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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나 혼자 산다'와는 다르다! 평양냉면같은 '온앤오프'의 매력

[문화공작소]코로나19로 해외촬영 불발, 일과 사생활 분리한 연예인 모습 재조명
성시경 인스타그램에서 영감 얻어, 인위적 요소 최대한 배제
정은경 본부장, 피아니스트 조성진 섭외하고 싶어

입력 2020-07-07 18:00   수정 2020-07-07 15:22
신문게재 2020-07-08 11면

온오프 정효민
tvN ‘온앤오프’ 연출자 정효민 PD (사진제공=tvN)

 

“우리 평소 안하는 건 하지 말기로 해요.”

tvN 관찰 예능 프로그램 ‘온앤오프’를 진행하는 가수 성시경(41)은 볼빨간 사춘기 안지영의 사생활 영상에서 다소 어색해 보이는 장면을 발견하자 이렇게 말한다. 방송을 위해 짜인 콘셉트가 아닌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여주자는 취지다.

방송가 대세인 관찰예능 프로그램이 ‘리얼리티’가 아닌 캐릭터쇼로 변질된 지는 이미 오래다. 관찰예능의 시초로 꼽히는 MBC ‘나 혼자 산다’를 비롯해 SBS ‘미운우리새끼’ ‘동상이몽-너는 내운명’ 등의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의 일상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시청자와 카메라를 의식하는 캐릭터 플레이로 불편함을 안겼다.  

 

온오프
tvN ‘온앤오프’의 방송장면들(사진제공=tvN)

출연자들은 집에 혼자 머물 때도 어딘가를 향해 혼잣말을 한다. 혼자 있는 모습이 지겨워질 때 쯤 이들의 친구가 출연해 떠들썩한 이벤트를 즐긴다. ‘리얼리티’라는 표현이 무색할 지경이다. 


‘온앤오프’가 첫 출발할 때만 해도 그저 그런 떠들썩한 관찰예능 프로그램의 하나일 줄 알았다.



하지만 JTBC ‘효리네 민박’, tvN ‘일로 만난 사이’를 연출한 정효민PD와 윤신혜 작가팀은 첫 방송부터 MSG를 제거한 밍밍한 평양냉면 같은 연출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온앤오프’의 포문을 연 성시경은 집에서 팬들과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소통한 뒤 ‘먹방’ 성선생으로 돌변한다.

족발과 오이무침, 라면을 홀로 먹으며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그의 표정이 제법 행복해 보인다. 

 

다소 낡아 보이는 오븐과 여러 번 오븐을 들락거렸을 법한 주방장갑은 깔끔한 인테리어의 여타 연예인 집과 비교되는 풍경이다. 스타의 바쁜 일상 속 모습(ON), ‘사회적 나’와 거리 둔 내 모습(OFF)을 있는 그대로 모두 보여준다는 기획의도에 부합하는 장면이었다.

정효민PD가 ‘온앤오프’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와 성시경의 인스타그램이었다. ‘일로 만난 사이’ 종영 뒤 해외에서 촬영하는 아이템을 기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 촬영이 어려워지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시선을 돌렸다. 때 마침 갓 포스팅을 올리기 시작한 성시경의 인스타그램을 발견한 건 신의 한수였다.

“제 또래(41세)만 해도 일과 사생활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2030 세대는 일하는 나와 개인적인 나를 철저히 구분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런 관점으로 출연자들을 바라본다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그러던 중 성시경씨가 SNS에서 혼자 요리하는 모습을 보며 일과 나를 분리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죠.”  

 

온오프
tvN ‘온앤오프’의 방송장면들(사진제공=tvN)

 

전 직장 JTBC에서 ‘마녀사냥’을 연출한 정PD는 당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친분을 쌓았던 성시경을 설득했다. 인위적인 관찰예능에 지쳐있던 성시경도 “다큐 같은 프로그램이라면 해 보겠다”고 마음을 열었다. 그래서 ‘온앤오프’는 버라이어티의 재미보다 다큐멘터리 같은 깊은 맛을 추구한다. 제작진은 시청률을 위한 인위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다.  

 

볼빨간 사춘기의 안지영은 양치를 하다 치약을 옷에 흘리고 기상캐스터 출신 방송인 김민아는 아침에 퉁퉁 부은 모습으로 카메라와 마주한다. 관찰예능 프로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출연자의 혼잣말도 어색하지 않다. 

 

정PD는 “처음부터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사적 다큐’라고 명명해 출연자가 PD와 대화하게끔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김민아가 출근하던 중 누군가의 질문에 답하고 김동완이 트랙터를 몰 때도 제작진이 개입하는 게 자연스러운 이유다.
 

온오프 정효민
tvN ‘온앤오프’ 연출자 정효민 PD (사진제공=tvN)

출연진 선정 기준은 ‘의외성’이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출연한 배우 심은우는 촬영이 없을 때는 요가 강사로 일한다.

 

좀처럼 예능에서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배우 최귀화는 친구들과 낚시를 즐겼고 MBC ‘나 혼자 산다’ 초창기 멤버였던 김동완은 가평 전원주택에서 양봉을 하며 ‘농촌총각’의 삶을 산다. 

 

JTBC ‘신화방송’으로 김동완과 연을 맺은 정PD는 “가평으로 이사해 재미있게 산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양봉까지 할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물론 ‘온앤오프’가 초기 기획의도대로 순항하는 건 아니다. 소녀시대 윤아나 마마무 솔라의 경우 친구와 언니가 출연해 버라이어티한 이벤트를 벌여 애청자들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정PD는 “진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려면 촬영팀이 출연자 한명을 약 한달가량 따라다닌 분량을 압축해 내보내야 하지만 물리적으로 무리한 스케줄이기 때문에 인터뷰를 통해 출연진의 일상을 하루나 이틀 정도로 압축한다”며 “윤아의 경우 평소 친구들과 순댓국집을 잘 가지만 코로나19로 사람이 몰리는 곳을 피해야 해 자주 가던 친구의 공방에서 촬영했다. 솔라도 유튜브 채널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일상을 통해 ‘온’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정 PD는 “관찰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 사람의 본 모습”이라며 “촬영 과정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제작진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효리네 민박’을 연출하기도 한 정효민PD는 최근 MBC ‘놀면뭐하니’에서 린다G로 변신한 이효리의 모습 역시 또 다른 ‘온과 오프’라고 설명했다. 정PD는 “이효리씨에게도 여러 모습이 있다. ‘효리네 민박’과 ‘캠핑클럽’의 잔잔한 모습도, ‘린다G’의 밝은 모습도 모두 이효리씨”라고 웃었다.

제작진은 차후에도 다양한 분야 종사자들의 ‘온과 오프’를 보여줄 계획이다. 가장 모시고 싶은 게스트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과 피아니스트 조성진 그리고 베일에 싸인 재벌총수들이다. 정PD는 “웃음은 덜하더라도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을 즐기는 분들이 늘어난 만큼 점차 프로그램의 외연을 확장해나가겠다”고 전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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