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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2080] ‘늦게 늙자’ 슬로우 에이징 테크 ⑫ 귀, 균형감각을 잡아라

입력 2024-01-0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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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는 소리를 듣는 기본적인 기능 만큼이나 몸의 균형을 유지해 주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갖는다. 귀에 이상이 생기면 잘 듣기지 않는 것은 물론 어지럼증 같은 불편함도 자주 경험하게 된다. 안중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전하는, 귀의 중요한 기능과 귀 건강 법 등을 들어보자.




◇ 귀의 구조와 가능 제대로 알기

귀는 ‘소리’를 듣는 기관이다. 소리는 귓바퀴를 통해 모인 후에 외이도, 고박, 그리고 3개의 이소골을 통해 달팽이관이라 불리는 ‘와우’에 도달하게 된다. 이 때 귀지 등이 꽉 차서 귓구멍이 막히거나, 염증 등으로 고막에 큰 구멍이 나거나, 고름이 차거나, 3개의 이소골 가운데 하나라도 손상이 있으면 소리를 못 듣게 된다. 이런 경우를 ‘전음성 난청’이라고 한다. 그리고 달팽이관이나 청신경의 노화 등에 의해 듣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감각신경성 난청’이라고 부른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30세 전후로 달팽이관에서 소리를 담당하는 2만 개에 가까운 유모세포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고음역의 청력이 먼저 나빠지게 된다. 안중호 교수는 “우리 말의 모음은 주로 저음역이고, 자음은 고음역이기 때문에 노화 초기에는 듣기는 하는데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지 헷갈리게 된다”고 말한다. “밥 먹어”라는 말을 ‘밥’인지 ‘밤’인지 혼동해 되묻는 식이다.

귀는 균형을 잡는 중요한 기관이기도 하다. 우리 두 귀에는 각각에 ‘전정기관’이 위치해 있다. 머리와 몸의 움직임과 위치를 소뇌에 전달해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전정기관은 3차원의 회전 감각을 느끼기 위한 3개의 반고리관과 수평 운동을 감지하는 난형낭, 그리고 수직 운동을 감지하는 구형낭으로 구성되어 있다.

난형낭과 구형낭에는 칼슘 덩어리인 이석이 젤리처럼 생긴 ‘이석막’ 위에 쌓여 있어, 우리가 머리를 움직일 때 반대 방향으로 쏠리게 된다. 이를 감각세포인 유모세포가 감지해 머리와 몸의 수평 혹은 수직 움직임을 소뇌에 알려준다. 반고리관은 빙글빙글 회전운동을 알아채는 기관이다. 양쪽 귀에 3개씩 있다. 양 귀에 있는 전정기관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머리와 몸의 균형과 자세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 난청과 균형감각 저하가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난청은 우리 건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나이 들어 단순히 잘 못 듣는다는 차원을 넘어, 우리 몸의 여러 심각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고도 난청인 사람은 알츠하이머 같은 치매에 걸릴 확률을 최대 5배나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난청은 흔히 우울증을 동반하고 심혈관 질환과도 연관성이 있다. 당뇨 환자는 난청 빈도가 2배가 높고, 낙상 확률이 3배나 높다고 한다. 흡연은 난청을 일으킬 확률이 79%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65세 이상의 40%와 75세 이상의 50%가 호소하는 어지럼증은 활동력 저하와 우울증, 낙상으로 인한 골절 등 다양한 2차 사고를 일으킬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 나이 들어 나타나는 대표적인 어지럼증으로는 이석증, 기립성 저혈압, 만성 재발성 어지럼이 있다.

이석증은 전정기관의 난형낭과 구형낭에 들어 있는 이석이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 내로 들어가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움직일 때마다 어지럼과 구토가 발생한다. 주로 아침에 일어날 때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때문에 잘못된 자세로 잠을 잔 탓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 노화와 골다공증으로 인해 뼈의 미네랄이 감소한 상태에서 이석이 부스러져 나오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기립성 저혈압은 앉거나 누워 있다가 갑자기 일어날 때 혈압이 떨어져 뇌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하면서 생긴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 지거나 순간적인 어지러움을 느낀다. 귀의 문제는 아니지만 자율신경계에서 혈압조절을 담당하는 기관이 제 기능을 못해 생기며,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고혈압 약물이나 이뇨제, 전립성 비대증 약 때문에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심한 어지럼은 아니지만 수개월 이상 어질함이 지속되면 만성 재발성 어지럼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전정 기능검사를 받아도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이러한 만성 재발성 어지럼증이 편두통이나 스트레스, 우울증 같은 심인성과 자율신경 조절 장애 등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 건강한 청력 유지하려면

달팽이관과 전정기관에서 듣기와 균형에 관여하는 ‘유모세포’는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잘 안된다. 때문에 평소에 너무 큰 소리를 듣거나 귀에 안 좋은 약물 복용은 피하는 게 좋다. ‘노화성 난청’의 대표적인 치료법은 보청기와 인공와우 이식이다. 인공와우는 소리를 전기신호로 변환시켜 달팽이관에 연결된 청신경에 직접 전기신호를 전달함으로써 청각 대뇌가 듣게 하는 특수장치다.

