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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에 나선 두산건설, 왜 어려워졌을까

입력 2020-07-14 06:30

 

김태호 의원(전 경남지사)의 형인 김진호 두산건설 사장, 사진=연합뉴스

 

두산그룹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두산건설이 매각을 위해 인적분할까지 마치고 매각 본입찰에 나선 결과, 국내 중견건설사인 대우산업개발이 현재까지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대우사업개발이 제시한 인수 금액은 2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진행되는 실사과정에서 두산건설의 경영상태에 따라 상당한 변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매각이 진행중인 두산건설은 올해로 환갑을 맞은 한때 그룹의 후광으로 10대 건설사 반열에까지 올랐던 우량 건설사였다. 1960년 7월 창업했으니까 올 7월 기준으로 환갑잔치를 치러야 하지만, 반대로 두산건설의 역사를 중단하고 새로운 살길을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건설업이 경기부침이 심한 업종이긴 하지만, 두산건설이 지난 10여년 사이에 갑작스럽게 망가진데 대해 사람을 잘못 쓴 데서 이유를 찾는 사람이 많다.

 

두산건설은 타 건설사에 비해 정치인의 형들을 경영자로 세우는 경우가 유독 눈에 띈다. 2007년 3월에는 정우택 당시 충북도지사의 형인 정지택 사장을 대표로 내세운 후 바로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바 있다. 현재 김진호 대표이사 사장 역시 김태호 국회의원(전 경남도지사)의 친형이다. 두산은 정치인 중에서도 유독 보수 정당 출신들의 형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대표이사인 김진호 사장은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1996년 두산건설에 입사한 후 2006년 주택 분양담당 임원과 2014년 도시정비사업 분양담당 전무 및 2016년 건축BG(Business Group)장을 지냈으며, 지난해 3월부터 새서울철도(주) 대표이사를 맡은데 이어 올 2월부터 두산건설 대표이사로 발령받았다.

 

문제는 두산건설을 오늘날 어렵게 만든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는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사업이 한창 추진되던 시기 김진호 사장이 주택 담당 임원과 그룹장을 맡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사자로서 문제를 가장 잘 알 수 있어 해법도 내놓을 수 있겠지만, 당사자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대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재무적으로 망가진 두산건설의 구원투수로는 주택전문가가 아닌 재무와 구조조정 전문가가 대표를 맡아 회사 정상화를 노렸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김진호 사장의 전임인 이병화 사장 역시 건축전문가로서 두산건설이 재무적으로 어려움에 빠졌을 때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서 시간만 보내 회사를 더 망가뜨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병화 사장 시절인 2019년 5월 두산건설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에 나섰지만 3150억원 모집에 100억원만 조달되면서 나머지 금액을 모두 두산중공업이 인수하는 바람에 지분이 높아진 두산중공업의 100% 자회사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두산건설이 망가진 데 대한 책임은 박정원 그룹 회장에게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박정원 회장은 2007년 3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두산건설 부회장을, 2009년부터는 두산건설 회장을 지냈다. 두산건설의 부회장과 회장을 지냈고 이 후 그룹회장으로서 회사 중요 의사결정권자였던 만큼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박정원 회장은 현재도 두산건설의 경영총괄 회장으로 등재돼있다.

 

두산그룹의 흑역사 역시 오늘날 두산건설 발 두산그룹 위기의 원인으로 보는 이도 있다.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두산그룹 회장이었던 박용오 전 회장이 2005년 박용성 박용만 두 동생들에 의해 명예회장으로 밀려난 후 박용오 명예회장이 동생인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1700억원대의 비자금을 만들어 불법으로 사용했다고 폭로하는 바람에 박용성 박용만 두 동생이 집행유예형을 받은 바 있었다. 이 후 두산가는 내부 비리를 폭로한 박용오 전 회장을 가문에서 제명하기에 이르렀는데, 당시 그룹을 떠나는 박용오 전 회장이 두산건설을 요구했지만 두산가의 반대로 무산됐다. 박용오 전 회장은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박용오 전 회장의 요구대로 두산건설을 넘겨줬더라면, 좀 잘 경영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두산건설이 두산그룹과의 인연이 끊겨 오늘날 두산건설 발 그룹위기는 없지 않았겠느냐고 두산그룹 관련 인사들은 얘기한다.

 

기업의 생명력은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의 능력과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경자생(庚子生) 환갑을 맞은 두산건설이 새 주인을 맞아 새로운 생존의 기회를 만들지 주목된다.

 

문경란 기자 mg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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