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위터
  • 페이스북
  • 검색
  • 전체메뉴

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비바100] 산장 문을 두드린 사람은 누구였을까? 모든 지금의 나에게…뮤지컬 ‘더모먼트’

[문화공작소] 뮤지컬 '더모먼트'

입력 2020-07-14 18:00   수정 2020-07-14 19:47
신문게재 2020-07-15 11면

더 모먼트_공연사진_유제윤
뮤지컬 ‘더 모먼트’ 공연장면(사진제공=스탠바이컴퍼니)
“난 여기에 남을거야. 그게 내 선택이니까.”

 

그렇게 사내는 깊은 산속 외딴 산장에 홀로 남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산장 문을 두드리는 누군가. 그의 선택은 어떤 변화를 가져 왔을지 역시 지금을 살고 있는 관객들의 선택이다. 그렇게 세 사람의 운명과 극의 결말을 관객들 몫으로 남겨둔 채 마지막을 장식하는 뮤지컬 ‘더모먼트’(9월 6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는 과거, 현재, 미래에서 지금을 살고 있는 모든 나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40대의 사내(유성재·박시원·원종환,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는 이미 12년 전 결혼식 직전에 죽은 약혼자를 만나기 위해 산장으로 향했다. 그녀가 남겨둔 일기장 마지막 장의 내용에 말도 안되는 걸 알면서도 산장을 예약했다.
 

2020071401010005960_p1
뮤지컬 ‘더 모먼트’ 포스터(사진제공=스탠바이컴퍼니)

30대 공무원 남자(유제윤·강정우·주민진)는 갑자기 사라진 약혼자가 혹시나 예정된 여행에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산장을 찾았다.

 

결혼식을 코앞에 두고 이미 마련한 신혼집까지 부동산에 내놓으며 느닷없이 ‘영국이민’을 가자는 약혼자와 갈등을 빚은 후의 일이었다.

시시때때로 한참은 지난 유행어 “당근빳따”를 외치고 ‘가로본능’ 휴대폰과 MP3플레이어를 가지고 다니는 ‘레트로’ 소년(홍승안·김지온·정대현)은 부모의 이혼으로 전학을 하게 되면서 헤어진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산장을 예약했다.



서로 자신이 먼저 예약했다 아웅다웅하던 세 사람의 이름은 같다. 뭔가를 알고 있는 건지 “실험”이라는 뜻 모를 말을 하는 사내, 이상하게 자꾸만 심정이 상하는 남자, 도무지 무슨 일인지를 이해할 수 없어 10대 특유의 허세로 일관하는 소년.

세 사람이 모이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휴대폰은 먹통이 되고 남자가 타고 온 자동차가 사라지고 사내를 묶었던 밧줄이 사라지고 옷걸이가 사라지고 숲의 나무들이 사라지고…. 모든 길은 산장으로만 향하고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 

 

이야기의 전개도, 반전처럼 등장하는 사내·남자·소년의 정체와 관계도 뻔하다. 예상대로 흘러가지만 그 뻔한 이야기는 유쾌하게, 때로는 의미심장하게 또 때로는 애틋하게 ‘순간’(The Moment)들을 되짚는다.

 

2020071401010005961_p1
뮤지컬 ‘더 모먼트’ 공연장면(사진제공=스탠바이컴퍼니)

 

벗어날 수 없는 산장과 세 사람이 처한 미스터리한 상황을 벗어날 실마리는 그들이 기다리는 여자가 남겨둔 수많은 노트와 양자역학 개념을 바탕으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가 주장하던 ‘불확정성의 원리’(Uncertainty Principle)다.

원자가 되고 전자가 되고 광자가 돼 산장 주위를 돌고 도는 세 사람,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복잡한 양자역학이론에서 분명한 것은 ‘불확정성’이다.

 

위치와 운동량 사이에 존재하는 불확정성 공식(ΔxΔp≥h/2), 바라보는 순간 상태가 결정된다 등 여자가 남겨둔 힌트들로 세 사람은 믿을 수 없는 현상을 받아들이고 각자의 선택에 따른다. 

 

더 모먼트_공연사진_박시원 강정우 김지온
뮤지컬 ‘더 모먼트’ 공연장면(사진제공=스탠바이컴퍼니)

물리학 공식이 사람, 그의 삶에 적용하면 그 ‘불확실성’은 더욱 짙어진다. 꽤 복잡한 듯 보이는 물리학 공식은 결국 30초 앞도 알 수 없는 인간의 삶을 닮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점 역시 지금 우리가 겪는 현상들과 궤를 같이 한다. 

복잡한 물리학 개념과 이론들을 영리하게 풀어낸 덕에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다만 극의 반전은 거의 극 시작과 동시에 그 정체를 드러내고 갑작스레 깨달음을 얻으며 후다닥 결말로 내닫는 마무리도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뻔한 이야기는 복잡한 물리학 이론을 적절하게 사용하며 과거, 현재, 미래를 살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은 오롯이 스스로의 선택에 달렸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그렇게 스스로의 선택으로 홀로 남은 사내가 머무는 산장의 문을 두드리는 누군가. 그는 누구일까. 홀로 남은 사내, 저마다의 실험을 위해 산장을 떠난 남자와 소년, 그들의 선택들이 어떤 모습의 운명으로 내달리며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는 결국 관객들의 몫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브릿지경제 핫 클릭

   이 기사에 댓글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