우리가 좀 편하게 이야기할 때가 60데시벨 정도다. 80데시벨 이상의 소리에 장시간 노출되면 청각 노화가 일찍 나타난다. 안 교수는 귀 건강에 좋은 헤드폰을 권한다. 좀 비싸더라도 능동 소음 차폐가 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제품을 추천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소음성 난청 예방을 위한 ‘60-60 법칙’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쓰고 전체 볼륨의 60% 미만으로 한 번에 60분 미만 사용하면 소음성 난청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난청을 예방하고 귀 건강에도 좋은 음식을 추천한다. 체내 엽산 수치가 높은 60대 이상 남성이라면 난청 위험이 20% 정도 감소한다고 한다. 엽산이 많이 함유된 음식은 브로컬리, 시금치, 간, 아보카도 등이다. 아연을 많이 함유한 호두나 아몬드 같은 견과류나 귤, 참깨, 계란 노른자, 치즈 등도 귀 건강에 좋다고 한다.

만성 이명증 환자에게는 비타민 B21 결핍이 나타나는데 연어와 대합, 가다랑어, 간 등에 풍부하다. 은행잎 추출물로 잘 알려진 징코 빌로바는 혈액 순환 개선과 신경 보호에 도움을 준다. 땅콩과 돼지고기, 오트밀 등에 많은 비타민 B1이나 고등어 감자 양파 마늘에 많은 비타민 B6도 난청 예방에 좋다며 권한다.

안 교수는 “고혈압과 당뇨, 복부비만은 노화성 난청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이라고 지적한다.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당장 금연이 필요한 이유다. 그는 또 “귀나 눈을 너무 과하게 혹사시키지 말라”고 조언한다. 소음성 난청을 일으킬 정도의 큰 소음을 피하고, 다양한 아름다운 소리를 듣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 어지럽지 않고 균형 잡힌 삶을 살려면

안 교수는 달팽이관과 전정기관의 노화 진행을 막으려면 우선, 어지럼을 일으키는 질환을 적극 치료해야 한다고 말한다. 구토 억제제나 안정제 복용에 앞서, 이석증이 일어난 반고리관을 찾아 이석을 원래 있던 구형낭으로 돌려 넣기 위한 이석 치환술 시행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석 습관화 운동’을 권한다. 소량의 이석 부스러기가 떠다니면서 어색하고 불편한 증상이 지속될 경우 오히려 더 적극적인 활동과 운동을 하면서 활기차게 생활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이석 습관화 운동이 ‘브란트-다로프 운동(Brandt-Daroff exercise) 운동이다.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고 머리를 오른쪽으로 45도 돌린다. 이어 머리를 고정한 상태에서 몸의 왼편으로 침대에 눕는다. 이 때 어지럼이 생기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고, 어지럽지 않으면 30초 동안 기다린다. 이후 자리에서 일어나 처음 자세로 돌아가고, 다시 머리를 왼쪽으로 45도 돌리고 오른 편으로 앞서 했던 운동을 반복한다.

평소 충분한 물을 섭취해 혈류량을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체 운동을 꾸준히 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스쿼트나 런지 운동이 좋고, 발꿈치 들기 운동 역시 추천된다. 사우나나 음주, 과로 등은 기립성 저혈압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발 뒤꿈치를 드는 운동은 기립성 저혈압 예방에 특히 좋다. 만성 재발성 어지럼증은 평소 정신적 긴장이나 심한 스트레스를 피하고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이 도움이 된다.

짜거나 매운 음식은 균형잡기에 특히 나쁘다. 어지럼이 반복되는 사람은 다양한 고칼슘분 함유 음식이 좋다. 뼈 건강을 유지하려면 풍부한 칼슘과 함께 이를 잘 흡수하게 하는 비타민 D 섭취도 중요하다. 비타민 D는 햇볕을 자주 쬐거나 약물 복용이 방법이고, 칼슘이 풍부한 식품은 달걀과 시금치다. 콩으로 만든 두유도 좋다.

안 교수는 마지막으로 “어지럼에 좋은 운동과 생활습관을 지녀야 한다”며 걷기를 적극 추천한다. 집에서 TV를 시청할 때도 푹신한 소파에 앉아 보는 것보다, 스쿼트 자세를 취하거나 발꿈치 들어 올리기 같은 운동을 하며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어지럼증 예방을 위한 ‘좋은 습관’ 갖기도 권한다. 무리한 다이어트를 피하고 과로나 스트레스를 피하면서 중간중간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는 것이다. 3~4층 이하 계단은 걸어 다니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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