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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②] 배우로, 제작자로, 선배로 정영주 “하고 싶은 건 오롯이 연기뿐!”

입력 2020-07-11 21:00   수정 2020-07-11 20:46

정영주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배우이자 ‘베르나르다 알바’의 제작자이기도 한 정영주(사진=이철준 기자)

 

“오죽하면 드라마 제목으로 나올까요. ‘꼰대인턴’에 2회 특별출연을 했는데 김응수 선생님 너무 재밌으시더라고요. 표정이나 어휘, 화술 등은 정말 꼰대(권위적인 사고를 지닌 어른을 비하하는 은어) 같았죠. 하지만 시대나 사회에 관심도 많으시고 본인 것에 엄청 집중하시고 친절하고 다정다감하시고…너무 좋으시던데요.”

지난 1일 종영한 MBC 드라마 ‘꼰대인턴’에 특별출연한 소감을 전한 정영주는 도로시 브록으로 출연 중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8월 23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함께 하고 있는 페기 소여 김환희와의 일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김)환희한테 연기에 대해서 말 한마디를 했는데 좀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제가 ‘꼰대’소리를 듣는 건 괜찮은데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줄까봐 좀 걱정했거든요. 환희는 ‘엄마 아냐, 얘기해줘서 너무 좋아’ 하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 제 화술을 고집하다보면 너무 거르지 않고 얘기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어요.”



‘브로드웨이 42번가’ 중 스타였지만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여배우 도로시 브록에 대해 “나는 나이가 자꾸 들어가는데 춤도 잘 추고 젊고 예쁜 후배들은 자꾸 올라오고…그럼에도 놓기 어려운 배우로서의 삶을 다 놓고 간다는 게 너무 멋있다”며 “저도 그러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대한민국에서 ‘무대배우’로 산다는 것
 

정영주
정영주는 사단법인 한국뮤지컬협회 배우분과위원장이다. 사진은 올초 열리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영주(사진=브릿지경제DB, 한국뮤지컬협회 제공)
“저랑 비슷한 시기에 앙상블로 시작한 배우들은 도로시 브록 같은 스타로 발돋움할 장이 활짝 열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우리 사회는 변화와 다양함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죠. 그렇게 낀 세대가 저희들이에요. 지금까지 20년 넘게 주연이 아닌 인물들로 무대에 서고 있는 이들은 슈퍼 앙상블들을 지낸 탄탄하고 건강한 배우들이죠. 그 배우들이 적당히 영화롭고 윤택한 삶을 유지하면 좋은데 그게 쉽질 않아요.”

이어 “열정만을 요구한다”고 전한 정영주는 사단법인 한국뮤지컬협회의 배우분과위원장이기도 하다. 그는 “대한민국 배우, 특히 무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의 허함, 불안감 등을 의지할 기관이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제가 배우분과위원장을 맡기 전까지 쌓여있던 것들을 정리하는 데 임기 대부분을 보냈고 기획적·금전적인 복잡한 문제들을 여전히 떠안고 있는 상태예요. 7월이면 제 임기가 끝나는데 쌓아놓은 숙제가 아직도 해소가 안되고 있죠. 그래서 제가 연임을 하겠다고 먼저 얘기했어요. 도망가고 싶지 않았고 제가 내뱉은 말들, 쌓아놓은 숙제를 사명감을 가지고 수습하고 싶었거든요.”

이어 “저는 복지부장관도 아니고 배우들의 복지를 어떻게 하기 보다는 최소한 배우들이 불안한 환경을 만들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단순히 떼인 돈을 받아준다기 보다 떼인 돈이 생기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브로드웨이 표준계약서를 가지고 와서 번역해 공부한 지가 벌써 7년째인데 해결이 안나고 있어요. 표준계약서를 포함에 7년 동안 조용조용히 별 공부를 다 하고 있죠. 그 해결은 장기전이 되겠지만 표준계약서를 비롯해 공부해 놓은 것들을 시작이라도 하고 물러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배우’라는 카테고리가 생겼지만 10년 전만 해도 종합소득세 원천징수영수증에 직업군이 저희(배우)는 ‘기타’였어요. 그 후 한때는 ‘OOO, OOO 외 40명’, 주연배우들 뒤에 붙는 ‘외’ 중 하나였죠.”

그리곤 “대한민국의 뮤지컬 산업은 특수상황이어서 브로드웨이 표준계약서는 참고문헌일 뿐, 대한민국에 맞는 표준계약서를 만들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베르나르다 알바’ 제작자 정영주 “가시에 찔리더라도 버터야죠”

정영주
정영주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제작자로 나선다(사진=브릿지경제DB, 우란문화재단 제공)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우리 배우들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인정할 정도로 실력을 갖추고 있죠. 이제 전세계 편견의 벽은 깨지고 있어요. (‘기생충’의 아카데미 다관왕으로 편견과 차별을 깬) 할리우드도 그렇고…여기까지 오는 데 100년이 걸렸어요.”

