 2016년 공연된 후 네 번째 시즌을 맞는다.


◇좀 더 깊어진 “세 번째 황후의 삶이 저도 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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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에서 명성황후를 연기하고 있는 차지연(사진제공=서울예술단)

 

“엄마도 되고 아내도 되고…변화된 제 삶을 비춰보니 그때는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고 채 시야가 열리지 않았던 부분이 곳곳에 숨어 있었어요. 완성도 높은 넘버들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고 대본도 탄탄해서 배우는 그 흐름에 맡기면 되는 작품이에요. 그런데도 새롭게 느껴지고 달라지는 부분들이 생겨요.”

세 번째로 명성황후, 민자영을 만나는 차지연은 “그렇게 달라진 부분, 깊어지고 밀도 있어진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 중”이라며 “연습할 때도 똑같은 느낌의 반복이 아닌 매번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새롭게 보여야한다는 데 묶여 있지는 않지만 어떻게 하면 좀더 이 여자의 삶을 세세하게 살릴 수 있을까, 하나도 빠져나가지 않게, 많은 것들을 고스란히 다 보여드릴 수 있을까를 고민 중이죠. 넘버도 넘버지만 섬세한 연기 부분에 집중하고 있어요. 노력도 하지만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눈물이 떨어지곤 해요. 제가 느끼는 것들을 관객들에게 꼭 전달해 함께 느끼고 싶어요. 그래서 저도 세 번째 황후의 삶이 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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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명성황후 역의 차지연(사진제공=서울예술단)

그리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로 공연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해 “시국이 시국인지라 무대에 선다는 자체에 뭐라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사함을 느낀다. ‘감사하다’는 표현은 얕은 느낌이라 더 깊게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하루하루 간절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어요. 늘 그랬지만 언제가 마지막일지 모르니 최선을 다 해야겠다 싶어요. 무대 역시 매회가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얇은 꽃잎 같은, 외 ‘강강강강’ 내 ‘유유유유’ 민자영

 

“연출님이 ‘(박)혜나는 외유내강으로 가면 좋겠다’고 하시니까 혜나 배우가 “그럼 (차)지연 언니는 외강내유?‘라고 물었어요. 연출님께서 ’아니! 외 ‘강강강강’ 내 ‘유유유유’ 명성황후‘라고 하셨죠. 어쩜 그렇게 겁이 많나고.”

그리곤 ‘저 스스로를 못믿는 편“이라는 차지연은 얼마 전에 이지나 연출, 명성황후 역에 더블캐스팅된 박혜나와 각자의 캐릭터에 대해 의견을 나눴던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외모가 이래서(?) 겁이 없어 보이지만 내면은 얇은 꽃잎 같아요. 그래서 ‘잃어버린 얼굴 1895’ 같은 작품을 표현할 때 좋아요. 여린 부분을 그래도 잘 표현할 수 있거든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프란체스카를 할 때도 ‘차지연이?’라고들 하셨지만 (강한 외모에 얇은 꽃잎 같은 내면이 ) 그래서 잘 할 수 있었어요. 사실 지금도 고종을 만나면 부끄러워요.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으면 (고종 역의 동갑내기 친구 박)영수가 ‘왜 그러냐?’라고 할 정도죠. 정말 어쩔 줄을 모르겠어서 ‘나에게 시간을 좀 줘’라고 부탁하곤 해요.”

세 번째 만나는 명성황후에 대해 차지연은 “국모 이전에 여자 민자영의 삶이 있었다”며 “국모로서의 강인한 면모와 더불어 민자영이라는 여자가 걸어온 태어나서부터의 삶에 집중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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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연습 중인 명성황후 역의 차지연(사진제공=서울예술단)

 

“국모가 될 사람, 왕비가 아니라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차분한 소녀가 맞닥뜨리는 상황에 집중하고 있어요. 아빠, 엄마가 차례로 돌아가시고 왕비가 되고 죽음을 맞고…그 상황들에서 느꼈음직한 것들을 충실하게 끌어내려고 해요. 여린 소녀의 삶에서 시작해 어떤 상황에 몰리는지, 그 상황이 이 여자를 어디로 데려가고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 흐름이 보이면 좋겠거든요. 나는 왜 이런 선택을 하고 이 곡을 부르며 이곳에 있는지가 잘 보이길 바라요.”

이렇게 바람을 전한 차지연은 “이 여자는 왜 조선이 바로 서는 데 모든 걸 걸고 치열하게 살았을까, 겉은 화려하지만 내면에선 소용돌이가 치는 험한 삶을 어째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애쓰며 살았을까를 처음 생각해 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이를 낳아선지 조선의 왕비이기도 했지만 민자영이라는 사람한테 조선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미래는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내 아이, 후손들이 살아갈 미래잖아요. 기반을 잘 다져야 아름답고 건강한 미래로 이어지니까요. 그걸 깨달으니 모든 신이 해결이 되더라고요. 그 깨달음이 저변에 깔려 있으니 시아버지 대원군, 민영익, 김옥균 등을 대할 때도 재밌어요. 초·재연에서는 그런 것들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지만 이번엔 그 생각들을 남김없이 다 보여드릴 수 있는 데 치중하고 있죠.”


◇사진도, 녹음도 무대에 선 듯…원테이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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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연습 중인 명성황후 역의 차지연(사진제공=서울예술단)

“제가 한 걸 잘 못 봐요. 프로필 사진도, 공연 영상도 모니터를 아예 못하겠어요. 작품마다 프로필 사진 촬영을 할 때도 그렇죠.”


