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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효리 마오 사태… 연예계 글로벌 문화 감수성 필수 시대

[트렌드 Talk] K컬처, 글로벌 문화 감수성 부족 지적

입력 2020-08-27 18:00
신문게재 2020-08-28 13면

이효리
가수 이효리 (사진제공=MBC)

 

“글로벌 활동도 해야 하니까…마오는 어때?”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주부 조경은(41)씨는 지난 22일 MBC ‘놀면 뭐하니?’를 시청하다 가수 이효리의 한마디에 경악했다. 조씨는 “방송을 보며 대번 마오쩌둥을 떠올렸다”며 “평소 이효리씨의 발언 수위가 조마조마해 사달이 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조씨의 말처럼 분노한 중국 누리꾼들은 이효리의 SNS 계정과 MBC 유료 동영상서비스(VOD)에 댓글 테러로 응징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이효리의 발언이 중국 위인인 마오쩌둥을 비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우리나라 누리꾼들도 “마오쩌둥을 비하했다는 건 중국인들의 생각” “마오쩌둥이 아닌 (일본인 피겨 스케이터) 아사다 마오”라는 식으로 응수하며 댓글전(戰)에 나섰다. 

 

이효리의 SNS계정에 쏟아진 댓글만 47만 9000여개에 달한다. 논란이 커지자 MBC 측은 “특정 인물을 뜻하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앞으로 세심하고 신중하게 방송을 만들겠다”고 이효리의 발언이 담긴 VOD를 삭제했다. 당사자인 이효리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200807 - MBC [나 혼자 산다] 스핀오프
MBC ‘나 혼자 산다’ 스핀오프 ‘여은파’ 유튜브 영상 캡처

문제의 핵심은 글로벌 시대, 문화 감수성을 갖췄냐는 점이다. ‘놀면 뭐하니’에서 이효리가 참여한 싹쓰리의 음원은 홍콩, 타이완, 마카오,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과 미국 등 해외 45개국 차트에 진입했다.

 

특히 홍콩에서는 차트 1위까지 기록했다. 이제는 K드라마, K팝의 인기에 이어 K예능 역시 세계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기에 출연진과 제작진의 문화적 감수성은 필수다. 한국인의 웃음 포인트가 해외에서 불쾌함을 느끼는 소재가 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MBC ‘나 혼자 산다’ 역시 출연진인 마마무 화사의 의상이 나이지리아 전통 의상을 희화화했다는 논란에 시달렸다. 이에 제작진은 “이 의상은 화사가 우리 프로그램에서 자주 입었던 한국의 ‘사우나 룩’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화사의 의상을 특정 문화와 연관시킬 의도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해당 의상은 제작진이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가에서는 “연예인들의 글로벌 문화 감수성 탑재에 앞서 제작진 역시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감수성이 필요한 시대”라는 질책의 목소리가 높다. 이효리와 화사 사건 모두 사전 녹화였기 때문에 제작진이 얼마든지 사전에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낳고 있다.

글로벌 문화 감수성 문제는 K컬처 전방위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앞서 걸그룹 블랙핑크가 지난 6월 발표한 ‘하우 유 라이크 댓 (How You Like That)’의 뮤직비디오 역시 힌두교 신성 모독 논란이 제기됐다. 번영을 상징하는 힌두교의 신 가네샤 상(像)이 바닥에 놓여진 게 문제였다. 마마무도 2017년 콘서트에서 ‘흑인분장’ 영상을 했다가 해외 마마무 팬들의 질타에 사과하기도 했다. 글로벌 문화 감수성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20082707


얼마 전 의정부고의 ‘관짝소년단’ 졸업사진에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가 문제를 제기한 것은 한국의 글로벌 문화 감수성이 얼마나 낮은지를 잘 나타낸 사건으로 꼽힌다. 의정부고 학생들의 의도와 관계없이 흑인인 샘 오취리 입장에서 얼마든지 불편함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을 미처 인식하지 못한 사태다.

 

샘 오취리는 BBC와 인터뷰에서 “학생들에게 비하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았지만 블랙 페이스가 많은 흑인들과 다문화 국가에서 기피하는 역사적 맥락이 있는 것을 밝히려고 했다”며 “그런데 한국에서 이런 이슈가 생소한 문제라 논쟁이 있었고, 이해하지 못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김은희 작가의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은 번역과정에서 중화권 제목을 ‘이시조선’(李屍朝鮮)이라고 달아 국내 누리꾼들의 강한 비난을 받았다. ‘이시조선’이 일본이 조선을 비하했던 ‘이씨조선’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다. ‘이시조선의 ‘시’는 좀비를 의미하는 ‘시체 시’(屍)였지만 한국과 일본의 아픈 역사를 인지하지 못한 ‘불편한’ 제목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K컬처의 세계화에 도취되기에 앞서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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