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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인플레이션인가, 디플레이션인가

입력 2020-07-06 11:20   수정 2020-07-0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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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경희대 명예교수, 경제학)

인플레이션은 물가수준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 인플레이션은 통화팽창을 의미하였다. 그러던 것이 현대에 와서 통화팽창의 결과로 나타나는 지속적인 물가상승만 인플레이션으로 쓰이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통화팽창을 화폐인플레이션(monetary inflation), 지속적인 물가상승을 물가인플레이션(price inflation)으로 구별하여 사용하는 경제학자들이 있긴 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저금리 정책 등을 통해 엄청난 돈을 풀었다. 그 결과로 통화량이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2009~2019년 기간 동안 한국의 경우 M1과 M2가 각각 144.5%와 86.0% 증가했고, 미국과 일본의 M2도 각각 51%와 32%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GDP 대비 통화 비중이 2009년 111.17%에서 2019년 127.07% 늘어났다 (World Bank 데이터 참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각국에서 더 많은 돈이 풀렸다.

그렇게 많은 통화량이 증가하였는데도 물가는 그렇게 많이 오르지 않았다. 소비자물가 지수가 2009년 88.452(2015년 기준)에서 2019년 104.850으로 18.5% 증가하였으며, 인플레이션율이 2009년 2.8%에서 2019년 0.4%로 꾸준히 하락했으며 2009~2019년의 평균 인플레이션율이 1.82%에 불과했다. 이러한 추세는 한국뿐만 아니다. 동일한 기간 동안 미국의 평균 인플레이션율은 1.58%, 영국 2.05%, 유로지역 1.26%, 일본 0.30%였고, 전 세계적으로는 2.69%였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에 경제가 쇠퇴하며 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낮은 인플레이션과 함께 경제성장률이 저조해지지자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며 돈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가 주의할 점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관찰하는 인플레이션은 소비자물가지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되는 재화는 한정되어 있다. 통화량 변동에 따른 물가의 변동의 범위는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되어 있는 재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 범위는 경제전반에 걸친다. 통화량이 증가하여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되지 않는 재화의 가격을 심각하게 변동시켜 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면 소비자물가지수만을 보고 통화정책을 수행할 경우 커다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 단적인 예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다. 당시 미국은 저금리 정책 등을 통해 많은 돈을 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지수를 바탕으로 한 인플레이션이 2% 내외였다. 그러나 저금리정책으로 풀린 많은 돈은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주택가격이 폭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중앙은행인 Fed는 소비자물가지수만을 바라보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다는 판단 하에 돈을 계속 풀었다. 그것은 결국 주택시장의 버블을 만들었고, 그것이 꺼지면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졌다.

통화팽창은 실물의 물가만을 끌어 올리는 것이 아니다. 자산의 가격들도 끌어 올린다. 그래서 우리는 재화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자산인플레이션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어난 많은 돈이 실물보다는 자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자산가격을 크게 상승시켰다. 주가(KOSPI)가 2009~2019년 동안 89.1%, 금값이 43.7%, 채권가격이 23% 올랐다. 이러한 추세는 미국과 유럽도 마찬가지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기간 동안 미국의 S&P500와 유럽의 고수익회사채(high yield bond)지수가 각각 300%와 250% 이상 올랐다. 이것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의 확대통화정책으로 풀린 돈의 대부분이 실물부문이 아닌 주식과 채권 등 금융부문으로 흘러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실물부문이 성장하지 않은 채 금융부문만 성장하는 것은 사상누각처럼 위험하다. 지금은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때라며 돈을 더 풀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자산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돈을 더 풀었다가는 지난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마찬가지로 자산가격 버블이 형성되었다가 꺼지면서 경제위기를 맞을 수 있다.

게다가 통화팽창과 관련해서 일반적으로 무시되고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있다. 통화팽창이 소득불평등을 야기한다는 사실이다. 통화량을 늘렸을 때 새로 투입된 통화량이 구성원 모두에게 동시에 똑같이 배분되지 않는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따라 늘어난 통화량은 제일 먼저 은행의 지준금으로 들어가 은행을 통해 시중에 나오게 된다. 은행대출을 통해 새로운 화폐를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입수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들이 오르기 전보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의 실질구매력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높다. 그러나 가장 나중에 새로운 화폐를 입수한 사람은 거의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오른 뒤이기 때문에 새로운 화폐가 수중에 들어와도 그의 실질구매력은 증가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새로 유입된 통화를 일찍 손에 넣는 사람과 나중에 입수하는 사람 간에 소득격차가 발생한다. 최근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갈수록 소득불평등이 커지고 있다. 통화팽창은 소득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가 심각한 불황을 겪는 이유는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가 취한 각종 규제로 인해 경제활동의 활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돈을 풀게 아니라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기업 활동을 옥죄고 있는 각종 규제를 철폐·완화해야 하며,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드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오히려 자산인플레이션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통화팽창에 따른 소득불평등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안재욱 (경희대 명예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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