이어 “왜 한국에서는 아비뇽이나 에든버러 같은 축제를 못한다고 생각하나…사실 더 크게 얘기하자면 제작자들 마인드가 좀 바뀌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로) 저도 제작자가 돼버렸어요. 저는 바뀌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 변화를 피력하고 있는데 계속 부딪혀요. 그 피드백은 ‘가시’로 돌아오더라고요. 여기저기서 오는 가시들이 사방에서 찔러대요. ‘베르나르다 알바’를 준비하면서 모든 제작자들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어요. 모든 것이 돈과 결부되다 보니 고독하기도 해요. (예산) 집행 자체로 누구에게도 실망이나 아픔을 주고 싶지 않고 배우 입장도 생각해주고 싶고…머리가 너무 아픈 요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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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는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도로시 브록이 가진 무대에 대한 경외는 자신을 닮았다고 밝혔다(사진제공=샘컴퍼니)
정영주는 “톱배우가 한회 제작비에 달하는 출연료를 받는 등을 비롯한 한국의 뮤지컬 제작 시스템 문제가 해결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는 사람들이 끝까지 가는 거죠. 그래서 버티는 게 가장 중요해요. 기다려야죠.”


◇무대에 대한 경외 “무대 위에서 연기하다 생을 마감해도 좋겠다!”

“무대에 대한 경외는 늘 같아요. 열아홉살이 된 제 아들은 생후 10개월부터 저와 공연장에서 살았어요. 그때부터 무대에 대한 경외심을 주입시켰죠. 말도 못하는 아이와 ‘여긴 어디?’ ‘엄마가 일하는 데’, ‘엄마가 일하는 덴 어디?’ ‘공연장’, ‘공연장은 무대, 무대는 뭐?’ ‘신성한 곳’, ‘분장실은?’ ‘마음을 다 잡는 곳’이라고 대화를 하곤 했죠.”

이어 정영주는 “제 아이는 제 직업에 대한 굉장한 경외심을 느끼고 있다”며 “본인도 ‘비트박스’라는 걸 하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제가 막 뮤지컬을 시작했을 때 ‘난 무대 위에서 연기하다 죽어도 좋다’고 하신 선생님이 계셨어요. 그 말에 누군가는 위대하게 바라보고 누군가는 콧방귀를 뀌고 또 누군가는 욕을 하던 장면이 생생하게 각인돼 있죠. 그때는 저 역시도 ‘말도 안된다’ 했었는데 무대에서 연기하다 생을 정리해도 너무 멋지겠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어요.”

무대에 대한 경외심을 에둘러 표현한 정영주는 “그렇게 생각한 지 10년째”라며 “아들이 9살 때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출연하고 있었다. 당시 좀 일찍 공연장엘 가서 아들을 데리고 백스테이지 투어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아들이 한 표현에 이 직업을 선택하길 잘했구나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정영주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배우이자 ‘베르나르다 알바’의 제작자이기도 한 정영주(사진=이철준 기자)

“세트며 의상 등을 하나씩 만져보던 아들이 ‘엄마가 하는 일 되게 근사하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지금까지도 잊혀지질 않아요. 내가 하는 일이 노동 같지만 근사한 일이구나를 깨달은 그날은 빈 객석까지 새롭게 다가왔죠. 그렇게 10년이 흘렀는데도 무대에 서 있는 게 너무 감사해요. 관객들은 여전히 뜨거운 걸 원하고 저 역시 여전히 뜨겁길 원하고…그 마음이 식지 않는다면 무대 위에서 하고 싶은 걸 하다가 삶을 마무리해도 드라마틱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천상 배우 “하고 싶은 건 오롯이 연기 뿐”

“어떤 공연은 배우 스스로 분장을 하기도 해요. ‘미녀와 야수’ 때도 그랬고 ‘오페라의 유령’ ‘고스트’도 그랬어요. 특히 장기공연을 할 때는 크리에이티브 팀이 매뉴얼을 알려주면 색조화장품을 지급받아서 프린트된 제 얼굴을 보고 분장을 해요. 그런 공연은 마음가짐이 남달라지기는 해요.”

현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도 “분장팀 허락 하에 가발을 쓰기 위해 머리를 묶고 핀컬하는 과정을 저 혼자 스스로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탄탄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정성스럽게 임하는 그 과정이 저에게 캐릭터에 대해 생각하고 이입하는 시간을 줘요.”

그렇게 무대를 대하는 경외심과 경건함을 여전히 마음에 품고 있는 정영주는 꿈에 대해 “할 수 있을 때까지 연기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고 싶은 게 연기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 외의 것은 버킷리스트일 뿐이고 제가 온전히, 제대로 할 수 있는 건 연기 밖에 없어요. 제가 잘 할 수 있고 더 잘하고 싶은 연기로 사람들을 움직이고 싶어요. 그 영향력이 다른 일들을 하는 씨앗이 될 거라고 믿어요. 그러니 할 수만 있다면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하는 걸로!”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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