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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독친’으로 약 6년 만에 스크린 복귀한 장서희.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
‘잘 자란 아역’에 모범답안이 있다면 그 시초는 분명 배우 장서희가 아닐까. 열 살 무렵, 신문에 난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 광고를 보고 부모님을 졸라 대회에 나간 이유는 딱 하나다. 진선미 안에만 들면 공주 왕관과 망토를 준다는 거였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셋째딸이 조르자 아빠는 흔쾌히 지갑을 열었다. 아무다 참가하는것도 아닌, 참가비가 있는 정식 대회였던 것.
“그때 협찬사가 오뚜기 였는데 마요네즈 광고를 찍을 아역 배우를 찾고 있었다고해요. 운 좋게 진으로 뽑혀 CF를 촬영하고 다음해 신성일, 김자옥 선배님의 딸 역할로 캐스팅돼 영화를 찍었죠. 평탄하게 연예계에 입문했지만 이름을 알리기 까지는 20년이 걸렸네요.(웃음)”
당시 ‘국민 유치원 선생님’으로 불린 뽀미언니도 맡고, 다양한 캐릭터를 넘나들었지만 2002년 드라마 ‘인어아가씨’를 맡기 전까지 장서희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MBC 공채탤런트 출신으로 이렇다할 대표작이 없었던 그의 성실함을 알아 본 임성한 작가는 당시 방송국 윗선들이 모두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맡긴걸로 알려진다. 이후 ‘아내의 유혹’으로 또다시 메가히트를 기록한 장서희는 대세의 기운을 이끌고 중국으로 건너가 한류를 이끈 선구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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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희는 딸에게 지극정성을 보이는 혜영 역을 맡아 어긋난 사랑을 쏟는 엄마의 얼굴을 사실적으로 그렸다.(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
“어릴 때는 엄마가 곧 매니저였죠. 아빠는 연예인 하는거 정말 싫어하셨고요. 사실 20대 초반까지는 ‘차라리 결혼해’라며 반대가 심했어요.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활동하는걸 특히 더 심했는데 성적이 안 좋으면 바로 촬영장에 갈 수 없었어요. 극성? 제가 알람시계 맞춰놓고 일어나서 신나게 현장에 가고 그랬으니까 저희 부모님과는 거리가 먼 단어입니다.”
지난 1일 개봉한 영화 ‘독친’으로 마주한 장서희는 손사레를 치며 웃었다. 자식에 대한 사랑과 집착이 강해 되려 독이 되는 부모를 뜻하는 제목에 대해 “저와는 거리가 멀지만 이미 일본에서는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굳어져 있더라”며 말문을 열었다.
“열성학부모에 대한 논란이 크더라고요. 저 역시 ‘독친’에 대한 생소함이 커서 되려 작품을 찍으며 많이 배우고 알게 된 부분이 큽니다. 개인적으로 아이를 낳은 경험도 없고 가정을 이루지 않았으니까 출연을 결정하고 ‘엄마도 이렇게 자식의 공부가 중요했어?’라고 전화를 걸어 물어봤죠.”
극중 그가 연기한 혜영은 반장만 도맡아하는 모범생 딸이 있다. 아침을 거를때면 우유를 사서 안기고, 알러지가 있는걸 알면서도 DHA가 풍부한 생선을 먹일정도로 극성이다. 직장에서는 잘 나가는 커플매니저로 인정받고 있지만 누구보다 자식의 성공이 곧 자신의 행복으로 귀결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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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가 많아야 된다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온갖 예체능을 섭렵했던 어린시절에 대해 “물론 공부도 잘하길 바라셨을 것”이라고 활짝 웃어보였다.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
“인간적으로 불쌍하게 다가왔어요. 이런 친구가 제 주변에 있다면 끊임없이 다독여 주고 사랑할 것 같아요. 한마디로 자식을 너무 사랑하지만 그 방법을 모르는 캐릭터입니다. 그 집착이 이해가지 않는건 아니지만 집요함이 무서웠달까요.”
워킹맘인 혜영에게는 여느때와 똑같이 출근과 등교를 동시에 하는 바쁜 아침이었지만 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로 모든게 뒤바뀐다. 조금 전 모의고사를 잘 치뤘다고 통화까지 했는데 서울 근교 강가에서 자살팸의 일원으로 딸의 시체가 발견된 것. ‘독친’은 그렇게 모두가 다 알았지만 그냥 치나쳤고, 가장 가까워야 했을 엄마를 저주하며 삶을 마감한 딸의 기묘한 일상을 거슬러 올라간다.
“제가 대중들에게 복수의 아이콘으로 기억되어 있지만 안 해본 역할이 없거든요. 굳이 꼽자면 공포물의 살인마 정도일거예요. 무엇보다 전 가족의 지지와 위로를 많이 받으며 살아왔기에 이렇게 영화로 뭐든 새로운 경험을 하는게 정말 즐겁습니다. 무엇보다 ‘독친’은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들이 그렇게 울면서 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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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해서는 “독신주의는 아니다”며 “때가 있는 것 같다. 내 짝을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 꼭 결혼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운명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
긴 무명생활을 겪었기에 항상 감사함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여전히 기회가 주어지는 현실에 대해 행복함을 느낀다는 장서희는 되도록 많이 영화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는 속내를 고백했다.
“동아시아의 정서상 교육에 대한 과잉이 공감되는 지점이 관객들에게 분명히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인간적인 관점으로 ‘독친’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외모로 보여지는 직업이니 늘 관리하고, 몸에 나쁜 것 절대 안하며 언제든 좋은 작품에 뛰어들 준비를 해 놓는게 제 일상이라서요. 드라마의 집중도도 좋지만 영화 현장의 분위기는 늘 절 설레게 합니다. 더 많이 찍고 싶어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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