마치 명성황후가 사진 찍기를 꺼렸던 것 마냥 차지연 역시 스스로의 모습을 보는 데 익숙하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사진 촬영을 할 때는 제가 맡은 역할로서 카메라와 얘기를 해요. 아련하고 슬픔을 간직한 콘셉트로 촬영을 하게 되면 작품 속 장면을 떠올리고 왜 슬픈지를 상상하는 식이죠. 무대에 선 것 마냥 카메라가 고종이 됐다가 아들이 되고 흥선군, 백성들이 되기도 해요. 그렇게 하면 훨씬 더 드라마틱한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그런 제 의도나 상상 대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봐, 그러면 자존감이 낮아질 것 같아서 사진을 못보겠어요. 되게 부끄럽기도 하고….”

이는 넘버를 소화할 때도 마찬가지다. 차지연은 “저는 가창자라기 보다는 노래하는 배우, 노래로 말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했다.

“노래는 잘하시는 분들 너무 많잖아요. 저는 가창자로서는 좀 부족하지 않나 싶어요. 저의 음색이나 내는 음들이 대사를 만났을 때 좀 더 큰 시너지와 힘을 발휘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호소력이 짙어지고 연기에 늘 목말라하는 부분이 잘 드러나는 것 같거든요.”

관계자에 따르면 차지연은 “OST나 음원 녹음 시 원테이크(한번도 끊지 않고)로 작업하는 유일한 배우다.” 이어 “한곡을 부를 때 끊으면 완성도는 높아질지 모르지만 차지연 배우가 내는 그 맛을 살리지 못해 테이크를 끊을 수가 없다”는 양주인 음악감독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는 사진 촬영 때와 마찬가지로 배우 차지연이 아닌 캐릭터로 마이크 앞에 서기 때문이다.

“노래를 부를 때도 그 인물의 여정을 쌓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쌓이다 끝내 터져 부서져 내리는 그 여정이 너무 재밌어요.”


◇이제는 돌아와 무대에 선 “저와 함께 서천 꽃밭으로 꽃구경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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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명성황후 역의 차지연(사진제공=서울예술단)

 

“휘에게 사진을 찍어달라는 신을 가장 좋아해요. 자꾸 노력하게 돼요. 대사, 음악 등 모든 것이 주는 분위기에 휘둘리지 말고 담백하고 멋있게 하려고. 다들 흐느끼지만 같이 울지 않고 오히려 담담하고 평안한 미소를 머금고 하니까 더 슬퍼요. 연습실에서도 다들 엄청 울죠. 이게 연기하는 사람이 느끼는 묘미구나 싶어요. 이전 시즌까지는 저도 엄청 울었는데 지금은 다 내려놓고 ‘왜 내 꽃엔 얼굴이 없느냐. 아마도 대궁채 꺾인 게로구나. 내 꽃이 너무 무거웠던가? 서천 꽃밭은 어떠냐’라고 편안하게 묻죠.”

이어 “묵묵하고 담담하게 표현했을 때 더 많은 걸 받아 가신다. 그게 너무 재밌고 관객들이 어떻게 느끼실지 저도 기대가 된다”고 말을 보탠 차지연이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몸도 아팠지만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저의 개인적인 삶에서도 그다지 편안하지 못했던 시기였죠. 복합적인 것들이 과도한 심리적 스트레스로 다가왔어요.”

차지연은 뮤지컬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하 호프) 두 번째 시즌 공연 중이었고 ‘안나 카레니나’ 개막을 앞뒀던 2019년 봄, 갑상선암을 진단받고 휴식기에 돌입했다. 출산 후 2017년 뮤지컬 ‘마타하리’로 다시 관객들을 만난 후 ‘서편제’ ‘광화문연가’ ‘노트르담 드 파리’ ‘더데빌’ ‘유관순’ 그리고 두 번의 ‘호프’까지 차지연은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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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명성황후 역의 차지연(사진제공=서울예술단)

“약속돼 있는 작품을 계속 해내야 하는데 쉽지가 않았어요. 지칠 대로 지쳐버렸죠. (결혼하지 않은) 혼자 몸으로 작품에 에너지를 쏟는 것과 아이를 돌보면서 작품을 만나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더라고요. 열정은 넘쳐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이상했죠.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황이었어요. 이리저리 지치고 치이다 보니 몸의 병으로 나타났죠. 상상도 못한 일들이 많이 버거웠나 봐요. 끝까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이 가장 먼저였고 가장 컸죠.”


투병과 육아에 전념하던 그 기간을 차지연은 “단련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미 삶 가운데 존재했고 그 단련의 시간 동안 불거진 문제들이 작품을 안하면서 연달아 시련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그 시간이 마냥 편하진 않았지만 아이와의 관계를 좀 더 쌓을 수 있었어요. 일에 치이고 ‘잘 해내야 해’ ‘좋은 모습만을 보여드려야 해’라는 강박에 쫓기듯 사느라 더 많은 것들을 돌보지 못해 부딪혔죠. 그것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면서 이제야 조금 평안해진 것 같아요. 엉켰던 것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편안해지니 몸 회복도 빨라졌죠.”

이렇게 전한 차지연은 “여전히 두려움도 있다. 내가 과연 다시 무대에 서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면서도 “이래저래 필요했던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 이제는 좀 편안하게 해보자, 너무 나를 코너로 몰고 가지는 말자 다독이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배우로서의 삶이 자연스럽게 잘 흘러가면 좋겠어요. 스펙터클하거나 화려한 모습은 아닐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가 추구하는 길을 잘, 묵묵하게 걷고 싶어요. 저의 행보에 ‘그 이유가 있겠지’라고 지금처럼 믿어주시면 멋있고 좋은 배우로 성장하며 잘 늙어가겠습니다. 지금은 저랑 같이 서촌 꽃밭으로 꽃구경 가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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